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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시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시나무(encina),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Las encinas

by brasero 2020. 12. 7.

가시나무

              파르도 산행을 기억하며 마스리에라 선생님들께

검은 덤불 무성한
비탈과 언덕
산맥과 구릉에
카스티야의 가시나무숲
가시나무, 고동색 가시나무
순박하고 꿋꿋하구나!
도끼질에 숲 속
빈터는 늘어나는데
가시나무여
네게 노래해 줄 사람은 없구나!
떡갈나무는 전쟁이고
용기이자 용맹이고
요지부동 분노이고
뒤틀린 가지는
가시나무보다
더 거세고 울뚝불뚝
더 거만하고 고고하다.
키 큰 떡갈나무는
운동선수처럼 대지에
딱하니 어기차고
우람하게 서 있다
소나무는 바다이고 하늘이고
산이고 지구이고
야자나무는 사막이자
태양이고 먼 곳이고
갈증이고
거친 들판에서 찬 샘물을 갈망한다.
너도밤나무는 전설이다.
늙은 너도밤나무에서
우리는 끔찍한 범죄와 싸움
이야기를 읽는다.
소나무 숲에서 떨지 않고
누가 너도밤나무를 볼 수 있으랴!
미루나무는 강가이고
봄날의 칠현금이고
지나가 사라져 버리는
유유하게 때론 콸콸
흐르는 강물 곁에 있다.
격렬하게 연주하거나
가만히 소리가 커지고
멈추지 않고 떨면서
은색 물결을 나부끼며
싱싱 흐르는 강물 같다.
공원의 풍성한
느릅나무숲은
우리가 놀던 것을 지켜보았다.
그땐 금발이었어
이제 머리에 눈에 내린
명상에 잠긴 우리를 보고 있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향기가 나고
유칼립투스의 가지는
향내가 나고
오렌지나무의 꽃은 향이 나고
정갈한 밭의
사이프러스는
어둡고 빳빳하다.
시골 양반
검은 가시나무야
네겐 무엇이 있니?
가지는 칙칙한 색
마른 들판에서
회색 몸통은
가냘프지도 않고 오만하지도 않고
아프지 않고 활력이 넘치고
순박하고 튼튼하구나
넓고 둥그스름한 수관
짙푸른 잎
황록색 꽃은
빛낼 줄도 몰라
곱거나 거만하지 않은 넌
전사는 아니야
힘을 뽐내며 포악스럽지 않아
자연의 법칙에 따라
겸허하게 곧거나 비틀어진 싹을 틔워
그렇게 산다
들판이 너를 나무로 만들었어
홍갈색 가시나무여
끓는 태양 아래
겨울 얼음장 같은 추위와
팔월과 일월의
무더위와 폭풍을 이겨내지
눈보라를 뒤집어쓴 수관
추우를 맞는 가지는
한결같이 단단하고 변함없어
흔들리지 않고 절개 곧고 훌륭해
가시나무, 굳세고 차분하구나!
아라곤의 경계에
검은 가시나무숲
만고천추 시골 가시나무
군인의 관모 같은
팜플로나 땅의 가시나무
에스파냐를 만든
엑스트레마두라와 카스티야의
가시나무들
벌판에 가시나무
고원에 가시나무
산에 가시나무
젊은 두에로강
타호강 굽이치는
톨레도 땅의 가시나무
산탄데르 바닷가의 가시나무
카스티야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처럼
퉁명스러운 가시나무숲
무어인 같은 코르도바의 가시나무
추운 과다라마 산자락
마드리드의 가시나무숲은
사뭇 아름답고 한없이 쓸쓸한걸
근엄한 카스티야 사람처럼
궁정의 허영, 의복, 고질병을
멀리하지
나는 벌써 알고 있었어
시골 양반 가시나무여
유명한 화가들이
우아한 사냥개와
말과 함께 너를 그렸고
아우구스트스 시대의 시인들은
너를 노래했어
왕족 사냥꾼의 엽총 소리에
귀가 먹기도 하는
너는 들판이자 가정의 수호신인걸
고동색 견모 옷을 입은
착한 마을 사람들에게
그늘을 주면서
그들 손에 잘려
땔감이 되기도 하지.

