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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학, 미술, 역사

사실 진실 거짓, 신경숙의 복귀

by brasero 2019. 5. 24.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진실은 거짓이다

탈진실, 사실도 없고 진실도 없다. 사라진지 오래이다. 현장에서 들어올린 사실을 입에 올리거나 글로 쓰면 진실은 사라진다. 사실과 진실은 그렇게 운명지워진 것. 제자리를 이탈해 사실이기를 멈춘 사실이 진실일 턱은 없다. 진실 설사하겠다. 사실, 팩트는 진실이라고 했어. 아따 그 자슥, 원래 있는 곳을 빠이빠이하면 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진실이기는 너무 뻔한 구라 뻥튀기이잖아. 일단 입이나 펜으로 옮기면, 침 바르고 말해도, 객관 사실은 시각, 시점, 관점, 견해라는 어른에게 치마끈을 풀어준다. 바지를 내려줄 수도 있다. 뉴스는 가짜이다. 팩트 뉴스도 가짜이다. 사람을 거치면 객관은 위장한 객관의 가성만이 메아리친다. 가성이라는 상표의 초고추장에 찍어 날것으로 넘기는 사실은 진실일 수 없다. 그래도 진실이라고 우기면 초고추장을 한 사발 입에 넣어주자.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살을 떨며 분개하지 않아도 된다. 초고추장을 처드셨으니까. 사실은 진실이 아니고, 진실은 거짓이다, 라는 문장은 성립한다.

성립 갈비뼈 분질러 탕 끓여 먹을 소리 치우고, 이 문장이 성립하는 소설가 신경숙씨의 복귀 뉴스를 본다.  4년만에 글을 발표했다고 한다. 표절, 도둑질, 작가, 좌파, 권력, 주위 사람들, 출판사, 창비사, 미안, 죄송, 잘못, 뻔뻔.... 솔직하게 진솔하게 털어놓고 내려놓질 못하고 구질구질 참 뭐 하자는 것인지(이 블로그의 주인, 이호구의 말이다. 이호구는 “이런 블로그를 만들지 말고 호박을 키웠으면 국이나 끓여 먹지”의 줄임말이다). 신경숙 작가가 복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은 진실일 수 있고 아닐 수 있다. 복귀는 작가가 하는 게 아니고 독자가 작가에게 하는 것이니까.

복귀 소식에 연합신문은 표절에 대한 반성을 했다고 하고, 한국일보는 표절 해명 없이 독자를 찾아왔다고 한다. 사실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사에 오니 가짜로 둔갑된다. 구린내 나는 진실이 활자로 박히고 넥타이 맨 근엄한 입술에 오른다. 모든 뉴스는 마약이다. 심신이 망가져도 기분만은 최고다. 가짜인줄 알지만 필요하다. 그래 약 먹자. 약 먹을 시간이다. 얼마나 먹을까. 원하는 만큼. 깡으로 뉴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가짜이니까. 그래 가짜를 사이언스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날개짓하는 고고한 기러기들에게 돌려주자. 안 받아, 그래도 주자. 주는 게 뭐 꼭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잖아.

신경숙 소설가가 돌아왔다. 새 소설을 발표했다. 사실이다. 진실이다. 계간 '창작과 비평' 2019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보면 거짓이 아니다. '작품을 발표하며' 하는 그녀의 입장문을 읽어 보면 안다. 사과니 해명이니 반성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말은 진실과 상관없다. 뉴스와 댓글, 인간의 언어는 가짜이다. 가짜를 좋아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말린다고 너나 내나 축축하지 않을 자신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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