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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74

형용사를 나름대로 번역해도 되는가, rostro melancólico y adusto 와 piel cetrina -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 후안 마르세(Juan Marsé 1933~2020)의 장편 소설 (1966)의 전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묘사가 있다. 소설이 시작되는 첫장으로 주인공 마놀로가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부잣집 가든 파티에 갔고 마놀로의 외모를 그렸다. En el metal rutilante de la carrocería, sobre un espejismo de luces deslizantes, se reflejó su rostro melancólico y adusto, de mirada grave, de piel cetrina …. 창작과 비평사의 번역판은 아래와 같이 옮겼다. 그는 우수에 젖은 듯한 암울한 자기 얼굴을 신기루 같은 불빛들이 미끄러지며 광채를 발하는 차체에 비춰보았다. 눈빛은 진지했고 피부는 창백했다...(테레.. 2019. 6. 19.
비속어, 금기어를 번역하기가 난처하다고요? 금기어, 비속어, 속어는 있는 그대로 번역을 해야 한다. 천한 말이지만 작품에서 마땅히 천해야 할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천한 그대로 옮겨야 한다. 점잖은 말로 번역하면 화끈거리는 불편함을 덜 수 있지만 원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도덕 게이지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고 내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어떤 역자는 자기 검열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의미를 중화하곤 한다. 금기어와 비속어가 있다고 글의 핍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재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고상할 때가 있고 저급하고 금기어 수준이 될 때가 있으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해서는 비속어나 금기어를 버려야 할 것은 아니다. 당연히 문학 작품에는 금기어와 비속어가 나오기 마련인데, 스페인 소설에 금기어.. 2019. 6. 14.
사실 진실 거짓, 신경숙의 복귀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진실은 거짓이다 탈진실, 사실도 없고 진실도 없다. 사라진지 오래이다. 현장에서 들어올린 사실을 입에 올리거나 글로 쓰면 진실은 사라진다. 사실과 진실은 그렇게 운명지워진 것. 제자리를 이탈해 사실이기를 멈춘 사실이 진실일 턱은 없다. 진실 설사하겠다. 사실, 팩트는 진실이라고 했어. 아따 그 자슥, 원래 있는 곳을 빠이빠이하면 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진실이기는 너무 뻔한 구라 뻥튀기이잖아. 일단 입이나 펜으로 옮기면, 침 바르고 말해도, 객관 사실은 시각, 시점, 관점, 견해라는 어른에게 치마끈을 풀어준다. 바지를 내려줄 수도 있다. 뉴스는 가짜이다. 팩트 뉴스도 가짜이다. 사람을 거치면 객관은 위장한 객관의 가성만이 메아리친다. 가성이라는 상표의 초고추장에 찍어 날것으로 .. 2019. 5. 24.
야경꾼과 쇠막대기 sereno y chuzo sereno는 스페인에서 18세기에 생겨난 직업으로 밤에 도시의 동네나 시골 마을을 지키는 '야경꾼' 또는 '야경원' 혹은 '똑따기'이다.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sereno를 "밤에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 등을 지키지 위해 거리를 순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로 정의했다. 동의어로 vigilante, guardían을 제시했다. sereno(야경꾼, 야경원, 똑따기)은 스페인과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18세기부터 있었던 직업으로 도둑이나 강도를 방지하고 화재를 예방하거나 싸움을 중재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야경꾼은 호루라기(siblato)와 끝이 뾰족한 쇠막대기 chuzo를 소지하고, 불을 밝힌 등을 들고 다녔다. 또한 관할 구역에 있는 집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집주인.. 2019. 4. 3.
발렌시아 알보라야 Alboraya Valencia,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 농가 La Barraca 배경 오늘날 알보라야는 발렌시아 시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독립된 행정 단위(무니시피오, municipio)로 발렌시아 시의 관할 구역이 아니라 알보라야 자체의 장(acalde)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2만 5천명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읍이나 면이라 할 수 있다. 알보라야에는 광활한 반상지 밭이 있어 발렌시아 시에 다양한 농산물을 제공한다. 감자, 땅콩, 양파, 무, 아티초크를 비롯한 여러 채소를 공급한다. 특히 우유색의 달콤한 오르차타(orchata)의 원료인 추파(기름골 덩이뿌리)의 생산지이다. 이 비옥한 땅은 발렌시아의 소설가 블라스코 이바녜스(Blasco Ibáñez)의 소설 (1898)의 배경이다. 바라카는 발렌시아 지역의 농가로 갈대 지붕이 가파란 두 사면을 이루는.. 2019. 3. 31.
발렌시아 알부페라 석호, 소설 <갈대와 진흙>의 배경 발렌시아 시에서 남쪽 20 km 지점에 국립공원 알부페라가 있다. '작은 바다'를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알부페라(albufera)는 석호, 영어로는 라군 (lagoon), 스페인어로는 라구나(laguna)로 육지로 굽어 들어온 바다가 해류 작용으로 모래톱이나 모래언덕이 입구를 막아 호수가 된 지형이다. 이 석호는 사전 정의로는 염수호이지만 이 알부페라는 담수호이다. 광활한 이 호수에는 장어(anguila), 숭어(lisa), 농어(lubina), 붕어, 사마루카와 같은 물고기의 천국이다. 또한 오리, 제비갈매기, 청둥오리, 물닭,쇠물닭, 보츠(bots) 다양한 조류들의 둥지이다.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 에는 엘살레르 마을의 산 마르틴과 산타카탈리나 축제일에는 이 새들을 사냥했다고 전한다. 알부페라로.. 2019.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