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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

돈키호테가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가 헛간인가

by brasero 2020. 7. 7.

열린책들의 멋들어지고 훌륭한 번역 덕분에 돈키호테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읽다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름아닌, 돈키호테가 머문 객줏집에 숙박한 곳이 다락방인지 헛간인지 헷갈렸다. 정확하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겼다. 

돈키호테 1권 16장은 돈키호테가 객줏집에 머물며 상처를 치료받고 어쩌면 사랑을 나눌 뻔한 장이다. 15장에서 앙구에스 사람들에게 산초와 함께 뭇매를 맞았고 산초가 돈키호테를 당나귀에 싣고 도착한 곳이 객줏집이다. 객줏집에는 주인, 그의 아내와 딸과 몸매가 좋은(la gallardía del cuerpo) 아스투리아스 출신의 하녀(moza)가 있었다. 딸과 하녀 두 사람이  돈키호테를 camaranchón에 있는 잠자리(cama)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예전에 오랫동안 짚을 넣어 두는 곳으로 사용했던 흔적이 역력한 다락방에다 돈키호테를 위한 아주 형편없는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돈키호테 1. 안영옥 옮김. 열린책들. 2015: 228). 

원본은 아래 밑줄친 것이다.

Esta gentil moza, pues, ayudó a la doncella, y las dos hicieron una muy mala cama a don Quijote en un camaranchón que en otros tiempos daba manifiestos indicios que había servido de pajar muchos años; en la cual también alojaba un arriero, que tenía su cama hecha un poco más allá de la de nuestro don Quijote, y, aunque era de las enjalmas y mantas de sus machos, hacía mucha ventaja a la de don Quijote....

객줏집 딸과 하녀가 돈키호테를 camaranchón(다락방)의 잠자리에 안내했다. 여기에는 말몰이꾼(arriero)의 잠자리도 있었다. 여기서 돈키호테를 치료를 받았고 객줏집 안주인과 딸을 칭송했다. 이후 얘기는 말몰이꾼이 아스투리아스 출신의 하녀와 재미를 보기로 되어 있다는 단락이 나오고 이어서 돈키호테의 잠자리가 언급되는 단락이 있다.

돈키호테의 딱딱하고 비좁고 초라하고 부실한 잠자리는 별들이 가득한 헛간 한가운데,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옆에 산초가 자기 잠자리를 마련했는데, 부들로 된 멍석과 양모라기보다는 투박한 삼베로 된 것으로 보이는 담요 한 장이 전부였다. (돈키호테 1. 안영옥 옮김. 열린책들. 2015: 231). 

아래는 원본이다.

El duro, estrecho, apocado y fementido lecho de don Quijote estaba primero en mitad de aquel estrellado establo, y luego junto a él hizo el suyo Sancho, que solo contenía una estera de enea y una manta, que antes mostraba ser de anjeo tundido que de lana.

돈키호테가 안내받은 잠자리는 다락방인데 이번에는 헛간 또는 마구간(establo)이다. 중간에 잠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문은 camaranchón에 있었다. 이 낱말을 한림원 스페인어사전(RAE)은 남성명사로 낮잡는 말(despect.)이고 쓸모없는 물건을 보관하는 다락 또는 다락방(desván)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서서사전과 서영사전도 RAE의 정의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한사전에는 등재하지 않았다. 네이버 스페인사전은 '위키낱말사전'의 정의(RAE와 동일한 뜻)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 번역은 이 정의에 따라 다락방이라고 옮겼다. 하지만 세르반테스 전문가인 프란시스코 리코(Francisco Rico)의 주도 아래 만든 세르반테스 센터(CVC)의 돈키호테의 해제에는 camaranchón을 ‘cobertizo o edificación hecha de tablones y más o menos cercana a la casa' 즉 집 주위에 판자로 만든 오두막이니 건물이라고 했다. 동시에 포루투갈어의 caramanchão를 참조하라고 했다. '성안당 포한사전'은 caramanchão를 '정자(亭子), 초당'이라고 정의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아래 포포사전에도 "공원에 가볍게 지은 정자나 식물로 만든것"이고 camaranchão와 동의어라고 했다.

priberam 포포사전

그러면 돈키호테가 출판된 1605년 경에 camaranchón은 오늘날의 다락방이 아니라 별채의 헛간, 오두막, 광이란 뜻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새스페인어역사사전'에 옛말 camaranchón을 찾아 보았다. 

1590년의 알라바 데 비아몬트(ÁLAVA DE VIAMONT, DIEGO)의 <El perfecto capitán>에 다음과 같은 문맥에 사용되었다. 탑 아래에 camaranchón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건물 아래 높은 위치에 있는 다락같다. 

"Y llegado allí, pues estará debaxo de la torre, hará un camaranchón alto quando menos de doze o catorze palmos hueco y que tenga de ancho siete u ocho palmos, lo que fuere necessario para poner los barriles que quisiere ..,"

1607년 산후안의 책 <De los oficios más comunes>에는 다음과 같이 사용되었다. (SAN JUAN BAUTISTA DE LA CONCEPCIÓN (JUAN GARCÍA GÓMEZ), De los oficios más comunes [España] [Juan Pujana, Madrid, Editorial Católica, 1999]). 쓰레기를 수거할 여러 도구를 두는 곳이라고 했다. 위의 용법과 다르게 별채의 헛간이나 창고 같은 느낌이 든다.  

"la humildad, será bien decir lo que está a su cargo para que, si en ello faltare, sepa el hermano maestro le ha de castigar. Procuren al que tuviere este officio darle rincón o camaranchón donde tenga las scobas, spuertas y palas con que se coge la basura. Y en  tañendo a barrer, ha de sacar sus scobas y demás herramientas, repartiendo para cada uno la suya."

위 둘은 camaranchón가 별채의 구조물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maranchón을 RAE의 정의를 따라 '다락방'이 아니라 헛간, 광, 오두막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establo(마구간, 헛간)와 의미 충돌이 생기지 않는다. 돈키호테의 잠자리가 변경되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