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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르세10

차가운 음식을 먹는 저녁 식사 스페인에서 저녁 식사(cena)는 저녁 9시경에 먹는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난 뒤 느긋하게 저녁 9시 뉴스를 볼 시간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이때 저녁을 먹기 시작한다. 저녁 식사는 사람이나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따뜻한 음식을 먹는 대신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가 있다. 이렇게 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을 말 그대로 cena fría(저녁 식사, 찬)라고 한다. 형용사 frío, fría는 태도나 정감이 차갑거나 쌀쌀하거나 냉담하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cena fría는 훈훈하고 정겹게 먹는 저녁이 아니라 싸늘한 분위기에서 먹는 저녁 식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cena fría는 찬 음식으로 준비된 저녁 식사이다. 가장 간단한 차가운 저녁 식사는 빵, 치즈, 소시지, 하몬, 채소 .. 2023. 9. 12.
후안 마르세의 소설 번역 - cala 작은 해변 후안 마르세(Juan Marsé, 1933~2020)의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 Últimas tardes con Teresa≫(1966)는 바로셀로나의 부유한 좌익 여대생 떼레사와 하층 무산계급의 도둑이자 들치기인 마놀로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아울러 1950년대 후반 스페인 좌파 대학생들의 계급 차별 철폐, 노동운동, 민주화 시위의 무효용성을 지적하며 이를 지지했던 객관적 사실주의 문학의 허위를 깨뜨린 작품이다. 떼레사가 마놀로와 사귀게 된 계기에는 몇 가지 사건들이 연루되어 있다. 우선, 떼레사는 그녀의 남자 친구, 좌파 대학생의 영웅 루이스와 육체관계를 맺는 데 실패한다. 그녀는 해변 별장에 부모님이 없는 틈에 루이스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지만 굳건한 이념과 사상으로 무장된 이성적인 .. 2023. 9. 11.
후안 마르세의 소설 번역 - autos de choque 범퍼카 후안 마르세(Juan Marsé, 1933~2020)의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 Últimas tardes con Teresa≫(1966)는 1950년대 후반 바르셀로나가 배경인 소설이다. 들치기이자 도둑인 주인공 마놀로(Manolo)와 까딸루냐 부르주아 여대생 떼레사(Teresa)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신분 상승을 바라는 하층 계급의 마놀로(소설에 삐호아빠르떼 Pijoaprte란 별명으로 불린다)는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있는 바르셀로나 북서부 지역인 까르멜로 언덕(Monte Carmelo)의 빈민촌에 산다. 소설 1부 2장에는 구체적으로 그의 주거 환경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형의 판잣집에 얹혀사는데, 집에는 형수와 조카 넷이 있다. 집은 원래 정비공인 형의 장인이 손수 지었고, 도로.. 2023. 9. 10.
후안 마르세의 소설 번역 - 발진티푸스 piojo verde '녹황색 머릿니' 후안 마르세(Juan Marsé, 1933~2020)의 소설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 Últimas tardes con Teresa≫(1966)은 1950년대 후반 바르셀로나 하층 무산계급, 도둑이자 들치기인 마놀로(Manolo)와 부유한 좌파 대학생 떼레사(Teresa)와 그녀의 집에 일하는 하녀 마루하(Maruja)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아울러 소설은 스페인내전 승리 후 권력을 잡은 독재자 프랑코에 대항한 대학생들의 시위와 노동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 평등은 낭만적인 투쟁만으로 쟁취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잣집 딸과 사귀어 신분 상승을 노리는 삐호아빠르떼(Pijoaparte)*(주 1 더보기)란 별명의 주인공 마놀로는 바르셀로나 북서쪽에 있는 작은 언덕 .. 2023. 9. 9.
하비에르 마리아스와 후안 마르세가 보는 전범 일본 일본에 패망한 역사를 망각하고 자국민을 흘겨보며 일본의 눈치를 살피는 권력자에 아부하는 들때밑(세력 있는 집의 오만한 하인) 보다 더 고약한 기자, 언론인, 검사, 판사, 변호사, 지식인, 교육자, 관료, 공무원, 정치인, 학자, 문필가, 국민들은 정녕 야비한 뇟보(천하고 더러운 사람)일 것인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영원히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도 괜찮다며 매국을 하고 잇속을 채우는 변절이 세상을 헤쳐가는 체세술이 되는 자신이 최고라는 자아도취자들이 넘쳐나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이 훌륭한 나라의 지도자는 광복절 축사를 호기만발 아주 멋들어지게 해 신통방통한 마당에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스페인이 뭐라 하든 그게 우리에게 무슨 관련이 있겠냐 마는 스페인 소설가의 생각을 들여다 보.. 2023. 8. 22.
래퍼 파블로 하셀의 구속 반대 시위와 상점 약탈 - 스페인의 일본 역사 수정주의 스페인 왕가 모욕과 에타 테러의 정당성을 노래한 래퍼 파블로 하셀 (32)의 구속 후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2021년 2월 21일 일요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세비야, 타라고나 등 여러 도시에서 6일째 열렸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을 저지하며 거리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통에 불을 지르거나 인도 블록을 깨서 던지기도 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고무총을 쏘거나 경찰봉을 휘두르며 해산을 시도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어제 일요일 (스페인 시간) 시위대 일부 젊은이가 포르탈 데 랑헬과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상점들의 유리창이나 출입구를 파괴하고 물건을 약탈해갔다 (아래 엘파이스 신문 헤드라인과 동영상).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나 상점 약탈은 터무니..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