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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

야경꾼과 쇠막대기 sereno y chuzo

by brasero 2019. 4. 3.

sereno는 스페인에서 18세기에 생겨난 직업으로 밤에 도시의 동네나 시골 마을을 지키는 '야경꾼' 또는 '야경원' 혹은 '똑따기'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야경꾼 - 박완서의 소설 <도시의 흉년>에는 "어둠 저편에서 야경꾼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라는 문장이 있다.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sereno를 "밤에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 등을 지키지 위해 거리를 순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로 정의했다. 동의어로  vigilante, guardían을 제시했다.

sereno(야경꾼, 야경원, 똑따기)은 스페인과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18세기부터 있었던 직업으로 도둑이나 강도를 방지하고 화재를 예방하거나 싸움을 중재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야경꾼은 호루라기(siblato)와 끝이 뾰족한 쇠막대기 chuzo를 소지하고, 불을 밝힌 등을 들고 다녔다. 또한  관할 구역에 있는 집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집주인이 요구하면 현관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18-19세기 야경꾼. 쇠창과 등을 들었다.(위키백과 사진)

오늘날 야경꾼은 사라졌지만 최근에 스페인의 일부 도시에 부활했다. 기온, 오베이도, 무르시아, 마드리드에서 쇠창과 호루라기와 열쇠 대신 휴대폰을 소지한 야경꾼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가로등을 점검하고, 소음이 심하면 통제를 하며, 특히 밤늦게 귀가하는 여자들을 집까지 동행을 해 주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문을 여는 약국(farmarcia de guardia)이나 응급실로 데리고 가고 심지어 화장실 출입과 쓰레기를 버리는 것까지 도와준다. 또한 주차를 관리하고 거리 쓰레기통에 화재 위험 여부나 쓰레기가 넘치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  일간지 라 라손(La Razón) 2022년 5월 11일 기사 - 스페인의 다른 도시처럼 마드리드에도 야경꾼이 곧 돌아올 것이다. 

스페인 기온에 sereno (사진 라 라손 신문 - 아래 사이트 )

https://www.larazon.es/madrid/20220511/yvuhazbsznfo5oi6y6tvj4q7ui.html

야경꾼은 소설에 종종 등장한다. 아래는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의 소설에 sereno(vigilante)이다. 

≪사볼따 사건의 진실 La verdad sobre el caso Savolta≫(1975)의 1장에 파업을 준비해 둔 노동자 비센떼 뿌엔떼가르시아 가르시아(Vicente Puentegarcía García)가 밤에 귀가를 하다가 집 근처에서 회사의 사주를 받은 건달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다

La plácida quietud y el callado reposo de aquella barriada sólo eran turbados de vez en cuando por las fuertes pisadas del modesto vigilante nocturno, Ángel Peceira...

그 동네에 평화로운 고요와 평안한 정적은 가끔 소박한 야경꾼 안헬 뻬세이라의 묵중한 발소리에 깨질 뿐이었다...

민음사의 번역본 사볼타의 사건의 진실은 vigilante를 "야간 순찰을 도는 경찰"로 오역했다 (2010, 87쪽).

Puentegarcía se para a conversar un rato y fomar un cigarrillo con el vigilante, del que se despide cariñosamente poco después.

뿌엔떼가르시아는 야경꾼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담배를 피우려고 걸음을 멈추었고 얼마 후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그와 헤어졌다. 

민음사의 번역본 사볼타의 사건의 진실 el vigilante를 "야간 순찰을 돌던 경찰"로 오역했다 (2010, 88쪽) 

Los cobardes verdugos huyen al verla venir. Atraído por los gritos acude el honrado sereno. Entre ambos transportan el maguallado cuerpo del obrero, el cual, retorciéndose en un charco de sangre espesa y humenante, aún puede balbucear despreciativo....

겁쟁이 건달들은 그녀[가르시아의 아내]가 오는 것을 보고 도망갔다. 고함 소리를 듣고 품성이 바른 똑따기가 달려왔다. 두 사람은 멍투성이가 된 노동자를 침대로 옮겼다. 그는 끈적거리며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피 웅덩이에서 온몸을 뒤틀며 욕설을 간신히 내뱉고 있었다....

민음사의 번역본 사볼타의 사건의 진실 sereno를 "순찰 경관"으로 오역했다 (2010, 89쪽) 

아래는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천재들의 도시 La ciudad de los prodigios≫(1986)의 2장에 야경꾼의 무기 쇠막대기(chuzo)가 등장한다. 주인공 오노프레가 밤에 하숙집에서 나와 사람을 뒤밟는 장면이다. 

La desconocida caminaba con taconeo airoso. Ni siquiera las pisadas vacilantes de un noctámbulo o el chuzo de un sereno contra el empedrado daban testimonio de otra presencia humanan en las calles solitarias.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는 구두굽을 울리며 걸었다. 밤거리를 비틀거리며 걷는 발자국 소리나 야경꾼이 돌이 깔린 길에 쇠막대기를 끄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민음사의 번역본  경이로운 도시 1은 el chuzo de un sereno를 "야경꾼들이 채찍으로 길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로 오역했다(2017, 147-8 쪽). 

사볼따 사건의 진실은 sereno와 vigilante를 '경찰'과 '경관'으로 천재들의 도시는 chuzo를 '채찍'으로 오역했다.

굵고 뾰족한 이 쇠막대기 덕분에 생긴 관용구가 있다. caer chuzos de punta는 비나 눈이 뾰족한 끝의 쇠막대기가 떨어지는 것처럼 내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비나 눈이 억수로 오다', '작달비가 쏟아지다', '장대비가 오다' '소나기 눈이 내리다'라고 옮길 수 있다. llover / nevar chuzos는 그야말로 쇠창이 떨어지는 것처럼 억세게 퍼붓는 비나 눈을 의미한다.

아경꾼의 쇠창 (사진 enunlugardelared,아래 사이트)

https://enunlugardelared.wordpress.com/2009/03/11/caer-chuzos-de-pun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