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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스페인의 대구, 민대구, 보렁민대구, 청대구, 납작대구, 명태 bacalao, merluza, pescadilla, bacaladilla, faneca, abadejo

by brasero 2020. 9. 28.

스페인의 대구와 명태에게 바른 이름을 찾아 주고 있다. 스페인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구와 명태는 아래와 같다. 모두 대구목(조기어강, 대구목 gadiform)에 속하는 물고기이다.

  • bacalao (바깔라오) 대구, 대서양 대구 [학명: Gadus morhua- 조기어강, 대구목, 대굿과, 대구속]
  • merluza (메를루사) 민대구, 메를루사 대구 [학명: Merlcuccius merluccius - 조기어강, 대구목, 민대굿과, 민대구속]
  • pescadilla (뻬스까디야) 민대구 새끼 (보렁민대구)*
  • bacaladilla (바깔라디야) 청대구 [학명: Micromesistius poutassou - 조기어강, 대구목, 대굿과, 청대구속]
  • faneca (파네까) 납작대구 [학명: Trisopterus luscus - 조기어강, 대구목, 대굿과, 납작대구속]
  • abadejo (아바데호) 명태 [학명: Theragra chalcogramma- 조기어강, 대구목, 대굿과, 명태속]

*보렁대구는 대구 새끼를 일컫는 순우리말인데, 그러면 민대구 새끼는 보렁민대구이다.

스페인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태평양 대구(학명 Gadus macrocephalus)와 같은 대구속에 속하지만 구별하기 위하여 대서양 대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서양 대구는 미국 북캐롤라이나에서 그린란드까지의 바다, 스페인 북부 비스까야만의 북대서양, 영국해협(Canal de la Mancha), 북해, 발틱해에 서식한다. 이 대구는 스페인어로 '바깔라오(bacalao)라 한다(영어로 cod). 이 말은 고대 네덜란드어 bakeljauw 또는 kabeljauw와 관련이 있는 바스끄어의 bakailao에서 유래했다.

(대서양) 대구 bacalao (사진 azkuene.com)

민대구는 민대굿과의 민대구속(Merluccius)에 속하고 바깔라오 대구보다 몸이 뾰족하고 아프리카 북단의 북대서양과 지중해에 서식한다. 민대구는 스페인어로 merluza 또는 pescada라고 한다(영어로 hake). 보렁민대구(민대구 새끼)는 pescada의 마지막 모음 a를 떼내고 작다는 뜻의 축소 접미사 -illa를 붙여 pescadilla라 한다.

민대구 merluza
보렁민대구- 민대구 새끼 pescadilla

청대구 bacaladilla(바깔라디야, bacalá 또는 lirio라고 함, 영어로 blue whiting)는 북대서양과 지중해서 서식하는 작은 대구이다.

청대구 bacaladilla (사진 콘숨 Consum)

Faneca(파네까)는 대구, 민대구, 청대구보다 몸이 조금 납작하고 북대서양과 지중해에 서식한다. 영어로 bib, pout, pouting, pout whiting라고 하고 '납작대구'라고 옮기면 된다.

납작대구 faneca

abadejo명태(영어로 pollock, pollack)는 생물로 어물전에 누워 있는 대구류와 달리 뼈를 바른 채 냉동 살코기로 판매된다.

알래스카 냉동태 abadejo

이 생선들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아래와 같이 뜻풀이했다.

  • bacalao [어류] 대구
  • merluza [어류] 메를루사 (대구의 일종; 대구과의 심해어의 총칭; 야행성 육식어) 민대구
  • pescadilla [어류] 대구 새끼, 민대구 새끼, 보렁민대구
  • bacaladilla [어류] 작은 대구의 일종 청대구
  • faneca [어류] 대구의 일종 (Cantábrico 해(海)에 풍부함) 납작대구
  • abadejo [어류] 대구, 명태

bacalao는 대구라 했다. 괜찮다. merluza는 '민대구' 대신 음차해서 메를루사라고 했고 "대구과의 심해어의 총칭"이라고 했으나, 사실 민대구는 대굿과와 독립한 '민대굿과'에 속한다. 그러면 "대구과의 심해어의 총칭"이 아니다. bacadadilla는 "작은 대구의 일종"이 아니라 '청대구'이고 "대구의 일종"이라 한 faneca는 '납작대구'이다.

abadejo는 대굿과에 속하는 명태, 동태, 생태이지 대구가 아니다. 아바데호를 대구로 번역한 이유는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와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때문이라 생각된다. <돈 끼호떼>(1605)에 의하면 대구를 "...en Castilla llaman abadejo, y en Andalucía bacallao, y en otras partes curadillo, y en otras truchuela 까스띠야에서는 '아바데호(abdejo)'라 하고, 안달루시아에서는 바까야오(bacallao)라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꾸라디요(curadillo)' '뜨루추엘라(truchuela)' 라고 한다"고 했다.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 2020)도 아래처럼 abdejo를 1. bacalao와 동의어라고 풀이했고, 2. bacalao에 속한 생선을 보통 지칭하는 말이라고 했다. 

