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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당신과 함께, 빵과 양파 contigo, pan y cebolla 천생연분에 보리개떡

by brasero 2020. 7. 19.

사랑한다면 재산과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순애보 원칙이 있고 실행하기 어렵지만 동서고금으로 순수한 사랑을 뜻하는 말은 있다. 스페인에서는 contigo (당신과 함께) 있다면 pan y cebolla (빵과 양파)만 있으면 된다는 한다. 빵과 양파는 아무 장식이 없는 기본 음식이다. 

contigo pan y cebolla에 해당하는 우리 속담은 '천생연분에 보리개떡'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보리개떡을 먹더라도 의좋게 산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보리개떡이야 별미이고 건강식이지만 보릿겨나 보리 싸라기를 얇고 둥글넓적하게 반죽하여 찐 떡은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에 먹던 것이었다.

 

아니면 '삿갓 밑에서도 정만 있으면 산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돈이 없어 궁색하고 고생스럽게 오두막에  살더라도 사랑한다면 화목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보리개떡이나 삿갓 집이 스페인의 빵과 양파인 셈이다.

Contogo, pan y cebolla는 마누엘 에두아르도 데 고로스티사 (Manuel Eduardo de Gorostiza, 1789~ 1851, 스페인 식민지 멕시코의 베라쿠스 태생의 극작가, 외교관)이 1833년에 발표한 극의 제목이었다.

또한 베니토 페레스 갈도스(Benito Pérez Galdós)가 1892년에 발표한 소설 <트리스타나 Tristana>에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Vaya, que á una mujer de tu temple salirle con la monserga de las tijeras y el dedalito, de la echadura de huevos, del amor de la lumbre, y del contigo pan y cebolla! Mucho cuidado, hija mía, mucho cuidado con esas seducciones para costureras y señoritas de medio pelo...» (Benito Pérez Galdós, Tristana. Madrid: Imprenta La Guirnalda, 1892, p. 175).

또한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ández, 1910~1942, 알리칸테의 오리우엘라 Orihuela 태생)가 1938년 아들과 부인을 위해 감옥의 휴지에 적은 시, <양파의 자장가 Nanas de la cebolla>에서는 가난과 배고픔을 상징한다.

La cebolla es escarcha / cerrada y pobre. / Escarcha de tus días / y de mis noches. / Hambre y cebolla, / hielo negro y escarcha / grande y redonda..... 양파는 서리이다 / 닫히고 가난한 / 당신의 낮과 나의 밤에 내리는 서리 / 허기와 양파 / 검은 얼음과 서리 / 크고 둥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