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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새

세가락메추라기 torillo 소처럼 우는 메추라기 닮은 작은 새

by brasero 2024. 3. 10.

torillo[또리요]는 황소 toro와 축소 의미 접미사 ~illo가 합성한 낱말로, 문자 그대로, '작은 황소'란 뜻인데, 소 울음과 유사한 소리를 낸다는 '세가락메추라기'이다. '세가락'은 발가락이 세 개인 조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 사진 oiseaux.net, Singhal Sunil

그러면 발가락이 세 개이고 우는 소리가 황소 같은 새가 세가락메추라기 torillo이란 말인데,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메추라기(codorniz)를 닮은 새이지만 크기가 작다'라고 간단하게 정의했다. 

세가락메추라기 울음소리 SEO에서 청취 - 빈 유리병 주둥이에 대고 부는 소리나 황소 같은 소리를 낸다.

https://seo.org/ave/torillo-andaluz/

이렇게 소 우는 소리를 내는 새로 백로과의 '알락해오라기(avetoro)'도 있다. avetoro는 ave(조류)와 toro(황소, 투우)가 합쳐진 단어이다. 알락해오라기는 세가락메추라기보다 몸집이 크다. 세가락메추라기는 약 15 cm로 작지만 알락해오라기는 70~80 cm로 크다. 두 새의 울음소리를 비교해 보자.

알락해오라기 울음소리 SEO에서 청취

https://seo.org/ave/avetoro-comun/

둘 다 우우 우우 하고 소처럼 우는데, 덩치가 큰 알락해오라기의 음역이 깊고 넓다. 빈 유리병에 바람을 부는 소리로 비유하면, 세가락메추라기는 작은 병의 주둥이에 바람을 부는 소리가 나고 알락해오라기는 크고 깊으며 바닥이 넓은 병의 주둥이에 대고 바람을 부는 소리가 난다. 두 조류의 스페인어 명칭처럼 세가락메추라기는 '작은 황소 torillo'처럼 울고 알락해오라기는 보통 '황소 toro'처럼 운다.

이런 torillo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한국어 종 명칭 대신에 스페언 발음을 빌려 '또리요'라고 적고, "메추라기 비슷하나 더 작은 새"라고 DRAE의 묘사를 그대로 옮겼다. 

세가락메추라기는 메추라기를 닮았지만 메추라기과의 새가 아니라 세가락메추라기과의 세가락메추라기속(Turnix)에 속하는데, 지구상에 16종이 있다. 스페인에는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 또는 '스페인세가락메추라기'(torillo andaluz, 학명 Turnix sylvaticus)가 있었다. 2018년 8월 31일 부로 이베리아반도에서 멸종되었고 2021년 유럽에서 멸종이 선언되었다. 현재 아프리카 북부, 이란 동부, 미얀마, 태국, 중국 남부, 인도차이나 북부, 대만, 자바섬, 필리핀 등에 서식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세가락메추라기 분류체계
스페인세가락메추라기, 사진 ebird Soumendu Das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는 모든 세가락메추라기가 그렇듯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색이 화사하다. 번식을 암컷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6월에서 9월까지 번식기에 암컷이 수컷에게 먹이를 구해주며 구애를 하고 교미를 한다. 암컷이 수컷의 도움을 받아 둥지를 만들고 4~5개 알을 낳는다. 포란은 수컷이 하고 부화하면 수컷이 돌보고, 암컷은 다른 수컷을 만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수컷보다 색이 더 밝고 화사하나 뚜렷하게 구별될 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암컷이나 수컷의 상체는 검은색, 회색, 홍갈색 반점이 있다. 정수리에서 시작해 머리 뒤쪽 중앙을 가로지 담황색의 띠가 있다. 

흰색의 얼굴에는 거무스레한 점이 박혀 있다. 멱의 상부는 희고 하부와 가슴은 황갈색이다. 가슴 아래로 검은 점이 있다. 등에 갈색 무늬가 있다. 수컷은 암컷보다 색이 더 여리고 칙칙하다.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 암컷(좌)과 수컷(우) - 암수 색이나 무늬가 유사하나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세밀화 birdsoftheworld)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 암컷, 학명 Turnix sylvaticus sylvaticus, 사진 https://magornitho.org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작은 세가락메추라기는 야행성이고 풀숲에서 걸어 다니기 때문에 관찰하기기 쉽지 않다. 놀라도 날지 않고 뛰어 도망가는 편이다. 날아도 비행 거리가 멀지 않다. 주로 씨앗이나 곤충을 먹이로 한다.

우리나라에 여름철새 또는 봄과 가을에 지나가는 나그네새로 찾아오는 세가락메추라기(torillo tanki, 학명 Turnix tanki)는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과 다르게 다리가 노란색이다. 그래서 영어 명칭이 yellow-legged buttonquail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우리나라 철새인 세가락메추라기 학명

아래 사진에서 보듯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보다 암수 차이가 분명하다. 무늬와 반점은 비슷하나 암컷의 색이 더 화사하다. 

세가락메추라기(Turnix tanki) 암컷, ebird, Krit Adirek, 태국
세가락메추라기(Turnix tanki) 수컷, ebird, Wolfe R, 태국

우리나라의 세가락메추라기(torillo tanki)도 모든 세가락메추라기처럼 암컷이 번식을 주도하는 모계 우선 조류이다.  

세가락메추라기(Turnix tanki ssp. tanki) 사진 iNatualista Uday Agashe 인도 서부

스페인에서 멸종된 안달루시아세가락메추라기 torillo andaluz 유튜브

우리나라 여름 철새, 나그네새인 세가락메추라기 yellow-legged buttonquail 사진, 울음소리, 영상 - ebird

https://ebird.org/species/yelbut1

인도, 필리핀 등에 서식하는 세가락메추라기(torillo batallador, 학명 Turnix suscitator) 사진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