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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시

안토니오 마차도, 아내 묘지에 꽃을 보내다

by brasero 2021. 1. 30.

호세 마리아 팔라시오에게

팔라시오, 좋은 친구
봄이 벌써 강가와 길가의
버드나무 가지에 옷을 입혔는지?
두에로 고원 초지에
봄은 더디게 오지
하지만 봄이 오면 얼마나 아름답고 고운지!...
고목 느릅나무들에
새 잎이 좀 돋았는지?
아직 아카시아는 알몸이고
산맥에 산들은 눈이 그대로이고
아 몽카요의 정상은 희고 장밋빛
저기 아라곤의 하늘 아래, 얼마나 아름다운지!
잿빛 바위틈에
산딸기 꽃
여린 약초 틈에
하얀 데이지는 피었는지?
그 종탑들에
벌써 황새들은 둥지를 틀었겠지.
밀밭은 파릇파릇
파종한 밭에 갈색 노새들
사월의 비가 내려
농부는 늦은 파종을 하고
꿀벌들은 어느새 만리향과 로즈메리
꿀을 빨 테지.
자두꽃은 피었는지? 제비꽃은 지지 않았지?
사냥꾼들은 자고새를 꾈 후림 새를
슬그머니 긴 망토에 숨겼겠지.
이만하면 풍성하구려, 팔라시오, 좋은 친구.
강변에 벌써 밤꾀꼬리는 찾아왔겠지?
첫 나리꽃과
들장미를 가지고
어느 날 파란 오후에 에스피노로 가 주게나
그녀가 묻혀 있는 저 높이 에스피노 묘지로...

A José María Palacio

Palacio, buen amigo,
¿está la primavera
vistiendo ya las ramas de los chopos
del río y los caminos? En la estepa
del alto Duero, Primavera tarda,
¡pero es tan bella y dulce cuando llega!...
¿Tienen los viejos olmos
algunas hojas nuevas?
Aún las acacias estarán desnudas
y nevados los montes de las sierras.
¡Oh mole del Moncayo blanca y rosa,
allá, en el cielo de Aragón, tan bella!
¿Hay zarzas florecidas
entré las grises peñas,
y blancas margaritas
entre la fina hierba?
Por esos campanarios
ya habrán ido llegando las cigüeñas.
Habrá trigales verdes,
y mulas pardas en las sementeras,
y labriegos que siembran los tardíos
con las lluvias de abril. Ya las abejas
libarán del tomillo y el romero.
¿Hay ciruelos en flor? ¿Quedan violetas?
Furtivos cazadores, los reclamos
de la perdiz bajo las capas luengas,
no faltarán. Palacio, buen amigo,
¿tienen ya ruiseñores las riberas?
Con los primeros lirios
y las primeras rosas de las huertas,
en una tarde azul, sube al Espino,
al alto Espino donde está su tierra...

에스피노에 레오노르의 묘지

소리아의 에스피노 Espino 공동묘지의 아내, 레오노르의 무덤에 꽃을 보낸다. 소리아의 언론인이자 지인인 호세 마리아 팔라시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시를 지었다. 장례를 마치고 난 뒤 서둘러 마드리드로 가 전근을 신청해, 마드리드에 공석이 없어, 아무 곳이든 그녀와의 추억이 서린 소리아를 떠나고 싶은 열망으로 온 안달루시아 하엔의 바에사 Baeza에서 처음 맞은 봄, 1913년 4월 29일에 지은 시이다. 시는 그녀가 투병 중일 때 지은 시 <느릅나무>와 더불어 스페인 현대 서정시의 백미이다.

소리아의 봄은 어떤지. 봄이 와서 두에로 강변과 길가 버드나무가 옷을 입었는지. 두에로 고지에는 봄은 더디지만 봄이 오면 얼마나 고운지. 그 늙은 느릅나무에 새싹이 돋았는지. 아카시아는 아직 나목이고 산설은 아직 겨울이고 아라곤의 사라고사와 경계를 이루는 분홍빛 몽카요산 정상도 아직 눈이 있을 것이다. 돌산에 산딸기와 여린 약초 사이로 하얀 데이지는 피었는지. 성당의 종탑 둥지에 황새가 찾아왔고, 밭에는 갈색 노새가 일하고 사월 봄비에 농부는 씨를 뿌리는지. 벌은 토미요 (만리향)과 로즈메리 꿀을 빠는지, 자두꽃과 제비꽃도 있을 것이고, 사냥꾼은 긴 망토 아래 자고새를 잡을 후림 새를 숨기는지. 무엇이 더 필요할까, 너그러운 자연. 레오노르와 거닐던 두에로 강변에 밤꾀꼬리 (나이팅게일)이 찾아왔는지. 친구 부탁이 있네, 첫 백합과 찔레꽃을 가지고 그녀가 있는 에스피노 묘지로 가 주게나.

