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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관용구 tocar madera 나무를 만지다 knock on wood 나무를 두드리다 유래

by brasero 2023. 1. 30.

tocar madera는 문자 그대로 옮기면, '나무를 만지다/두드리다'인데,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RAE, 2023)이 정의한 것처럼 '불운이 오지 않기를 빌다'는 뜻의 관용구이다. 미국 영어로 knock (on) wood, 영국 영어로 touch wood라고 한다.

스페인어처럼 통속 라틴어에서 유래한 로망스어군에 속하는 포르투갈어와 프랑스어는 '나무를 만지다/두드리다'라고 하고, 이탈리아어는 '쇠를 만지다', 카탈루냐어(발렌시아어*)는 '쇠 또는 나무를 만지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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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어는 카탈루냐어의 남부 방언이다. 카탈루냐주와 발렌시아주와 마요르카가 있는 발레아레스섬은 카탈루냐어 언어권이지만 지방의 독립성과 자치권을 강조하기 위해서 발렌시아주는 발렌시아주에서 사용하는 카탈루냐어를 카탈루냐어라고 하는 대신 발렌시아어란 명칭을 선호한다. 

  • 포르투갈어 bater na madeira 나무를 두드리다. (네이버 포르투갈어사전 미등재)
  • 프랑스어 toucher du bois 나무를 만지다.
  • 이탈리아어 toccare ferro 쇠를 만지다.
  • 카탈루냐어 tocar ferro / tocar fusta 쇠를 만지다 / 나무를 만지다.

http://www.catalandictionary.org 카탈루냐어영어사전

'부정을 타지 않길 빌다 (행운을 빌다)'는 뜻의 tocar madera를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RAE의 정의를 번역하듯 뜻풀이를 했다. RAE의 un daño se considera posible는 "그렇게 되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하다"가 아니라 '일어날 법하다고 여겨지는 액, 화, 불운, 악운, 피해'이고 para alejar는 이런 액을 멀리한다는 뜻이다.

나무를 만지거나 두드리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원시시대의 토테미즘의 믿음이거나 켈트족이 나무에 신이 있어 나무를 만지면 신 또는 정령이 보호를 해준다는 미신에서 유래했다. 기독교인은 나무를 만지는 것은 십자가를 만지는 것과 같아 악운을 막는다고 믿고 있다.

ABC 2016.9.1 기사 - '나무를 만지다' 기독교 유래

하지만 영국의 민속학자 스티브 라우드(Steve Roud)는 <The Lore of the Playground : one hundred years of children's games, rhymes and traditions 운동장의 구비 전승- 아이들의 놀이, 운문과 전통 백 년 >(2010)란 책에서 19세기 영국 아이들의 'Tiggy Touchwood'란 술래잡이에서 술래에게 잡힌 아이가 문이나 나무와 같은 목재를 만지면 잡혀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에서 생겨난 개념이지 고대의 미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6, history. com).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는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음식을 먹기 전에 귀신에게 먼저 주면서 '고수레' 라고 외치거나 동짓날에는 팥죽을 집 주위에 뿌리거나 아이를 나으면 금줄을 친다. 또한 마을 입구에 나무 장승이 있고 큰 나무는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 관리 보존하고 있다.

tocar madera 구글 이미지검색

tocar madera는 작년에 타계한 스페인의 소설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ñana en la batalla piensa en mí>(1994)에 등장한다. 갑작스럽게 언니가 죽어버린 루이사가 점심 식사 자리에서 "2년 있으면 언니보다 나이가 많아지는데, 그때까지 살아 있는다면요, 믿을 수가 없어요 (Dentro de dos años ya seré mayor que ella, si vivo hasta entoneces. Es increíble)라고 하니, 아버지 테예스 씨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 하지 말고 나무나 만져라, 얘야 "No digas majadería y toca madera, niña"라고 말했다. 이후 루이사가 탁자보 아래 탁자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주인공 대필작가 빅토르 (죽은 루이사 언니의 애인)가 목격하고 이탈리아 사람인 루이사의 어머니의 혈통을 물려받은 미신을 믿는 것 같다고 하며, 사실 이탈리아에서는 철을 만진다 (también era supersiticiosa contribuía herencia italiana, aunque en Italia más bien tocan hierro)는 구절이 있다.

영어의 knock on wood / touch wood는 다른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가령, 1920년대  좌표를 잃은 세대를 그린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1926)의 16장에는 '나무를 두드리다' 대신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tapped with my finger-tips on the table"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이혼녀 브레트(Brett)가 19살의 투우사 로메로(Romero)를 만나 손을 만지며 손금을 보는 장면에 등장한다. 그녀는 친구 제이크와 그의 친구들과 그녀가 결혼할 남자 마이크(Mike)와 함께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린 산페르민 소달리기(encierro) 축제를 즐기고 있다. 로메로의 투우를 보고 난 뒤 사랑에 빠진 그녀는 그와 나중에 하룻밤을 보낸다. 로메로의 손금을 보고 브레트는 친구 제이크(Jake, 소설의 주인공이자 서술자 '나',  파리 주재 미국인 기자, 일차세계대전에 참가해서 부상을 당해 성불구자가 되었다)에게 손금이 훌륭하다고 말했고 이에 로메로가 나에게 직접 말하라고 해서, 로메로에게 말을 하니 그는 장수할 운명을 알고 있다며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제이크는 로메로의 말에 (부정이 타지 않기를 바라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때렸다. 이 행동을 본 로메로는 그렇게 불운을 막는 탁자를 두드리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로메로가 싸우는 투우는 그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It's a good hand," Brett said. "I think he'll live a long time."
"Say it to me. Not to your friend."
"I said you'd live a long time."
"I know it," Romero said. "I'm never going to die."
I tapped with my finger-tips on the table. Romero saw it. He shook his head.
"No. Don't do that. The bulls are my best friends."

"손이 아주 좋아요," 브레트가 말했다. "그는 아주 오래 살 겁니다." 
"제게 말하세요. 친구에게 말하지 말고요."
"당신은 아주 오래 살 거라고 말한 거예요."
"알아요." 로메로가 말했다. "전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로메로는 이런 나를 보고 머리를 저었다.
"아니, 그러지 마세요. 황소들은 제게 최고 가는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