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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6

<돈키호테>에 산초가 먹고 싶은 가스파초 gazpacho 가스파초 gazpacho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안달루시아 가스파초 gazpacho andaluz'이고 다른 하나는 중부 카스티야에서 유래한 '라 만차 가스파초 gazpacho manchego'이다. 전자는 토마토가 들어가는 붉은색의 냉 수프(sopa)로 주요리 이전에 먹고, 후자는 고기와 무효모 빵 등으로 만든 뜨뜻한 찌개 또는 조림(guisa)으로 주요리로 먹는다. 차이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안달루시아의 가스파초는 역시 차게 먹는 냉수프 살모레호 salmorejo와 비슷하다. 가스파초는 토마토, 마늘, 빵으로 만든 뻑뻑한 살모레호와 달리,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이 정의했듯, "토마토, 피망(pimiento)*, 마늘, 올리브유, 식초, 소.. 2022. 12. 21.
돼지비계,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와 돈키호테 Tocino, Lazarillo de Tormes y Don Quijote 오래전에 읽고 책꽂이 구석에 박혀 먼지만 쌓이고 있던 스페인의 피카레스크 소설 를 다시 읽었다.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 보이지 않던 것도 보였다. 어떤 부분은 너무 생소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무엇인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잊어버렸지만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표지가 시꺼먼 1981년 카테드라 Cátedra 출판사의 205면의 문고판이다. 카테드라 책이 그렇듯 서문과 주석이 충실한데, 이 책은 조셉 리카피토 Joseph Ricapito, 미국 루이지내아 주립대학교의 로망스어문학과 교수의 자세한 서문과 - 85쪽까지 서문이다 - 각주가 있다. 이탈리아 태생의 미국인으로 스페인 문학 전문가인 편저자의 근황이 궁금했다. 위키백과에는 소식이 없었고 대.. 2022. 12. 20.
스페인어 ¡Vale! 좋아, 알았어 - 라틴어 ¡Vale! 안녕 스페인어 ¡Vale!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과 대서양 건너 콜롬비아에서 쓰는 감탄사(interjección)이다. vale는 valer(가치가 있다) 동사의 3인칭 단수형 현재형이 어휘화된 것이다. 영어 ok, okay과 같은 의미로 쓰고 우리말로 '응', '좋아', 알았어' '괜찮아'의 뜻이다. ¡Vale! = De acuerdo, Está bien, Afirmativo, Claro que si, Desde luego, Por supuesto의 뜻으로 화자의 의무를 조절하는 양태부사(modalidad deóntica) 역할을 하며 수긍과 동의를 의미한다. 이런 vale는 bueno, claro와 같은 뜻이다. A: ¿Quieres ir a comer? B: ¡Vale! .. 2022. 12. 11.
스페인에 있었지만 한국에 없었던 물건 -돈키호테와 17세기 초의 축융기 batán 축융기 batán은 지금 스페인에서 사라진 도구이지만 옛날에 양모 또는 천의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장치였다. 주로 물가에 있는 시설로써 수력으로 나무 망치(mazo)를 움직여 양모의 기름때를 빼고 조직을 조밀하게 만드는 도구이다. 아래 그림처럼 물이 수차(noria)를 돌리면 수차에 연결된 망치가 양모를 큰소리를 내며 때리는 것이다. 이 축융기가 1605년에 발간된 돈키호테 1권에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20장은 밤에 축융기의 망치가 때리는 굉음의 정체를 몰라 두려움에 떨던 산초와 무섭지만 소리의 원인을 캐내고자 나서려는 용감한 돈키호테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내고자 길을 나서려던 돈키호테를 산초는 등을 오싹거리며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돈키호테가 가지 못하게 그의 말 로시난테를 산초.. 2020. 8. 5.
돈키호테가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가 헛간인가 열린책들의 멋들어지고 훌륭한 번역 덕분에 돈키호테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읽다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름아닌, 돈키호테가 머문 객줏집에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지 헛간인지 헷갈렸다. 정확하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돈키호테 1권 16장은 돈키호테가 객줏집에 머물며 상처를 치료받고 어쩌면 사랑을 나눌 뻔한 장이다. 15장에서 앙구에스 사람들에게 산초와 함께 뭇매를 맞았고 산초가 돈키호테를 당나귀에 싣고 도착한 곳이 객줏집이다. 객줏집에는 주인, 그의 아내와 딸과 몸매가 좋은(la gallardía del cuerpo) 아스투리아스 출신의 하녀(moza)가 있었다. 딸과 하녀 두 사람이 돈키호테를 camaranchón에 있는 잠자리(cama)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예전에 오랫동안 짚을 넣어 두는 .. 2020. 7. 7.
끝내주는,죽이는, 개쩌는, 짱이야 de puta madre 처음부터 실례된 말이지만, hijo de puta(창녀 자식)가 욕설 개새끼 (hijo de perra도 개새끼이다)라는 것은 알고 있고, puta madre, 십새끼 (문자 그대로 창녀 어머니)란 욕설을 들어본 사람은 de puta madre (글자 그대로 옮기면 '창녀 어머니의')를 욕지거리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de puta madre는 스페인에서 아주 멋진, 무척 좋은, 한없이 괜찮다는(maravilloso, genial, fantástico)의 비속어인데 우리말로 끝내주는, 죽인다, 개쩐다, 쩐다, 짱이다, 좆나게 멋지다 정도의 의미이다. 어쩌면 전라도나 충청도 방언 '허벌나게 거시기하다'와 유사하다. 비슷한 말로 cojonudo, cojonuda가 있다. 이 단어는 cojón (불알의 속어..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