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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스페인과 한국의 고부, 장모, 사위 관계 비유 - 시어머니와 며느리, 개와 고양이, 같은 밥상에 밥을 먹지 않는다 Suegra y nuera, perro y gato, no comen en el mismo plato

by brasero 2020. 7. 23.

피를 나눈 부모형제자매도 가끔 부대끼는 때가 있는데, 정말 티끌만큼 탈도 없는 가족도 있지만, 피도 살도 다른 남이 가족이 되면 성에 차지 않을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같은 집에 시집온 남남인데 며느리는 손아랫사람이라 시어머니가 불편해도 편한 척해야 하고 편하더라도 미운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어머니에 대한 우리말 속담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를 비롯해서 가령 보기 싫게 인상을 쓴 얼굴을 '세 끼 굶은 시어머니 상판 같다'라고 하고, 비슷하게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 일그러진 표정을 '아침 굶은 시어머니 상'이라고 한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친정어머니 같더라도 (이건 분명 입에 발린 소리임을 세상의 며느리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시어머니 듣기 좋아라고, 그래야 며느리가 덜 불편해질 수 있으니, 하는 말이 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시어미는 시어미인지라 '뒷간 다른 데 없고 시어머니 다른 데 없다'란 속담도 있다. 그래도 쥐어뜯고 싶도록 밉더라도 인지상정이라, 그 사람이 죽고 나면 그립고 가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 심정을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 놓고 생각난다'란 속담이 잘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마초가 기세등등했던 옛날이나 평등해져 가는 지금, 장모와 사위는 고부 관계처럼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예를 들어, 사위에게 씨암탉도 잡아 주듯, '사위는 백 년 손'이라서 '사위 반찬은 장모 눈썹 밑에 있다'란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장모의 사위 사랑은 대단하다.

증오하는 고부 관계와 다르게 우호적인 장모와 사위에 대한 속담을 보면 비유마저도 불평등을 조장하는데, 이를 만회하는 듯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는 좋다. 그래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위 사랑은 장모' 또는 '장모는 사위가 곰보라도 예뻐하고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뻐드렁니에 애꾸라도 예뻐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성권력에 의한 불평등이란 견고한 집에 여여남남의 관계가 빗장을 지르고 있다.

스페인은 어떨까. 고부 간은 한국만큼 좋지 않다.

"우선 어머니와 딸과 다르게 시어미와 며느리는 관계가 좋지 않다는 속담이 있다. "Madre e hija caben en una camisa; suegra y nuera, ni en una talega. 어머니와 딸은 셔츠 한 개도 나누어 입을 수 있지만 시어미니와 며느리는 넓은 자루에도 들어갈 수 없다." 어머니와 딸은 좁은 곳에서 부대껴도 호호거릴 수 있지만 고부는 널널한 곳에서도 같이 있으면 전신 마비 증세가 올 수도 있다. 우리말 속담에 며느리보다 딸을 더 아낀다는,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와 발상이 비슷하다.

talega 자루

그래서 시어미니와 며느리와 개와 고양이는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Suegra y nuera, perro y gato, no comen en el mismo plato (글자 그대로 옮기면 시어미니와 며느리, 개과 고양이, 같은 접시로 먹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란 말이다. 

그러니 "시어미니와 며느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나귀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Para que suegra y nuera se quieran, un burro, debe subir la escalera.”라는 속담이 있다. 나귀가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듯 고부가 서로 사랑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Si quieres ser buena suegra y por tu nuera alabada, ten la bolsa abierta y la boca bien cerrada.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며느리 칭찬을 받고 싶으면 지갑을 열고 입을 닫아라. 이 속담은 좋은 시어미니가 되기 위한 비유로 이런 시어머니이면 며느리 눈물 나게 고마울 것인데.

한편 Aquella es bien casada, que ni tiene suegra ni cuñada. 시어머니도 없고 시누이도 없는 그 여자 시집 잘 갔다는 속담은 불편한 시집 식구를 비유하고 있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란 한국 속담을 연상시킨다.

한편 Fui nuera, y nunca tuve buena suegra; fui suegra, y nunca tuve buena nuera는 내가 며느리였을 때 좋은 시어머니가 없었고,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좋은 며느리가 없었다는 말인데  어떤 여자가 며느리나 시어미니로서 운이 없었다는 것을 비유하는 속담이다.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의 장모와 사위는 영미 문화권과 유사하게 돈독하지 않다. 그래서 '사위와 장모는 자주 싸운다 Yerno y suegra riñen con frecuencia'라는 속담이 있다. 심지어 미운 장모를 이웃집 사람이나 친구에게 팔아먹는 인신매매를 마다하지 않는 비유를 하기도 한다.

¿Quiéres comprarme la suegra? ¿Cuánto quieres de ella? ¡Ya es tuya!  내 장모 사지 않을 텐가? 얼만데? 필요 없어, 벌써 자네 거야!

아무튼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위 사랑은 장모", "무던한 며느리 아들 맞잡이"라는 좋은 관계를 뜻하는 우리말 속담에도 불구하고 시어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는 서로 불편한 게 사실이다.

Suegra, nuera y yerno, la antesala del infierno. 시어머니(장모), 며느리와 사위는 지옥의 대기실이다. 이 속담은 피를 나누지 않은 시어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의 관계는 언제든지 '지옥'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비유이다. 그저 전면전을 펼치며 싸우지 않을 뿐이고 언제든지 그럴 수 있게 antesala (거실이나 응접실인 sala에 들어가지 전에 ante 있는 방- 대기실)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