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의 소설 ≪올소울즈 Todas las almas≫(주 1)는 불안과 동요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이다 (주 2). 그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2년 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과 번역을 가르치는 불확실한 신분(una identidad brumosa 안개 같은 신분)으로 흔들리는(perturbado)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소설에서 긍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불안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no fuera gran cosa, 1989 p.239)는 조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자면, 폭풍이 만물을 휩쓸어버릴지 모르지만 대지는 제 자리에 있듯 요운(妖雲, 불길한 낌새가 있는 구름)을 떨쳐버릴 기지가 그에게 있었다.
그래서 13장에 그가 옥스퍼드를 떠난 후 죽은 두 교수, 그 죽은 사람을(alma muerta) 회상하며 한 때 주인공 또는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살아 있지만 죽은 사람, 생중사(un vivo muerto, 1989. p.182) (주 3) 상태였다는 역설을 고백한다. 그렇다고 낙담과 실의에만 젖어 있을 그가 아니다. 대신 희망의 그림자인 불안과 떨림의 파토스를 표현한다. 사르트르에 기대에 말하면, 미래가 있기 때문에 불안으로 떨 수 있는 것이다.
정적이고 당밀에 절여진,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옥스퍼드이지만 불안하고 동요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이 도시에서 주인공은 세상 밖에 나온 또는 세계의 다른 물질이 된 것같이 부서지기 쉬운 나약한 날을 흔들리며 보내고 있다. 30대 후반의 주인공은 적포도주를 vino tinto라 하는 대신 vino rojo (주 4)라고 할 만큼 스페인을 벗어났지만 스페인 사람들과 다른 영국인의 시선이 어색하고, 스페인 문학보다 다양성이 있는 영문학에 차이를 느끼고, 유명한 영문학 퇴임 교수에게 경외감이 드는 뒤숭숭한 존재가 되어 있다. 이런 불안감은 돌이켜보면 일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일시적이었지만 느끼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정서였다.
다시 말하면, 1983년 소설 ≪세기 El siglo≫ 이후 1986년 ≪감상적인 남자 El hombre sentimental≫와 세계적인 소설가로 발돋움한 1992년 ≪새하얀 마음 Corazón tan blanco≫ 사이에 발표한 이 소설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확실성의 전전긍긍이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비관과 무기력보다 극복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 소설은 로맨스이고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죽은 영혼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보다 존재가 앞서는 도시 옥스퍼드에서 이름 없는 주인공이자 서술자, 미혼의 '스페인 신사'는 영국인 여교수의 눈에서 자신의 유년을 보고서 사랑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그에게 사랑은 육체의 긴장을 풀고 생각할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동료 교수의 부인, 여교수와의 밀회가 발각되지 않으려고 과장되고 스스럼없는 그녀에게 - 그녀는 늘 이탈리아제 구두를 신으며 호텔에 들어가면 발가락으로 걸어 신발을 벗어 던져버린다 - 남편의 질문에 대답하는 요령과 비밀을 감추는 방법을 일러주며 현실적인 조바심을 떨쳐버리기도 했다.
여교수 클래러 베이즈가 아픈 아들을 보살피는 동안 관계가 쓰렁쓰렁해진 주인공은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희귀한 책 수집에 고부라진다. 초자연 현상과 공포물의 대가 아서 매컨(Arthur Machen)의 책을 구하다가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존 고스워드(John Gawsworth)를 알게 된다 (주 5). 카리브해의 작은 섬 레돈도 왕국의 왕이자, 공포물과 미스터리물을 수집했고, 영국 왕립문학원의 최연소 회원이었고, 시인 예이츠와 친분이 있었고, 소설 ≪더브빌가의 테스≫와 ≪비운의 주드≫를 지은 죽어 가는 토마스 하디를 방문했던 전도 유망한 작가인 고스워드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50대에 펜을 던지고 런던을 배회하는 거지가 되어 주정뱅이로 병사했다. 마리아스는 이런 작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생겼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여는 이 소설을 쓰며 불확실성에 (주 6) 고민하지 않았다면 자의식이 강하고 민감한 감수성의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소설은 가짜였을 것이다 (주 7). 저명한 영문학 퇴임 교수 라이란드의 집, 시간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는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며 '하강하는 기분',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접고 붙잡고 있는 모두를 털어버리고 '시간의 뒷면, 시간의 검은 등'(el revés del tiempo, su negra espalda, 1989 p.163)(주 8) 뒤로 사라져야 한다는 불가항력을 생각했다. 실패와 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옥스퍼드시에 방황하는 비렁뱅이들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존 고스워드 같은 불운에 빠질 수도 있지만 아픈 아들 곁을 지키는 애인을 만날 수 없는 주인공은 나이트클럽을 찾는다. 세르반떼스 전문가인 영국인 동료 교수의 소개로 숲과 강 냄새가 나는 영국 시골 아가씨를 만나, 4번 결혼한 고스워드처럼 살을 섞는다. 여교수 애인의 몸보다 뜨겁고 옥스퍼드로 오는 기차를 기다리다 디드콧(Didcot) 역에서 우연히 만났던 마음을 들뜨게 했던 모르는 그 여자의 몸은 차가울 것이라고 상상한다.
