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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파블로 하셀의 구속 반대 시위와 상점 약탈 - 스페인의 일본 역사 수정주의

by brasero 2021. 2. 23.

스페인 왕가 모욕과 에타 테러의 정당성을 노래한 래퍼 파블로 하셀 (32)의 구속 후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2021년 2월 21일 일요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세비야, 타라고나 등 여러 도시에서 6일째 열렸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을 저지하며 거리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통에 불을 지르거나 인도 블록을 깨서 던지기도 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고무총을 쏘거나 경찰봉을 휘두르며 해산을 시도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어제 일요일 (스페인 시간) 시위대 일부 젊은이가 포르탈 데 랑헬과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상점들의 유리창이나 출입구를 파괴하고 물건을 약탈해갔다 (아래 엘파이스 신문 헤드라인과 동영상).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나 상점 약탈은 터무니없고 기가 막히는 불법 행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하여 질서 있고 모범적인 시위를 벌인 우리 한국인에게는 이런 스페인의 시위 문화는 생경스럽다 못해 스페인은, 미국 시위대도 약탈이라면 스페인에 뒤지지 않지만, 미개한 나라라고 세계에 알린 꼴이다. 공산당이 건재하고 마음만 먹으면 성별을 전환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키려는 진보주의의 최극단에 있는 스페인인지 의아할 뿐이다.

이런 불법 시위에 정부가 미지근한 대처를 한 것이 문제라는 보도도 있었다. 부총리인 포데모스 정당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집회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총리 페드로 산체스도 시위가 격화되고 난 뒤 불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늑장 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스페인의 진보는 진보의 진 자 근처에도 가지 못한 그저 보수의 반대이면 진보라고 여기는 머리 나쁜 진보주의자가 득실거린다. 특히 이런 젊은이들이 천지를 모르고 날뛰는 곳이 스페인이다. 전통과 보수에 맞서면 진보라고 생각하는 단순무식한 젊은 진보주의자들은 독재자 프랑코를 혐오하고, 가톨릭 성당 대신 법원에서 민간 결혼식을 하고, 동물보호를 위해 스페인 전통인 투우를 반대하고, 나치 독일을 증오하고,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 Vox에 욕설을 하고, 보트를 타고 스페인 해안에 상륙하는 북아프리카 불법 난민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런 젊은 진보주의자는 제국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의 지식을 갖고 있거나 왜곡된 일본관을 가지고 있다. 도라이몽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은 욱일기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전범기라는 인식이 없고, 망가에 빠지고, 수시를 먹고,  사무라이와 가미까제를 존경하고, 친절하고 예절 바른 일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범한 반인류 범죄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런 왜곡된 일본관은 스페인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19세기 말 미서전쟁에서 패한 후 식민지를 잃은 스페인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을 적대시하는 민족주의가 득세해 이차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망한 일본을 동정하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그렇기에 가해자인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세상 어느 구석보다 여기 스페인에서 잘 수용된다. 잊을만하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의 피해에 대한 사진전이 열리고, 좌파 신문이라는 엘파이스 일간지는 해마다 인권을 신장한다며 일본 원폭 피해자에게 무한한 관심을 발휘하며 주변 아시아 국가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자도 적지 않는 심층보도나 특집기사로 희생자 일본 만들기에 혈안이 된다. 언론뿐만 아니다. 스페인의 권위 있는 소설가 후안 마르세 Juan Marsé는 아름답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문학관으로 소설 <상하이의 매력 El embrujo de Shanghai>(1993)에서 중국 위안부를 창녀라고 기술하고, <도마뱀 꼬리 Rabos de lagartija> (2000)에서 나치 독일은 악이란 진리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태평양전쟁의 일본군은 희생자이고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인류의 범죄로 묘사했다. 스페인 국왕이 수여하고 총리가 참여한 세르반테스상 수상 연설에서 마르세는 기억과 상상의 관계를 언급하여 리얼리즘의 도덕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스페인 문학계는 이런 소설에 작품상과 비평가상을, 마르세에게 세르반테스상을 안겨 주었다. 전쟁 범죄와 식민지 지배가 부당하다는 인류 보편 가치를 자기 집 반려견 다루듯 하는 스페인 문학인은 개보다 못한 양심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인 양 술수를 부리는 일본을 옹호하는 작가에게 상을 내린 국왕과 행사에 참여한 총리, 이를 보도한 엘파이스 신문, 국영방송 에르테베는 홀로코스트를 저지런 나치와 이런 나치에 협력한 독재자 프랑코와 다르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의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는 창녀라는 논문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반박 논문을 발표하고 진실을 꾸준히 알리면 일본의 사기 행각을 세상에 알릴 수 있지만 소설은 저자가 수정하지 않으면 교정이 불가능하다. 소설에 왜곡된 사실과 시각은 수정이 되지 않고 영원히 전달되기 때문에 미쓰비시 기금 교수의 논문에 비하면 예술이란 명목으로 자발적으로 동아시아 역사 왜곡에 앞장 선 소설이 우리에게 나아가 인류에 끼치는 피해는 핵폭탄 급이다. 

