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알싸한 걸 보니 마늘을 먹었어 Quien se pica ajos come - 뜨끔한 걸 보니 찔리는 데가 있어

by brasero 2020. 7. 4.

Quien se pica ajos come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맵다는 사람, 마늘을 먹었다'는 뜻인데 상대방이 숨기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말할 수 있는 속담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예로 들어 보자. 햄릿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까지 차지하며 왕이 된 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햄릿은 어버지가 살해된 장면이 있는 비극을 숙부에게 보여주었다. 자기 범죄가 떠올라 숙부는 극을 보다 말고  일어나 나가버린다. 나갈 때 햄릿은 숙부에게 Quien se pica, ajos come라고 외칠 수 있다. '따끔거리는 걸 보니 마늘을 드셨나 봅니다"란 뜻인데 죄가 들통날 것 같아 짜증이 나거나, 저지른 죄를 후회하거나, 회한을 매운 마늘 맛에 비유한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온 남친에게 알리바이를 추궁하자 남친이 어떤 질문에 움찔하며 안색이 변하거나 눈길이 이상해지면 남친에게 Quien se pica, ajos come라고 말할 수 있다. 나쁜 짓을 하고 감추려고 했으나 뜨끔한 거 아니냐는 뜻이다. 

감추려고 하다 들켜서 뜨끔하지 않는냐는 뜻의 Quien se pica ajos come(맵다, 마늘, 먹다)와 같은 낱말의 옷을 입은 우리말 속담은 없다. 한국어에 마늘이 들어가는 속담은 단 하나이다. 그것도 마늘이 아니라 마늘씨이다. 그 속담은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씨도 파먹겠다'이다. 이는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와 유사한데 욕심이 사나워 남의 것을 몹시 탐내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로 '호랑이 코빼기에 붙은 것도 떼어 먹는다'와 같은 속담이라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 매운 맛의 고추나 고춧가루나 후추가 들어가는 속담이나 관용구를 뒤져도 결과는 시원찮다. 이런 마늘, 고추 등을 포기하면 그나마 이 스페어 속담과 유사한 느낌이 드는 관용구나 속담이  있거나 아니면 표현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Quien se pica ajos comes에 해당하는 우리말 속담은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또는 '식혜 먹은 고양이 상'이라 할 수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지은 죄가 있어 자연스럽게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고, 속담, '식혜(감주) 먹은 고양이 상'은 제가 저지른 일이 탄로날까 두려워 근심이 가득한 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런대로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굴지게 성에 차지 않는다. 제 발이 저리거나 식혜 먹은 고양이의 조바심이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스페인어 속담의 톡 쏘는 마늘 맛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자극을 받아 마음이 깜짝 놀라거나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을 뜻하는 관용구가 있다.  '가슴이 뜨끔하다'와 '가슴이(에) 찔리다'인데, 이를 활용해 '(가슴이) 뜨끔한 걸 보니 (가슴이) 찔리는 데가 있다' 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매운 마늘 맛을 전달하는 것 같다. 비록 마늘이란 낱말이 없지만 알리신의 알싸한 마늘 근처에 가는 것 같다. 이로써 Quien se pica ajos comes를 우리말로 옮긴 껄렁한 사연을 마무리한다. 

*Quien se pica ajos come. = El que se pica ajos come. = Quien se quema, ajos ha comido. = Quien se pica, ajos ha comido. = Al que le pique, que se rasque. 

*라몬 토라도 (Ramón Torrado) 감독의 스페인 영화 <Amor a todo gas 초고속 사랑>(1969)에 남자 주인공(택시운전사)와 그의 여자 친구, 가수가 서로 숨기는 것이 있어 양심에 찔리지 않는냐고 노래와 말로 사랑의 언쟁을 하는 장면. Quien se pica ajos comes가 수차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