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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새

알락해오라기 avetoro 황소처럼 울부짖는다

by brasero 2024. 3. 4.

avetoro[아베또로]는 ave(새)와 toro(황소)가 합쳐진 낱말로, 생김새가 황소 같은 것이 아니라, 울음이 황소 같은 알락해오라기이다. 같은 논리로, 알락해오라기는 영어로 bittern이라고 하는데, bittern은 중세 영어의 '황소'와 '해오라기'가 결합된 말이다. 프랑스어 butor étoilé는 문자 그대로 '황소' '점이 박힌'이란 뜻인데, 이는 알락해오라기의 학명 Botaurus stellaris(점이 박힌 황소)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황소의 울음과 몸에 박힌 점이나 줄을 형상화한 낱말이다. 

그러면 한국어도 '황소새' 또는 '우조'(鳥, 소 우, 새 조)라고 할 법하지만* (주 1) , 해오라기는 해오라기인데 몸에 점이나 줄이 섞여 있어 '알락'이란 말을 붙여 '알락해오라기'라 한다.

* 주 1. 사실 우리말 새 이름에는 우는 소리를 딴 것이 많다. 뻐꾸기, 뚜루뚜루 운다고 두루미(학), 왝왝 운다고 왜가리, 부엉부엉 부엉이, 소쩍소쩍 소쩍새, 껑껑 우는 꿩, 쏙쏙 우는 쏙독새, 휘파람새, 삑삑도요, 꺅도요, 뜸부기,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내는 물레새, 딱따구리, 크낙새, 종다리 등.

알락해오라기의 울음소리 - Oiseaux.net - Voix - Chant et Cris에서 황소처럼 움움 하는 소리 - 황소 소리나 안개 낀 날 선박에게 주의하라고 울리는 무적 소리와 유사하다. 

https://www.oiseaux.net/oiseaux/butor.etoile.html

알락해오라기 (사진 oiseaux,net,Herve Enoch, 프랑스)

우리말 해오라기는 15세기 하야로비가 변한 말인데 '하야'는 '희다'는 뜻이고, 그래서 해오라기는 백로과에 속한 조류이다.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avetoro를 "사자처럼 갈색이고 머리가 검고 날개에는 검은 줄이 있는 왜가리(garza)와 닮은 섭금 조류"라고 묘사했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섭금류의 새'라고 오역했다. 섭금류(類, 건널 섭, 짐승 금)의 새는 다리, 부리, 목이 길어 물속에 있는 물고기나 벌레를 잡아먹는, 가령, 쇠백로,중대백로, 해오라기, 왜가리, 황로, 흑로 따위를 아우르는 말이다. 

알락해오라기 (사진 SEO)

알락해오라기의 몸길이는 69~80 cm이고, 암수의 색깔이나 무늬가 다르지 않는데, 이마와 머리꼭대기는 검은색이고, 목에 황갈색 줄이 있고, 가슴과 배에도 진한 갈색의 띠가 있다. 날개에는 검은 띠가 있다. 

알락해오라기 (사진 oiseaux,net, Stanislas Gallen)

유럽과 아시아의 온대 지역과 스웨덴과 핀란드, 동쪽으로 사하린과 일본 호까이도 지역에서 번식을 한다. 번식지의 남방 한계선은 지중해와 흑해와 이란, 아프가니스탄, 카라즈크스탄, 몽골과 중국 북부이다. 일부 개체는 모로코와 알제리와 튀니지에 서식한다. 남쪽 한국, 일본, 남유럽으로 남아시아 등에서 월동한다. 스페인의 텃새라서 연중 관찰할 수 있다. 

알락해오라기는 주로 갈대밭에서 생활하지만, 늪이나 호수와 풀이 무성한 유속이 느린 강변에도 터전을 잡는다. 

알락해오라기  (사진 oiseaux,net, Alain Chappuis)

알락해오라기 수컷이 우는 장면 

스페인 까스떼욘의 알락해오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