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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스페인의 로부르참나무 roble, oak

by brasero 2023. 11. 16.

로부르참나무는 스페인 중북부와 영국 등 유럽에 서식하는 참나무이다. 학명은 Quercus robur 퀘르쿠스 로부르인데, 라틴어 quercus는 '아름다운 나무'란 뜻의 켈트어 kaer/quer에서 유래했고, robur는 라틴어로 '단단하다'는 의미이다. 단단하고 멋있는 이 참나무는 스페인어로 roble, 영어로 oak이다.

줄기고 곧고 우람한 이 나무는 높이가 최고 40-50미터에 이르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며 잎이 떨어지는 '갈잎큰나무'로 열매 도토리가 달린다.  스페인의 갈리시아, 깐따브리아, 아스뚜리아스, 나바라, 레온, 까딸루냐, 바스끄, 라 리오하 등 북부 지역에 자생하며 목재는 아주 소중한 자원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도 등장하고 안또니오 마차도는 시에서 roble를 기품있고 듬직한 나무로 칭송했다.

로부르참나무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보며 좀더 자세하게 알아본다. 스페인 까스띠야 이 레온주의 북부에 있는 빨렌시아 지역(빨렌시아 Palencia는 부르고스 남부와 바야돌리드 북쪽 사이에 있는 도시이다)의 로부르참나무의 특징과 용도를 언급하는 프라이 술파또 Fray Sulfato의 영상이다. 

1. 키가 크고 수명이 길다. 2. 줄기 껍질이 거칠고 가끔 이끼류가 착생한다. 3. 잎이 귓불처럼 갈라졌다.  4. 도토리(bellota)가 열리고, 도토리로 만드는 요리를 난 알고 있다. 수꽃은 꼬리처럼 길쭉한 미상화서(미상 꽃차례)이고 암꽃은 알처럼 툭 뭉친 모양이다. 같은 나무에 암수화가 따로 피는 암수 딴꽃이다. 5. 가지를 치면 진이 나오는데 이 진(resina)은 위스키 맛이 난다고 하는데 영상 제작자는 먹어보지 않았다. 6. 빨렌시아 겨울은 길다. 잎은 가축 사료(pasto)로 사용한다. 염소와 양과 소는 마른 잎을 먹고 도토리는 돼지를 살찌우는 먹이이다. 7. 로부르참나무는 melifera(꿀을 생산하는) 나무이다. 미엘라또(mielato)란 꿀은 당도가 기존의 꿀보다 약한 은은한 맛이다. (mielato는 DRAE 사전에 미등재) 8. 새소리가 난다. 까마귓과에 속하는 arrendajo(어치)이다. 9. 나뭇가지는 땔감으로 쓴다. 빵을 굽는 화덕 땔감으로. 수에르떼(suerte)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산의 할당 지역에 베어서 사용할 나무에 표시를 해둔 것이다.  9. 로부르참나무 목재는 빨렌시아 지역의 광산에 갱목이나 철도 침목이기도 하다. 10. 나무는 염색이나 그림의 도료이다. 11. 강한 나무는 괭이(pico)나 망치(martillo)의 자루이기도 하고, 볼로스(los bolos) 놀이의 공(bola)의 재료이다. 팽이(peonza)를 만들기도 하고, 속이 빈 로부르참나무는 벌통으로 쓴다. 또한 나무통의 휘어진 부분을 구성하는 판자(duela)이기도 하다. 빨렌시이 지역에는 로부르참나무로 만든 포도주 숙성 및 저장통인 바리까(barrica) 생산자가 많다. 12. 나뭇잎은 거름(abono)이 된다. 12. 로부부르참나무를 생으로 태워 역청(brea)을 생산하기도 한다. 흥미롭다. 13. 나무 가지의 다른 활용을 얘기하면서, 나무의 혹(agalla)은 아이들의 구슬치기(jugar a las canicas) 구슬로 사용한다. 14. 설사약 따위 약용으로도 쓰인다. 

barrica 포도주 숙성 및 저장통

다양한 용도의 로부르참나무를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참나무(las fagáceas) 과에 속하며, 높이는 15-20미터이고 최고 40미터에 이르고 줄기가 굵고 가지는 크고 구불구불하고, 잎은 잎자루 없이 가지에 바로 붙어 있고(sentada) 잎끝이 굵고 달갈 모양이고(trasovada) 귓불처럼 둥글게 갈라져 있고(lobulado)고 녹황색의 꽃은 미상화서(amento, 꼬리처럼 축 늘어지는 꽃)이고, 쓴 맛의 열매 도토리(bellota)가 달리고, 회색빛이 도는 노란 목재는 단단하고 강하고 건설 목재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이런 로부르참나무는 쇠처럼 단단한 매우 건강한 사람이나 단단한 물건을 비유하기도 한다( persona o cosa fuerte y recia, DRAE 3번 의미).

로부르참나무 잎 - 프라이 술파또 Fray Sulfato 유튜브 영상 캡처
로부르참나무 잎과 도토리 (사진 https://www.asturnatura.com/especie/quercus-robur)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roble를 '떡갈나무'라고 번역했다. '떡갈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지역에 서식하는 참나뭇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종의 이름이다. 떡을 찔 때 이 나무의 잎을 깐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는* 떡갈나무의 학명은 Quercus dentata이다. 로부르참나무와 비슷하다. 

*조항범의 논문 '나무 이름의 기원에 대하여(1)'(국어학 78호 2016년, 47~76쪽)에 따르면 '떡갈나무'는 떡을 찔 때 잎을 깔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 아니라 중세 국어의 '덥갈나모'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다. 

문학이나 예술에서는 roble를 우리 귀에 익숙한 우리나에 서식하는 참나무의 일종인 떡갈나무, 갈참나무, 꿀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따위로 번역하거나 아니면 '참나무' 또는 '유럽 참나무'로 독자에게 친근한 번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전에 등재해야 하는 한국의 종과 다른 유럽과 스페인에 자생하는 roble의 객관적 명칭은 아니다.  

국가생물다양서 정보공유체계 떡갈나무 Quercus dentata

떡갈나무 Quercus dentata는 스페인어로 roble daimio(문자 그대로, 다이묘 참나무 - 일본 중세 영지를 가진 무사 다이묘(いみょう 大名)라고 한다. 영어로는 Japanese imperial oak 또는 스페인어처럼 daimyo oak 또는 서양의 oak과 구분하기 위해 sweet oak라고 한다.

위키백과 스페인어판 떡갈나무 - 한국어 이름을 필자가 추가한 후 캡처했다.

*떡갈나무 잎은 로부르참나무 잎과 유사하나 도토리 모양은 다르다. 로부르참나무의 도토리는 위 사진에 보듯 서양 사람처럼 길쭉한데 우리나라의 떡갈나무 도토리는 털 같은 껍질에 싸여 있어 둥글게 퍼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https://treeworld.co.kr/a01_01_02/30205?ckattempt=1

떡갈나무 잎과 도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