Las encinas

             A los señores de Masriera, en recuerdo de una expedición al Pardo

Encinares castellanos
en laderas y altozanos,
serrijones y colinas
llenos de oscura maleza,
encinas, pardas encinas;
humildad y fortaleza!
Mientras que llenándoos va
el hacha de calvijares,
¿nadie cantaros sabrá,
encinares?
El roble es la guerra, el roble
dice el valor y el coraje,
rabia inmoble
en su torcido ramaje;
y es más rudo
que la encina, más nervudo,
más altivo y más señor.
El alto roble parece
que recalca y ennudece
su robustez como atleta
que, erguido, afinca en el suelo.
El pino es el mar y el cielo
y la montaña: el planeta.
La palmera es el desierto,
el sol y la lejanía:
la sed; una fuente fría
soñada en el campo yerto.
Las hayas son la leyenda.
Alguien, en las viejas hayas,
leía una historia horrenda
de crímenes y batallas.
¿Quién ha visto sin temblar
un hayedo en un pinar?
Los chopos son la ribera,
liras de la primavera,
cerca del agua que fluye,
pasa y huye,
viva o lenta,
que se emboca turbulenta
o en remanso se dilata.
En su eterno escalofrío
copian del agua del río
las vivas ondas de plata.
De los parques las olmedas
son las buenas arboledas
que nos han visto jugar,
cuando eran nuestros cabellos
rubios y, con nieve en ellos,
nos han de ver meditar.
Tiene el manzano el olor
de su poma,
el eucalipto el aroma
de sus hojas, de su flor
el naranjo la fragancia;
y es del huerto
la elegancia
el ciprés oscuro y yerto.
¿Qué tienes tú, negra encina
campesina,
con tus ramas sin color
en el campo sin verdor;
con tu tronco ceniciento
sin esbeltez ni altiveza,
con tu vigor sin tormento,
y tu humildad que es firmeza?
En tu copa ancha y redonda
nada brilla,
ni tu verdioscura fronda
ni tu flor verdiamarilla.
Nada es lindo ni arrogante
en tu porte, ni guerrero,
nada fiero
que aderece su talante.
Brotas derecha o torcida
con esa humildad que cede
sólo a la ley de la vida,
que es vivir como se puede.
El campo mismo se hizo
árbol en ti, parda encina.
Ya bajo el sol que calcina,
ya contra el hielo invernizo,
el bochorno y la borrasca,
el agosto y el enero,
los copos de la nevasca,
los hilos del aguacero,
siempre firme, siempre igual,
impasible, casta y buena,
¡oh tú, robusta y serena,
eterna encina rural
de los negros encinares
de la raya aragonesa
y las crestas militares
de la tierra pamplonesa;
encinas de Extremadura,
de Castilla, que hizo a España,
encinas de la llanura,
del cerro y de la montaña;
encinas del alto llano
que el joven Duero rodea,
y del Tajo que serpea
por el suelo toledano;
encinas de junto al mar
-en Santander-, encinar
que pones tu nota arisca,
como un castellano ceño,
en Córdoba la morisca,
y tú, encinar madrileño,
bajo Guadarrama frío,
tan hermoso, tan sombrío,
con tu adustez castellana
corrigiendo,
la vanidad y el atuendo
y la hetiquez cortesana!...
Ya sé, encinas
campesinas,
que os pintaron, con lebreles
elegantes y corceles,
los más egregios pinceles,
y os cantaron los poetas
augustales,
que os asordan escopetas
de cazadores reales;
mas sois el campo y el lar
y la sombra tutelar
de los buenos aldeanos
que visten parda estameña,
y que cortan vuestra leña
con sus manos.

가시나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가시나무는 참나무의 일종으로 떡갈나무(roble)**처럼 도토리가 열리는 늘푸른큰키나무(상록교목)이다. 스페인의 가시나무 encina는 학명 Quercus ilex로 carrasca, chaparra, chaparro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서북부의 갈리시아주, 지중해의 발레아레스섬과 아프리카 서북부의 카나리아스섬을 제외하고 이베리아반도 곳곳에 서식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이 나무는 재질이 단단해서 쓰임새가 많고 도토리는 고급 육질의 이베리아산 돼지고기나 하몽을 생산하는 돼지의 먹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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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라는 이름은 가서목(歌舒木) - 형, 언니 哥, 떨 舒, 나무 木 - 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것이 떠는 것처럼 보인 데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억지스럽고 제주도에서 이 나무를 가시나무라고 부른 것에 뿌리가 있는 것이 정확하다. 1530년 조선 전기 문신 이행과 윤은보 등이 『동국여지승람』을 증수하여 편찬한 지리서이자 관찬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제주도 ‘토산(土産)’인 가시나무의 도토리를 ‘가시률(加時栗)’이라고 했다. 제주도에는 낙엽수(갈잎나무)와 상록수(늘푸른나무)의 참나무가 있는데, 갈잎나무의 참나무는 상수리나무가 있고 늘푸른나무의 참나무는 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가 있다.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는 제주도 말로 '처낭여름'이라 하고, 가시나무의 도토리는 '가시낭여름', 구실잣밤나무의 도토리는 '조밤여름'이라 한다 (제주도민일보). 이와 같이 낙엽성 참나무에는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있고 상록성 참나무로 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따위가 있다. 

**roble는 정확하게 말하면 로부르참나무이다. 학명이 Quercus robur로 유럽에 서식하는 낙엽성 참나무이다. 한국어 위키백과도 로부르참나무로 설명되어 있다. 떡갈나무는 학명이 Quercus dentata로 동아시아에 자생하는 낙엽성 참나무이다. '로부르참나무'라는 생물학적 정확성보다 의미 전달의 보편성 때문에 떡갈나무라고 옮겼다. 