소리아를 그리워하며 죽은 아내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가득하다. 인생이 항상 행복한 오후의 연속이 아니라지만 돌연 사라진 사랑을 추모하며 마음을 달래며 친구의 손을 빌어 그녀의 무덤에 헌화했다.

아내의 병은 시인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지만 고목에 새잎이 돋듯 생명이 찾아들길 바라며 지은 시가 <느릅나무>이다. 이 시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차도는 1912년 5월에 레오노르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알고 참담한 심정을 그린 상징이 강한 제목 없는 시 한 편을 잡지에 발표했다.

잠언과 노래 23

어제 내 아픔은
누에 벌레 같아서
고치를 만들었고
오늘은 검은 나방이 되었다.

쓴 꽃에서 얼마나 많은
흰 밀랍을 거두어들였던가!
얼마나 오랜 고통으로
꿀벌처럼 일을 했던가!

오늘은 병든 귀리 같고
파종된 독보리 같고
깜부기병이 든 이삭 같고
목재의 나무좀 같구나.

선한 눈물이 흐르던
아팠던 시절
눈물은 무자위의 물처럼
밭을 적셨지!
오늘은 급류가 되어
대지의 진흙을 쓸고 간다.

어제의 아픔은 내 가슴에
벌집을 지었지만
오늘 내 가슴은
낡은 성벽 같아
괭이로 대번
부숴버리고 싶다.

Proverbios y cantares CXXXVI, xxiii

Eran ayer mis dolores
como gusanos de seda
que iban labrando capullos;
hoy son mariposas negras.

¡De cuántas flores amargas
he sacado blanca cera!
¡Oh tiempo en que mis pesares
trabajaban como abejas!

Hoy son como avenas locas,
o cizaña en sementera,
como tizón en espiga,
como carcoma en madera.

¡Oh tiempo en que mis dolores
tenían lágrimas buenas,
y eran como agua de noria
que va regando una huerta!
Hoy son agua de torrente
que arranca el limo a la tierra.

Dolores que ayer hicieron
de mi corazón colmena,
hoy tratan mi corazón
como a una muralla vieja:
quieren derribarlo, y pronto,
al golpe de la piqueta.

오늘날이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결핵으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아내, 그 불가항력 앞에 '낡은 성벽 muralla vieja'이 된 마차도의 고통과 조용한 분노를 엿볼 수 있다. 고단하게 아프지만 벌처럼 일을 해 가슴에 가득 꿀이 든 벌집을 지었는데, 우리는 벌과 꽃이 되어 집을 짓고 꿀을 빚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병이 들어, 누에가 되어 마음에 고치를 치고 슬픔이 검은 나방이 되어버렸다. 죽어가는 레오노르, 쓰디쓴 꽃에서 시인은 흰 백랍을 얻는 것은 아닐까. 자책이다. 오늘 우리의 즐거운 생은 회복될 기미가 없는 병든 식물이 되었다. 어제의 눈물은 수차를 돌려 그녀의 마음에 또 우리가 가꾼 행복이란 밭에 물을 주었지만 이젠 진창을 쓸어가는 쓰라린 급류가 되었다. 지난 날에 가슴은 꿀이 가득한 벌집이었는데 오늘은 화살과 총탄의 상흔이 남은 낡은 성벽이 되었다. 구멍난 성벽 같은 가슴을 당장 괭이로 내리쳐 무너뜨리고 싶다.  

시는 1912년의 시집 ≪카스티야의 들판의 '잠언과 노래'란 제목 하에 로마 숫자 xxiii을 달고 있다. Geoffrey Ribbans의 평론이 있는 마차도의 시집 고독, 갱도, 다른 시(1983)에는 86번째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