*2008년 세르반테상 수상 이후 후안 카롤로스 국왕과 사파테로 총리 등과 기념 촬영, 노란색 정장의 소피아 왕비 오른쪽과 카롤로스 국왕 왼쪽이 후안 마르세, 국왕 오른쪽은 사회노동당 소속의 총리 사파테로

단순한 스페인의 진보 성향 젊은이뿐만 아니라 현명하기로 소문난 언론 엘파이스나 굵직한 펜대를 굴렸다는 굴지의 소설가 후안 마르세와 같은 -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르세는 작년에 죽었다 -  사례에 보듯 몰지각한 역사수정주의 혹은 동아시아 역사 깜깜이가 스페인에 만연한 이유가 뭘까. 일본 돈이 풀린 탓일까. 그럴 수 있다. 일본 돈은 하버드 대학교에만 흘러들어간 것이 아니라 스페인의 여러 분야에 침투되어 있을 것이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일본 돈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살라망카 광장 뒤 파티오 복원 공사에 일본이 자금을 보탰다는 현판이 붙어 있다. 어디 이곳 뿐일까. 다른 스페인 유명 관광지에 일본 자금이 투자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방송계도 마찬가지다. 안테나 트레스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아오라 카이고 Ahora Caigo'에서는 옛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진실인 것처럼 문제가 제출되었다. 이 퀴즈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고 쥐새끼처럼 로비를 한 야비하고 더러운 일본이 떠올라 그 계략에 넌더리가 났다. 이런 경제적 원조도 원조이지만 무엇보다 미국에 패한 역사 경험을 공유한 일본과 스페인의 끈끈한 동지적 우애가 더 무섭다. 이런 우정이 허위라고 지적하기 어렵고 설사 언급하더라도 우리를 과대망상증 환자 또는 국가 간에 합의를 지키지 않는 불량한 국가라고 되트집을 잡을 것이다 - 한일협약과 위안부협약은 한국와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박정희와 박근혜가 저지른 역사의 과오인데, 이 두 위인을 죽어라고 지지하는 사람과 정당이 있는데 이들도 한국인들이라, 참 난감하고 해괴하다 - 진작 이런 양국 간의 돈독한 정감이 인류 공동 가치에 위해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고 설사 그런 증명에 성공하더라도 두 국가의 단합이 생산한 피해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이런 야합을 저지하고 불의를 알리기 위해서 독일처럼 위안부상을 스페인에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본과 스페인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반대가 눈앞에 보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접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스페인 진보주의자 젊은이들이 래퍼 하셀의 사상과 언론 자유를 위한 집회를 위하여 거리에 나서 거지새끼들처럼 상점을 약탈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일제가 한국을 수탈한 것이 생각나고, 이런 일본의 만행에 대해 일도 모르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한심한 스페인 사람들이 잠시 떠올라 몇 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