 

가시나무의 도토리 (사진 엔릭 마르티)

이 시는 마차도가 부인 레오노르를 사별한 후 소리아 생활을 정리하고 안달루시아의 바에사에 정착한 1914년에 지은 것으로 1917년도 판 <카스티야의 들판 Campos de castilla> 시집에 등재되어 있다. 마드리드 북부의 가시나무 숲으로 유명한 파르도(el Pardo)를 방문한 경험으로 지은 시로 그가 다녔던 학교의 미술 교사 마스리에라에게 헌정했다. 이전의 상징주의와 모더니즘 주관에서 벗어나 스페인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리얼리즘을 추구하면서 이베리아반도에 흔한 가시나무를 그렸다.

파르도의 가시나무숲 (사진 위키백과)

전체 128행으로 구성된 시는 가시나무를 비롯해, 스페인에 서식하는 떡갈나무(roble), 소나무(pino), 야자나무(palmera), 너도밤나무(haya), 버드나무(미루나무 chopo), 느릅나무(olmo), 사과나무(manzano), 유칼립투스(eucalipto), 오렌지나무 (naranjo), 사이프러스나무(ciprés)가 등장한다. 각 나무의 특성을 대조하면서 궁중과 귀족의 엘리트주의와 군주제를 배격하고 튼튼하고 순박한 가시나무의 민중성을 읊었다. 

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일찌기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에서 시도했다. 돈키호테 1권 8장에 가시나무 encina와 로부르참나무 roble 가지는 칼이 부러진 기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라고 했다. 11장에서 돈키호테는 옛날의 태평성대를 회고하며 부족하지 않고 행복하게 산 시절에 도움이 된 참나뭇과의 두 나무를 언급했다. 가시나무는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주었고, 코르크나무는 예절 바르게 껍질을 제공해 주었다고 했다.  

...alcanzarle de las robustas encinas, que liberalmente les estaban convidando con su dulce y sazonado fruto......  Los valientes alcornoques despedían de sí, sin otro artificio que el de su cortesía, sus anchas y livianas cortezas, con que se comenzaron a cubrir las casas, sobre rústicas estacas sustentadas.... (돈키호테 1권 11장)

98세대의 동인으로 마차도는 돈키호테의 이런 전통을 되살려 <가시나무>란 시를 지었을 것이다. 전체 128행의 시는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10행은 스페인의 산과 구릉에서 자라는 가시나무는 소박하고 강인하다(fortaleza)고 했다. 11~21행에 떡갈나무(로부르참나무)는 용기, 용맹, 분노이자 전쟁이고 가시나무보다 훨씬 굳세고 고고한 나무라고 했다. 16세기 잉글랜드와 스페인 전쟁에 투입된 무적함대 (la Armada Invencible)의 배는 떡갈나무로 만들었고 12세기 서사시 <미오시드>에서 코르페스의 떡갈나무숲 (robredo de Corpes)은 엘시드의 두 딸이 남편에게 폭력과 모욕을 당한 곳이다. 22~23행의 소나무는 바다이자 하늘이고 산이고 지구이고, 24~27행의 야자나무는 더위와 황무지와 샘물의 상징이다. 28~32행의 너도밤나무는 범죄와 전쟁이고, 전설 속의 나무이다. 스페인 북부 피레네산맥 서부의 바스크족은 너도밤나무에 대한 전설이 있다. 34~43행은 강가의 버드나무, 강물 소리에 맞춰 잎새를 나부끼며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44~49행의 느릅나무숲은 마을 공원에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50~54행의 사과나무의 사과, 유칼립투스의 가지, 오렌지나무의 꽃은 향기가 있고 56~57행의 사이프러스나무는 우아하고 어둡고 빳빳하다.

58행부터 87행까지는 가시나무의 외관과 특징을 묘사하고 있다. 같은 참나무에 속한 떡갈나무(roble)는 거만하며 강한 반면에 가시나무는 강하면서도(firmeza, firme), 변함없고 고귀하고 선량하고, 무엇보다도 소박하고(humildad) 오만하지 (arrogante) 않다.  88행에서 115행까지는 가시나무는 평범한 스페인 사람처럼 스페인 전역에서 자라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다. 아라곤, 팜플로나, 엑스트레마두라, 카스티야, 톨레도, 북쪽 바닷가 산탄데르, 코르도바, 과다라마 산자락의 마드리드의 가시나무를 언급한다. 

116행부터 마지막까지는 가시나무의 소박한 특징을 재차 묘사한다. 가시나무는 허영(vanidad)을 일삼는 고질병(hetiquez)에 걸린 왕족이나 귀족과 다르게 신중하고 곧은(adustez) 카스티야 사람과 닮았다. 사냥개(lebreles)와 말(corceles)과 같은 동물과 함께 그려지기도 하고 글로 묘사도 된다. 시골 양반 가시나무는 궁중의 사냥꾼 총소리를 견뎌내며 뜨거운 햇살에 반가운 그늘을 드리워 주고 기꺼이 잘려 아궁이에 불이 되기도 해서 우리의 집을 지키는 수호신(lar)같이 고마운 존재이다. 

파르도의 가시나무 (사진 arbolesdemadrid.wordpress)
가시나무의 녹황색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