친정아버지 노인과 아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간 여교수 애인을 쫓아 간 주인공은 식당에서 아들의 눈에서 '하강하는 느낌'을 보고, 고스워드의 퇴락과 질병으로 죽어 가는 동료 교수 크로머 블레이크를 생각하며 혼란스럽다. 수없는 키스를 나누었던 애인을 보고, 아이에게 키스, 노인에게 키스, 노인과 아이, 애인과 노인, 마드리드 거리에 아이들, 애인에게 키스, 두 개념이 연관되면 생기는 두려움과 공포, 서서히 하강하는 느낌, 아이의 파란 눈에서 발견한 어지럽게 떨어지며 불타 사라지는 느낌, 불안이 정점에 이른다. 퇴임한 영문학 교수의 집 앞에 흐르는 강, 애인의 어머니가 본 검푸른 강, 옥스퍼드 주변의 강, 스페인 과달끼비르강, 주인공 집 주변의 강, 그 강으로 달려가 구토를 하고 싶을 극도의 착란을 경험한다.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생각에 휴식을 주기 위해 말을 해야 한다. 애인에게 말하리라, 헤어지지 말자고, 그녀 곁에서 하강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옥스퍼드를 떠나기 전 여교수 클래러 베이즈가 운전한 자동차로 영국 남동부에 있는 휴양도시 브라이턴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런던을 지나 남쪽으로 가며 스페인 신사, 주인공은 본인이 운전을 하는 착각이 들었다. 해변을 거닐고 나서 로열 파빌리언 호텔로 돌아와서 불가능한 줄 알지만 거절할 것을 뻔히 알지만 그녀에게 마드리드로 같이 가자고 '프로포즈' 같지 않은 제안을 한다. 유통 기한이 넘은 애인은 별 탈 없는 삶을 해친다는 평범한 진리로 마음 상하지 않게 훈계하며 같이 갈 수 없다는 현실에 충실한 선택을 한 후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애인을 너무 오래 사귄 덕분에 집에서 쫓겨난 임신한 어머니는 인도 델리를 가로지르는 검푸른 야무나강으로 애인의 손을 놓고 떨어져 자살을 했다고 한다 (주 9). 어머니의 애인은 작가 마리아스 또는 소설의 주인공을 홀릴 것 같은, 낙하하는 어머니를 잡아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팔이 억센 남자, 테리 암스트롱(Terry Armstrong), 즉 존 고스워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옥스퍼드를 떠나 마드리드에 정착한 주인공은 루이사와 결혼을 했고 어린 아들을 실은 유모차를 몰고 가끔 엘 레띠로 공원을 거닌다 (주 10). 존 고스워드가 런던에서 술병을 싣고 다니던 커다란 유모차를 떠올린다. 2년 동안 옥스퍼드 생활에 함께한 불안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가는 가벼운 당혹감였지만 그래도 느끼는 사람은 지나칠 수 없는 정감이었다. 친했던 세 교수 중 두 명은 죽은 영혼이 되었고, 그때의 마리아스도 죽었고 그의 과거는 사라졌지만, 망각하지 않으려고 써 놓은 이 소설에 고스란히 되살아나 있다. 그의 애인 여교수와 그녀의 아들은 잘 살고 있고, 그녀의 남편 에드워드에게 애인이 생겼다.