17세기에 까스띠야 지역에서 대구를 아바데호라 했고 DRAE가 bacalao와 동의어라고 했더라도, abadejo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경험적 진실을 고려하여 abadejo의 우리말은 대구가 아니라 대굿과에 속한 명태이어야 한다. 다만 스페인 사람들이 구분하지 않을 뿐이다. 날씨와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tiempo이고, 아침과 내일이 모두 mañana이고, 잠과 꿈이 sueño이듯. 우리말의 모, 벼, 나락, 쌀, 밥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arroz 한 단어뿐인 것처럼 개념은 문화에 따라 상대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badejo의 사전 풀이 말로 '명태'와 함께 '대구'를 병기해야  하는데 스페인의 어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바깔라오 대구)는 스페인에서 예부터 먹어온 물고기이다. 특히 사순절에 육식을 금해야 하는 금요일 고기 대신 먹는 귀중한 영양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나 대구 판매점의 염장 대구는 아무나 자를 수 있는 게 아니라 권위 있는 사람이나 가게 주인이 잘랐고, 그런 이유로 'cortar el bacalao'는 문자 의미로 '대구를 자르다'이지만 우리말에 주도권을 쥐다, 실제적 권한이 있다는 뜻의 '칼자루를 쥐다(잡다)' 또는 '채를 잡다'라는 관용구이다 (아래 RAE,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2022 참조).

RAE 대구를 자르다 - 주도권을 행사하다 ->칼자루를 쥐다, 채를 잡다

이 대구는 어물전 좌판에 생대구로, 또는 염장 대구(bacalao en salazón, bacalao salado), 뼈를 바른 냉동 대구,  잘게 찢은 채(migas de bacalao)로 판매된다.

잘게 찢은 대구- migas de bacalao

요리법은 다양하다.

  • 대구 오븐구이 (bacalao al horno 바깔라오 알 오르노)- 알리올리, 마요네즈 소스를 하고 여러 가지 채소, 토마토, 감자와 함께 오븐에 구운 대구
  • 대구 철판구이 (bacalao a la plancha 바깔라오 아 라 쁠란차) 
  • 대구감자탕/대구감자조림 (bacalao con patatas 바깔라오 꼰 빠따따스
  • 대구꿀요리 (bacalo a la miel 바깔라오 아 라 미엘  ) - 꿀이 들어가는 대구 요리

구글 검색창에 위 요리를 검색하면 수없는 종류가 뜬다. 가령 꿀을 이용한 대구 요리, bacalao a la miel은 아래와 같은 결과가 검색된다. 살펴보면 오븐과 써머믹스를 사용하는 요리, 오렌지(naranja), 양파 콩피(cebolla confitada), 겨자(mostaza), 건포도와 잣(pasas y piñones), 견과(frutos secos)와 함께 이용한 조리법이 있다.

또한 대구 요리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 바깔라오 알삘삘 (bacalao al pil pil)- 스페인 북부의 빠이스 바스끄 대구 요리로 마늘, 고추와 대구를 올리브유에 서서히 익혀 대구의 젤라틴과 올리브유를 섞은 소스로 만든다.
  • 바깔라오 알라 야우나 (bacalao a la llauna) - 까딸탈루냐의 대구 요리로 올리브 오일, 콩, 붉은 파프리카 가루 등을 넣어 조리한다.
  • 바깔라오 알라 비스까이나 (bacalao a la vizcaína) - 빠이스 바스끄의 붉은 건파프리카(pimiento choricero)가 들어간 비스카이나 소스로 요리한 대구 요리이다.
  • 바깔라오 알라 리오하나 (bacalso a la riojnana) - 리오하 지역의 대구 요리
  • 바깔라오 도라도 (bacalo dorado) - 스페인 전국에서 해 먹는 포르투갈식 대구 요리, 포르투갈어로 bacalhau à Braz 라 한다.

반면, 민대구는 '메를루사 엔 살사 베르데(merluza en salsa verde)와 '메를루사 알라 마리네아(merluza a la marinea)' 등의 요리가 있다. 메를루사 엔 살사 베르데는 "바스끄식 민대구(merluza a la vasca)"요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푸른색 소스(salsa verde)'로 민대구(메를루사)를 요리하는 것이다. 푸른색은 파슬리 때문이다.

■ 메를루사 엔 살사 베르데(merluza en salsa verde) = 바스끄식 민대구 조리법

●재료: (2인분) 민대구 4쪽, 마늘 2쪽, 양파, 바지락(almeja, 영어로 calm) 한 움큼, 백포도주 125ml, 생선 육수 250ml, 밀가루 한 숟가락, 파슬리(perejil 뻬레힐) 한 움큼, 소금, 올리브유

1. 소금물에 바지락을 담가 해감한다.
2. 마늘을 잘게 썰고 양파도 잘게 썬다.
3. 파슬리를 잘게 썬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어 익히다가 양파도 넣어 익힌다.
5. 양파가 노릇하게 익으면 밀가루를 넣는다.
6. 생선 육수와 백포도주와 소금을 넣고 끓인다.
7. 파슬리를 넣는다. 잘 섞어 10분 정도 끓인다.
8. 민대구에 소금을 조금 쳐서 프라이팬에 넣고 바지락조개를 넣고 뚜껑을 닫고 5분 조리한다.

청대구, 보렁민대구, 납작대구, 명태는 오븐구이, 철판구이를 해 먹거나 튀김 등 여러 가지 조리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