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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표절'과 '대필'을 "글을 독창적으로 쓰지 않았다"라고 오역한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

by brasero 2021. 12. 16.

잘 알다시피 대필은 남이 대신 쓰는 글이고 표절 글은 남의 글을 몰래 따다 쓰는 글이다.

이렇게 타인이 대신 글을 써 주거나 남의 글을 훔치는 것을 스페인어로 '이 보요 빵은 제 오븐에 굽지 않았다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라고 비유한다. 보요 빵이 글을 은유하고 있고 '제 오븐에 굽지 아닌' 것이 대필이나 표절을 비유한다.

보요 빵은 스페인의 주식인 길쭉한 빵 (pan)과 다르게, 밀가루, 우유, 설탕, 달걀, 버터 따위의 재료로 만든 부드럽고 달콤한 빵, 가령 스페인의 스펀지케이크인 비쓰꼬초 (bizcocho, 우리나라에는 포르투갈어 카스텔라 casella로 알려져 있는 빵), 막달레나 (magdalena, 프랑스어로 madeleine 마들렌), 끄루아산 (cruasán, 프랑스어로 croissant 크흐와상), 머핀, 스콘, 마드리드빵 (suizo 스위쏘, '스위스'라는 이름의 마드리드에 있던 카페에서 최초로 만든 보요 빵, 스위스에서 만든 스위스 빵이 아님에 주의) 등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빵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보요 빵을 얻기 위해서는 재료의 비율과 오븐의 온도와 굽는 시간 등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요 빵을 만드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이나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마드리드빵 - bollo suizo 보요 스위쏘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을 한림원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DRAE, 2020)은 "말이나 글이 원래 저자이라고 하는 사람의 것이 아닌"것이라고 풀이했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작가가 말[글]을 독창적으로 쓰지 않았다"라고 오역했다.

DRAE의 풀이 "Para dar a entender que un dicho o escrito no precede originariamente de quien pasa por su autor."에 originariamente를 '독창적'이란 뜻으로 오해했기 때문에 오역이 생긴 것 같다. 사실 originariamente는 'A no procede originariamente de B'- A는 원래 B로부터 유래하지 않았다- 라는 구문에서 '원래'라는 의미이지 글에 창의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어지는 quien pasa por su autor는 '말이나 글의 작자라고 하는 사람' 즉 작자인 체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이 관용구는 글이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작자라고 하는 사람이 쓴 것 아니다는 뜻이다. 즉 표절(plagio)을 하거나 대필자(negro)가 썼다는 의미이다.

이 관용구는 널리 쓰이는 표현이 아니라 사용된 용례는 구글 검색에 한 건도 없었고, 단 두 개의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첫째, 1876년에 호세 무소 이 뽄떼스가 지은 <스페인어 은유와 속담 사전>의 105면에 "말이나 글이 작자라고 하는 사람의 창작(parto)이 아닌 것"이라고 풀이했다.

둘째, '서반아성어수책'이란 서중사전은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를 這實際不是他說的 -이것은 실제 그[작자]가 말한 것이 아니다, 這實際不是他寫的 - 이것은 실제 그[작자]가 쓴 것이 아니다, 這實際不是他想出來的 - 이것은 실제 그[작자]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 (轉, 口] 這實際不是他說的;這實際不是他寫的;這實際不是他想出來的"

이 보요 빵은 제 오븐에 굽지 않았다는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는 창의성이 없는 글이나 말이 아니라, 말이나 글을 자기 오븐에서 직접 굽는 대신 남이 구워 주었거나, 남의 오븐에 구워진 것을 슬쩍 자기가 구운 것처럼 한다는 대필이나 표절을 했다는 뜻임을 확인했다. 

다양한 보요 빵 - 보요초코, 올리브유보요, 계피보요 등

참고로, 관용구와 비유를 바르게 번역하는 능력이 부족한 구글번역기와 네이버의 파파고번역기는 Ese bollo no se ha cocido en su horno를 아래처럼 옮겼다. 보다시피 두 번역기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했다.

1. 구글번역기 - 보요 빵(bollo)과 보통 빵 (pan)을 구분하지 않았고 '보요 빵을 구운 그 오븐 (su horno)'을 "당신의 오븐"으로 오역했다.

2. 네이버 파파고번역기 - 구글번역기처럼 보요 빵(bollo)과 보통 빵 (pan)의 차이를 모르고, su horno의 su를 생략하고 '오븐'이라고 오역했다. 오븐에 굽지 않았으면 프라이팬이나 냄비나 돌이나 솥뚜껑 따위에 구웠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