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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해골 무늬 탈박각시 calavera

by brasero 2023. 11. 13.

영화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감독 - 조너선 데미 Jonathan Demme, 1944~2017)의 포스터에 여자의 입술에 앉은 나비 같기도 하고 나방 같기도 한 곤충은 박각시과의 '탈박각시'이다. FBI 요원 스탈링 역할을 한 조디 포스터의 입을 가린 '탈박각시'를 자세히 보면,  대가리 아래 흉부(tórax, 영어 thorax)에 해골 무늬가 선명하다.

양들의 침묵 포스터 1991년

해골바가지 같은 가슴이 있는 '탈박각시'의 학명은 Acherontia styx 아케론티아 스틱스이다. 아케론 Acheron(고대 그리스어  Ἀχέρων)은 그리스 북서부 에피루스 지역에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망자가 저승에 가기 위해 뱃사공 카론의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고대 그리스어, Αἰσχύλος 기원전 524/525~455/456)는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란 작품에서 태양이 비치지 않는 명계(하데스)로 들어가기 위해 신성한 검은 배를 타고 가로질러야 하는 강이라고 했다. 

https://www.perseus.tufts.edu/hopper/text?doc=Perseus%3Atext%3A1999.01.0013%3Acard%3D848

 

스틱스 styx(고대 그리스어 Στύξ)는 그리스 신화에서 하데스를 둘러싼 5개의 강 중의 하나로 그리스의 학자, 아폴로도로스(고대 그리스어 Ἀπολλόδωρος 기원전 180~120)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과 영웅에 대한 책 비블리오테케 Βιβλιοθήκη 1권 2장에 스틱스강은 하데스의 바위 주변으로 흐른다고 했다. 

https://www.perseus.tufts.edu/hopper/text?doc=Perseus%3Atext%3A1999.01.0021%3Atext%3DLibrary%3Abook%3D1%3Achapter%3D2

죽음과 저승과 관련된 아케론티아 스틱스 Acherontia styx 탈박각시는 영어로 death's head hawkmoth(문자 그대로, 해골 매 나방이지만 hawkmoth는 '박각시나방'을 의미한다)이다. 또는 탈박각시는 꿀벌의 꿀을 훔쳐먹기 때문에 bee robber(꿀벌 도둑)이라고 한다.

꿀을 빠는 아프리카탈박각시Acherontia atropes https://www.mindenpictures.com/stock-photo-death-s-head-hawk-moth-acherontia-atropos-on-honeycomb-adults-naturephotography-image00282592.html

영화, 양들의 침묵의 원작 소설에는 여성을 죽여 피부를 벗기는 엽기적인 연쇄살인마 버펄로 빌의 여섯 번째 희생자 여자의 후두 뒤쪽에 있던 번데기 상태의 곤충은 탈박각시 death-head moth(해골 나방), 학명은 Acherontia styx인 것으로 판명이 된다. (아래 원문 참조).

토마스 해리스 Thomas Harris <양들의 침묵> 239쪽(1988 Yazoo Inc)

아케론티아 스틱스 Acherontia styx  탈박각시는 미국에 서식하는 종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 일본 등에 있는 탈박각시이다. 소설에서는 외국에서 알을 들여와 키운 것으로 추정하고, 이것으로 스탈링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렉터가 버펄로 빌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탈박각시 Acherontia styx (사진 위키백과)

아무튼, 탈박각시는 2종이 더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 있는 Acherontia atropes와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Acherontia lachesis인데, 이들 두 종의 학명은 사람 수명의  길이에 해당하는 실을 감는 라케시스(lachesis - 고대 그리스어 Λάχεσις - 할당하는 여자)와 실을 잘라 죽음을 선사하는 아트로포스(atropes - 고대 그리스어 Ἄτροπος - 가차없는 여자)에서 따온 것이다.

전술한 대로, 탈박각시는 꿀을 좋아하기 때문에 벌꿀의 냄새를 모방해서 벌집에 칩입해 꿀을 훔쳐먹고, 건드리면 쥐새끼처럼 찍찍 소리를 낸다.

https://www.naturepl.com/stock-photo-deaths-head-hawk-moth-nature-image01132193.html

탈박각시는 스페인어로 calavera라고 한다.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는 calavera를 1. 해골 2. 박각시(esfíngido) 에 속하는 흉부가 해골 모양을 한 나비 또는 나방이라고 했다. 즉 탈박각시를 묘사한 것이다. 

'박각시'는 박꽃을 찾아 꿀을 먹는 '각시'라는 의미에서 나방에 붙여준 이름이다. 박꽃은 '각시'라는 이 나방의 신랑인 셈이다.  박가시과 나방 중에 해골 무늬가 있는 나방을 탈박각시라고 한다.  무늬가 해골이 아니라 탈을 닮았다는 발상이다. 

DRAE calavera 탈박각시
우리나라 탈박각시, Acherontia styx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calavera를 '박쥐나방과의 나비'라고 오역했다.

아프리카탈박각시 Acherontia atropes (사진 위키백과)

박쥐나방, 학명 Endoclyta excrescens(Butler, 1877) 우리나라와 일본 등 극동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나방과(Hepialidae)의 곤충이다. 박쥐나방과는 박가시과(esfíngido)와 다른 과이다. 박쥐나방과에는 약 500종이 있고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 전역에 분포한다 (위키백과 스페인어판). 

아래 사진에서 보듯, 박쥐나방의 흉부에는 탈박가시처럼 해골 무늬가 없다. 

우리나라 박쥐나방 (조영복, 국립생물자원관) 국가 생명다양성 정보공유체계

유럽의 박쥐나방은 주둥이와 머리가 박쥐와 흡사하다.

유럽과 아프리카 박쥐나방 Phymatopus hecta&nbsp; (사진 위키백과)

calavera는 '박쥐나방'이 아니라 '탈박각시'가 바른 이름인 것을 증명했다.

*아프리카탈각박시 영상 - Esfinge calavera Mariposa de la muerte (Acherontia atropos). Ría de No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