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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74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시나무(encina),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Las encinas 가시나무 파르도 산행을 기억하며 마스리에라 선생님들께 검은 덤불 무성한 비탈과 언덕 산맥과 구릉에 카스티야의 가시나무숲 가시나무, 고동색 가시나무 순박하고 꿋꿋하구나! 도끼질에 숲 속 빈터는 늘어나는데 가시나무여 네게 노래해 줄 사람은 없구나! 떡갈나무는 전쟁이고 용기이자 용맹이고 요지부동 분노이고 뒤틀린 가지는 가시나무보다 더 거세고 울뚝불뚝 더 거만하고 고고하다. 키 큰 떡갈나무는 운동선수처럼 대지에 딱하니 어기차고 우람하게 서 있다 소나무는 바다이고 하늘이고 산이고 지구이고 야자나무는 사막이자 태양이고 먼 곳이고 갈증이고 거친 들판에서 찬 샘물을 갈망한다. 너도밤나무는 전설이다. 늙은 너도밤나무에서 우리는 끔찍한 범죄와 싸움 이야기를 읽는다. 소나무 숲에서 떨지 않고 누가 너도밤나무를 볼 수 있으랴.. 2020. 12. 7.
형용사 discreto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경이로운 도시>의 은밀한 하숙집 2016년 스페인어 문화권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 1943~)의 소설 (1986)의 번역 일부를 읽어 보자. 더보기 *La ciudad de los prodigios를 글자 그대로 옮기면 '천재들의 도시'인데 민음사의 번역본은 '경이로운 도시'라고 훌륭하게 옮겼다. "19세기 말, 골목길 위쪽 평지에 하숙집이 하나 있었다. 그 하숙집은 집주인들의 의도에 따라 아주 은밀하게 만들어졌다. 응접실은 비좁았다. 그 방에는 소나무 책상이 하나 있었다. 책상 위에는 철로 만든 서류함이 놓여 있었다. 하숙인 명부는 항상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촛불 하나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래서 원한다면 누구나 하숙집의 적법성을 언제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 2020. 12. 6.
잠들지 않은 도시 Ciudad sin sueño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분노한 개미들이 소 눈으로 피난 간 노란 하늘을 물어 뜯을 것이다 잠들지 않은 도시 (브루클린 다리 야상곡) 하늘에는 아무도 자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자지 않는다. 달의 피조물이 냄새를 맡으며 자기 오두막 주위를 돌고 있다. 살아 있는 이구아나가 와서 잠들지 않은 사람을 물고 상심한 도망자는 거리 모퉁이에서 별이 부드럽게 저항하는 땅 밑 숨죽인 거대한 악어를 맞닥뜨릴 것이다. 이 세계에서 아무도 자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자지 않는다. 저 멀리 공동묘지에 죽은 자는 삼 년 내내 구시렁거렸다. 무릎에 메마른 풍경 뿐이라고 오늘 매장한 남자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아 달래기 위하여 개들을 불러야만 했다. 인생은 잠이 아니다. 눈을 떠! 눈을 떠! 눈을 떠! 우리는 계단에서 떨어지고 축축한 흙을 먹거나 죽은 달리아꽃의 합창에 맞춰 눈(雪)의 가는 등.. 2020. 11. 30.
기차를 타고 En tren 안토니오 마차도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 마다 나는 늘 삼등 객차 나무 의자에 앉아 가고 홀쭉한 가방 한둘이다. 밤이면 늘 그렇듯 잠을 자지 않기에 낮이면 지나가는 작은 나무를 보느라 기차에서 좀체 잠을 자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멀리 떠나는 길은 얼마나 즐거운지! 런던, 마드리드, 폰페라다는 가 보고 싶은 멋진 곳 도착하면 고생이다. 나중에 기차 또 걷기도 하고 기차는 우리에게 꿈을 준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노쇠한 말을 거의 잊어먹었어 아, 젊은 수탕나귀는 목적지를 잘 알아! 여기가 어디지? 모두 어디서 내리는지? 내 앞에 자그마한 수녀님 정말 어예쁘다! 고통스럽지만 편안한 그 표정은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을 준다. 수녀님은 죄인들의 어머니 대신 예수님께 사랑을 드리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녀님도 어머.. 2020. 11. 30.
네 마음은... El alma tenías 페드로 살리나스 Pedro Salinas의 시 네 마음은 활짝 열려 있었지 난 결코 네 마음으로 들어가지 못했어. 좁은 지름길 높고 어려운 된길을 찾았어... 사람들은 넓은 한길로 네 마음으로 들어갔어. 네가 높은 벽에 네 마음을 가두어 놓은 꿈을 꾸었고 나는 높은 사다리를 준비했어 그런데 네 마음은 파수꾼이 없었어 담도 없고 울타리도 없었어. 네 마음의 좁은 문을 찾았어 하지만 문이 없었어 네 마음의 입구는 자유롭게 열려 있었어. 어디서 시작했지? 어디서 끝났었지? 나는 늘 네 마음의 흐릿한 경계에 앉아 있었어. El alma tenías tan clara y abierta, que yo nunca pude entrarme en tu alma. Busqué los atajos angostos, los pasos altos y difíciles..... 2020. 11. 28.
두에로 강변에 A orillas del Duero 안토니오 마차도 두에로 강변에 칠월 중순 아름다운 어느 날이었다. 나는 홀로 그늘진 후미를 찾으며 천천히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랐다. 가끔 이마의 땀을 훔치고 헐떡이는 가슴으로 숨을 쉬기 위해 멈추었다. 됐다, 길을 재촉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오른손은 지팡이를 목동의 지팡이처럼 의지한 채 고지의 맹금이 사는 산을 올랐다. 로즈메리, 백리향, 깨꽃, 라벤더 산 약초 향내가 흠뻑 풍겼다. 척박한 들녘에 불꽃 태양이 사위어 갔다. 독수리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새파란 하늘에 고고히 날았다. 멀리 높고 가파른 산 방패 같은 둥근 구릉 고동색 대지 위에 보랏빛 언덕이 흐릿하게 보였다. 산과 땅은 낡은 갑옷의 흐트러진 넝마 헐벗은 산 아래 두에로 강이 궁수의 쇠뇌처럼 소리아 주변에 휘어져 카스티야 망루가 있는 아라곤으로 흐른.. 2020.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