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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74

스페인 소설 번역본에 숨어 있는 오역 - 관용구와 속담 관용구와 속담은 일상어로 자주 쓰이고 문학 작품에도 흔히 사용된다. 소설에 쓰인 관용구와 속담을 역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번역이 어떨지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외국 문학의 번역자라면 해당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인데, 능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능통해야 하는 것인지 모호하지만, 대개 문자 의미와 관용구와 속담 등의 비유 의미를 구분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특정 낱말과 관용구와 속담은 물론이고 암시 의미, 내연의 뜻(connotación)까지 알고 있고 이를 번역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유 표현인 관용구와 속담은 '이마에 나 관용구입니다' 또는 '나 속담입니다'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있지 않다. 가령 우리말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 그대로 시력이 나쁘거나, 눈이 아프거나, 눈을 .. 2020. 8. 19.
스페인 소설 번역본에 숨어 있는 번역 오류 - 음식 소설 번역본에 드러나지 않는 번역 오류가 있다. 번역본에 있는 사물의 이름과 감정, 정서, 사상 등의 정신적인 것의 이름이 오역이라는 것을 알기 어렵다. 가령 놀이공원의 '범퍼카(autos de choque)'가 '차량 수리'로 오역이 되어 있어도 이것이 '차량 수리'라 아니라는 것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차량 수리'가 글의 문맥에 벗어나지 않으면 의심조차 생기지 않는다. 정신적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원본의 육체를 탐하는 사랑을 번역본이 진실한 사랑으로 바꾸어 놓아, 명백한 오역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랑이라고 여긴다. 어쩌면 진실한 사랑이 글의 흐름에 조금은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도 그것이 원작의 뜻일 것이라고 여기며 번역이 오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이해력이 부족.. 2020. 8. 14.
음식 번역,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말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이름이 없는 외국 음식을 번역할 때 대개 두 가지 전략을 쓴다. 한국화하든지 외국 음식의 이름을 차용하면 된다. 한국화의 예를 들어 보자. 스페인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성분이 있는 tila라는 차가 있다. 유럽에 가로수로 많이 쓰는 tilo 피나무(린덴나무)의 꽃으로 만든 허브차이다. 이것을 '유자차'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한국화 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가 신경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등장했다면 차라리 감기나 목병이 있어 마시는 유자차 대신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녹차가 나을 듯 싶다. 아니면 독자에겐 생소하지만 '피나무꽃 차' 또는 '린덴나무 꽃 차'라고 하든지 원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틸라차'라고 하면 된다. 유자차는 어쩌면 역자가 제대로 사실을 알아 보.. 2020. 8. 14.
스페인에 있었지만 한국에 없었던 물건 -돈키호테와 17세기 초의 축융기 batán 축융기 batán은 지금 스페인에서 사라진 도구이지만 옛날에 양모 또는 천의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장치였다. 주로 물가에 있는 시설로써 수력으로 나무 망치(mazo)를 움직여 양모의 기름때를 빼고 조직을 조밀하게 만드는 도구이다. 아래 그림처럼 물이 수차(noria)를 돌리면 수차에 연결된 망치가 양모를 큰소리를 내며 때리는 것이다. 이 축융기가 1605년에 발간된 돈키호테 1권에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20장은 밤에 축융기의 망치가 때리는 굉음의 정체를 몰라 두려움에 떨던 산초와 무섭지만 소리의 원인을 캐내고자 나서려는 용감한 돈키호테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내고자 길을 나서려던 돈키호테를 산초는 등을 오싹거리며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돈키호테가 가지 못하게 그의 말 로시난테를 산초.. 2020. 8. 5.
돈키호테가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가 헛간인가 열린책들의 멋들어지고 훌륭한 번역 덕분에 돈키호테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읽다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름아닌, 돈키호테가 머문 객줏집에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지 헛간인지 헷갈렸다. 정확하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돈키호테 1권 16장은 돈키호테가 객줏집에 머물며 상처를 치료받고 어쩌면 사랑을 나눌 뻔한 장이다. 15장에서 앙구에스 사람들에게 산초와 함께 뭇매를 맞았고 산초가 돈키호테를 당나귀에 싣고 도착한 곳이 객줏집이다. 객줏집에는 주인, 그의 아내와 딸과 몸매가 좋은(la gallardía del cuerpo) 아스투리아스 출신의 하녀(moza)가 있었다. 딸과 하녀 두 사람이 돈키호테를 camaranchón에 있는 잠자리(cama)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예전에 오랫동안 짚을 넣어 두는 .. 2020. 7. 7.
스페인의 지방 행정 단위- 자치 주 comunidad autónoma, 도 provincia provincia는 스페인의 가장 큰 지방 행정 단위인 자치 주(comunidad autónoma) 바로 아래의 단위이다. 우리말로 '도' 라고 할 수 있다 (provincia를 '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스페인의 provincia가 미국의 주 state처럼 수가 50개가 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provincia의 면적이 미국의 주같이 크지 않고 또 권리나 규정이 상위 comunidad autónoma (자치 주)에 속하기 때문에 '도'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자치 주는 17개이다. 자치 주와 대등한 두 개의 자치 시 (북아프리카의 세우따 Ceuta, 멜리야 Melilla)를 포함하면 19개가 최상위 지방 행정 단위이다. 자치 주에는 주의회 의장의 관저 주정부관청과 주의회가 있다.. 2020.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