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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

발렌시아 알보라야 Alboraya Valencia,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 농가 La Barraca 배경

by brasero 2019. 3. 31.

오늘날 알보라야는 발렌시아 시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독립된 행정 단위(무니시피오, municipio)로 발렌시아 시의 관할 구역이 아니라 알보라야 자체의 장(acalde)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2만 5천명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읍이나 면이라 할 수 있다.

알보라야에는 광활한 반상지  밭이 있어 발렌시아 시에 다양한 농산물을 제공한다. 감자, 땅콩, 양파, 무, 아티초크를 비롯한 여러 채소를 공급한다. 특히 우유색의 달콤한 오르차타(orchata)의 원료인 추파(기름골 덩이뿌리)의 생산지이다. 이 비옥한 땅은 발렌시아의 소설가 블라스코 이바녜스(Blasco Ibáñez)의 소설 <농가 La barraca>(1898)의  배경이다.

바라카는 발렌시아 지역의 농가로 갈대 지붕이 가파란 두 사면을 이루는 집이다. 지금 알보라야에는 바라카 농가가 유물처럼 몇 채 남아 있다.

알보라야 현대식 바라카- 짚이나 갈대 지붕이 아니다
엣날 바라카

이런 바라카에 살던  바레트(Barret)는 발렌시아시의 지주 돈살바도르의 소작농이었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 짓는 무골호인이었다. 병든 아내와 딸이 넷인 그는 여윈 말 한 마리로 농사를 지으며 소작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혼 패물을 팔아야 했다. 새 말을 사기 위해  돈살바도르에게 고리대금을 빌려야 했던 그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바라카 집에 쫓겨나자 술이 취해 정신이 나가 돈살바도르를 낫으로 위협을 한다.

살기를 느낀 순간, 돈살바드로가 바레트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신은 우리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고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낫은 돈살바드로의 목을 그었고 피를 흘리며 개천에 고꾸라져 죽는다. 바레트는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주민의 청원으로 사면을 받아 옥살이를 하다가 죽었다. 병든 아내가 세상을 버리자 딸들은, 소설의 표현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한 움큼의 짚처럼" 뿔뿔히 찢어졌다.  

바레트의 농가 바라카는 폐가가 되고 그의 밭도 황무지가 되어 '저주받은 땅'이 된다. (소설의 프랑스어 번역본은 저주받은 땅이다). 마을 사람들은 한탄하며 어떤 잘생긴 놈이 바레트가 일구던 땅과 살던 집을 차지할 것인지 은근히 독을 품고 지켜본다.

¡A ver quién era el guapo se atrevía a meterse en aquellas tierras!  그 땅에 감히 발을 디딜 잘난 놈이 누구인지 보자!

그 잘난 놈은 바티스테(Batiste)였다. 먹고 살기 위하여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가 지주 돈살바도르의 새로운 소작농이었다. 바티스테가 식구를 이끌고 바레트의 바라카 집으로 이사를 오자 알보라야 동네는 야단이 났다.  바티스테는 묵정밭을 부지런히 경작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야박하게 '침입자'를 단죄하기 시작한다. 자기 밭에 물을 부당하게 공급했다고 모함을 받아 발렌시아의 '농수로 물 재판(Tribunal de las Aguas)'에서 벌금을 받는다.

*농수로 물 재판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발렌시아 성당의 십이 사도 문 입구에서 매주 목요일에 개최된다.

바티스테의 막내 아들은 마을 주민의 시기 때문에 죽는다. 아들의 장례식으로 주민들과 화해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칠월에 열리는 산후안 축제가 있는 동안 동네 바에서 바티스테의 쌓였던 울분이 터진다. 마을 주민 중 협잡의 선동자인 이웃 바라카 농가의 피멘토(Pimentó)의 머리를 의자로 공격 해 버린다. 다시 마을 주민과 대치한 바티스테는 절망에 빠진다. 피멘토의 복수가 두렵다. 바티스테는 총을 가지고 가지고 외출한다. 발렌시아에서 돌아오던 바티스테는 갈대숲에 숨어 공격한 피멘토의 총에 부상을 입는다. 대응 사격으로 피멘토도 치명상을 입는다. 주민들은 바티스테의 농가에 불을 질러 버린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자본가의 교묘한 술수에 주민이 대항하는 소설이 아니라 무산계급의 바티스테를 무산계급의 주민들이 배척한 플롯은 사회 변혁의 비전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 자본가의 착취를 묘사하고 선량한 농부의 고통을 그린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리얼리즘은 높이 살 만하다. 사회 문제를 사실적으로 지적한 <농가>는 1930년대 스페인 리얼리즘 소설의 효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