<각주>
1. ≪Todas las almas≫(1989)는 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 1951~2022)의 여섯 번째 소설 (장편 소설로는 다섯 번째)로 그를 유명 작가로 만든 작품이다. Todas las almas는 직역하면 '모든 영혼들'이지만 옥스퍼드대학교의 단과대학 'All Souls 올소울즈'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학의 명칭은 죽은 영혼들을 위한 날에서 유래했다. 소설은 자서전적이고 옥스퍼드대학교의 동료 교수들과 옥스퍼드시의 실제 인물이 허구화된 로망 아 클레(roman à clef) 같다. 소설은 프랑스어로 ≪Le roman d'Oxford≫ '옥스퍼드 로맨스'로, 영어로는 ≪All souls≫ '올소울즈'로 번역되었다.
2. 이 불안과 동요(perturbación)는 후속 소설 ≪새하얀 마음 Corazón tan blanco≫(1992)의 주인공인 통역사, 후안 란스가 루이사와 결혼해서 변화된 생활에 느끼는 불편(malestar)과 불쾌한(desagradable) 정감이 되었다가, 이 후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ñana en la batalla piensa en mí≫(1994)에서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대필 작가인 빅또르와 재미를 보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유부녀 마르따의 불편(malestar), 우울(depresión), 두려움(miedo) 따위의 파토스로 확장되고, 같은 소설의 5장 스페인 국왕을 접견하며 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떼예스 씨가 빅또르에 당부하며 사용한, 오늘날 잘 쓰지 않는 낱말 malquistar(일쩝다, 척지다, 서름하다)라는 느낌으로 탈바꿈한다.불안과 동요는 2017년에 발표한 ≪베르따 이슬라 Berta Isla≫에 베르따의 남편 또마스 네빈손이 느낀 감정이기도 하다. 그가 가족을 떠나 20년동안 영국 정보원직을 수행한 일은 'pertuba' 했다고 옥스퍼드 대학교의 스승인 사우스워스(Southworth)에게 털어놓았다.
3. 'un vivo muerto'를 죽었지만 살아 있는 상태인 '생중사(生中死)'로 번역했다. 현재의 삶이 죽을 지경이라는 비유적 뜻으로 읽을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의 혼령인 유령(fantasma)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산다는 모순어법을 표현한 것이다. 나아가 자신을 유령으로 보면, 즉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인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과거와 죽은 자신이 유령으로 살면서 보는 미래의 삶은 마리아스의 소설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해석하는 유령학의 열쇠이다.
4. 스페인어로 적포도주는 영어 red wine처럼 vino rojo(붉은색 포도주)가 아니라 vino tinto(암적색 포도주 - tinto는 '염색하다', '색을 들이다'라는 뜻의 동사 teñir가 어원)이다. 소설에 적포도주를 vino tinto 대신 vino rojo라고 적었다. 영어 개념을 그대로 옮긴 표현이다.
5. 존 고스워드의 본명은 테렌스 이안 파이톤 암스트롱(Terence Ian Fytton Armstrong, 1912~1970)으로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미스터리와 공포소설 수집가이자 편찬자이다. 초자연 미스터리와 공포물의 대가, 보르헤스가 존경했던, 아서 매컨(Arthur Machen, 1863~1943)과 공포물 작가 쉴(M. P. Shiel, 1865~1947)을 추종했고 쉴 사후 사망한 작가의 작품 관리자 (albacea literario, 영어 literary executor)로 카리브해의 작은 섬 레돈다(Redonda)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아 스스로 후안 1세(Juan I)라고 불렀다. ≪올소울즈≫에는 그의 사진 두 장이 실려 있다. 마리아스는 그를 이 소설에 언급하고 추모한 보답으로 쉴과 존 고스워드의 사망 작가 작품관리자가 되어 왕위를 계승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 레돈다는 마리아스가 설립한 출판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6. 불확실성(incertidumbre)은 마리아스 소설의 중심 철학이다. 깜깜한 밤에 그은 작은 성냥불 하나는 어둠에 잠긴 모두를 밝히기보다 되려 주위의 거대한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문학으로 우리 인생을 다양한 면을 전부 말할 수 없고, 글쓰기로 인생을 죄다 알 수 없다.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모두 담아낼 수 없는 언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인생의 한 측면을 알려주기만 해도 충분한데 나머지는 모두 불확실하고 모호한 미결정의 그늘, 어둠(sombra)에 싸여 있다. 어둠에 묻힌 나머지는 불확실성을 이루는 광대한 영토이지만 진실 또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진실이고 사실일 보장은 없는 데서 불확실성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더 근원적이다. 마리아스는 소설 ≪수평선을 달리는 항해 Travesia del hoizonte≫(1972)에서 소설가 알레드지(Arledge)의 소설을 연구한 미스 버닝의 입을 빌려 '불확실성을 연장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Hay que saber prolongar la incertidumbre'고 했듯 불확실성은 마리아스의 소설을 키워낸 기름진 토양이고, ≪당신의 내일 얼굴 1 열과 창 Tu rostro mañana 1 Fiebre y lanza≫(2002)에서는 '확실성은 전염병 같아서 철폐되었기 때문에 porque las certezas se han abolido, como si estuvieran apestadas' 아무도 확실하게 알고 싶지 않다고 했고 '완전무결한 부정확성 indefectiblemente impreciso' 이 세상의 약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라고 선언했다. 그런 까닭에 ≪베르따 이슬라 Berta Isla≫(2017)에서 알 수 없는 남편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vivir en la certeza absoluta es aburrido 절대적인 확실성으로 사는 것은 지겨운' 것일 수밖에 없다.
7. 마리아스의 불확실성이나 자의식의 근원을 살피려는 연구자가 있다면 경험을 토대로 지은 자서전적인 ≪올소울즈≫(1989)와 ≪올소울즈≫의 창작 과정을 설명한 소설 ≪시간의 검은 등 Negra espalda del tiempo≫(1998), 일인칭시점과 전지적작가시점을 혼용한 장편소설 ≪세기 El siglo≫(1983), 단편소설 셋과 에세이와 희곡 각각 하나를 엮은 ≪시간의 군주 El monarch del tiempo≫(1978)와 그가 21세 때 완성한 두 번째 장편소설, 헨리 제임스, 조셉 콘래드, 코난 도일을 혼성모방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작가와 예술가와 과학자를 태운 배가 남극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 ≪수평선을 달리는 항해 Travesia del horizonte≫(1972)를 톱아보아야 할 것이다.
8. '시간의 뒷면, 시간의 검은 등(el revés del tiempo, su negra espalda)'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1611)의 1막 2장에 밀라노의 공작 프러스페로가 딸 미란다에게 과거를 회상해보라고 하며 말한 'In the dark backward and abysm of time (시간의 검은 뒷면과 심연)'을 마리아스가 스페인어로 번역해 인용한 말이다.'시간의 검은 등(Negra espalda del tiempo)'은 1994년 소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ñana en la batalla piensa en mí≫에서 경구처럼 반복했고, ≪올소울즈≫를 해석하는 아포리아(난제)이며 마리아스 개인과 가족 얘기를 하는 1998년에 출간한, 픽션이 아닌 소설, 가짜 소설(falsa novela)의 명칭이기도 하다. ≪당신의 내일 얼굴 2 춤과 꿈 Tu rostro mañana 2 Baile y sueño≫(2004)에서는 시간의 '검은 등'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살았던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29살에 요절한 크리스토퍼 말로(1564~1593)의 불행하고 어둠에 싸인 삶과 죽음을 은유한다. 또한 소설 ≪베르따 이슬라 Berta Isla≫에서는 주인공 베르따는 10년 넘게 집에 돌아오지 않아 법률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은 영국 정보원에 근무하는 남편 또마스 네빈손은' 시간의 검은 등'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9. 여교수의 어머니는 애인이 있는 사실과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비밀이 드러나 자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새하얀 마음≫에 주인공 후안 란스의 이모 떼레사 아길레라도 비밀이 드러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후안의 아버지 란스가 떼레사와 결혼을 하기 위해 첫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안 테레사는 죄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신혼여행이 돌아오자마자 화장실로 가 가슴에 총탄을 박고 자살했다. 던컨 왕을 살해하고 피 묻은 칼을 닦고 난 뒤 맥베스 부인이 맥베스에게 '새하얀 마음을 가진 것이 부끄럽다'고 말한 것처럼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순백의 떼레사는 왕을 죽이도록 부추긴 맥베스 부인처럼 공범이었다는 과오와 비겁함을 뉘우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는 것, 이야기로 알게 된다는 것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소설에 종종 불상사나 죽음 따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10. 소설과 다르게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자식이 없다. 출판사 레돈다의 운영과 유산 문제로, 물론 사랑했으므로, 20년 간 친구였던 까르메 로뻬스 메르까데르(Carme López Mercader)와 2018년에 결혼했다. 그녀는 이전 혼인에서 얻은 자식 둘이 있다. 결혼 4년 만에 애연가였던 마리아스는 코로나 19 폐렴으로 71세에서 아흐레가 모자라는 2022년 9월 11일에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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