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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소설 번역- el paquete 꼬툭튀

by brasero 2023. 2. 17.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RAE)은 paquete를 소포, 꾸러미를 포함해 12개 의미를 정의했다. 이 중 7번은 '조인 옷 아래 불거져 나온 남성 성기' 즉 '꼬툭튀'이고 11번은 쿠바, 푸에르토리코, 코스타리카에서 쓰는 의미 '거짓말'이다.

paquete는 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1951~2022)의 소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naña en la batalla piensa en mí>(1994)에 등장한다. 소설 3장은 주인공 시나리오 작가이자 대필 작가인 빅토르가 죽은 마르타의 전화응답기의 녹음테이프를 듣는 것과 그녀의 장례식에 간 장면이다. 마르타는 그녀의 집에서 빅토르와 로맨스를 즐기려다 침대에서 그에게 안겨 죽은 여자이다. 장례식에는 마르타의 남편,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과 올케, 남편의 친구이자 마르타의 애인인 비센테와 그의 아내 등이 참석했다. 

빅토르는 마르타의 정부 비센테의 목소리를 이미 들었다. 숨을 거둔 마르타의 집을 나오려는 새벽에 빅토르는 그녀가 죽은 줄 모르고 비센테가 그녀에게 전화를 해 지금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고 자동응답기에 말을 남기는 것을 들었다. 빅토르는 비센테가 자기보다 우선 순위에 있는 마르타의 애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르타는 비센테 대신 빅토르를 대타로, 소설의 표현을 빌리면, 두 번째 접시 (el segundo plato)로 그녀의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고 몸을 섞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센테는 전기면도기(máquina de afeitar) 같은 소리로 마르타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천치같은 여자라고 성질을 부리며 찜부럭거리고 야단을 쳤던 남자였다.

빅토르는 마르타의 장례를 마치고 공원묘지를 빠져나오다가 비센테가 그의 아내에게 말을 하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 비센테와 그의 아내는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태워줄 차를 찾고 있다.

Pobre Marta. Como mucho lograrán que no se entere su padre, pero lo que es los demás. Aunque ya se olvidarán, nada dura, esa es la única forma de discreción que queda, que todo se pasa pronto. Anda a ver a quién pillamos, ve preguntando por ahí quién tiene sitio', y con un rápido encogimiento de hombros se colocó mejor el abrigo y estiró luego el cuello. Seguro que con parecidos gestos se colocaría también el paquete, cuando estuviera incómodo. La gente del entierro iba llegando a los coches, y yo con ellos.

문학과 지성사의 번역이다.

불쌍한 마르타.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겠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될 거야. 물론 곧 잊어버리겠지. 오래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늘날에는 잊는 것만이 신중하게 처신하는 거야. 어쨌든 모든 것은 쉽게 잊히는 법이야. 자, 누구를 잡는 게 좋을지 보도록 하지. 가서 차에 탈 자리가 있느냐고 물어봐." 그는 재빨리 어깨를 들썩이더니 외투를 고쳐 입고는 옷깃을 세웠다. 그는 아마도 늘 이런 몸짓을 해보이면서 자기가 불리할 때면 거짓말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차에 도착했고,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있었다. (문학과 지성사,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2014, 136면).

마르타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모르도록 한다는 말은, 마르타의 남편과 비센테와 그의 아내는 그녀가 죽었을 때 어떤 남자가 같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사실을 그녀의 부친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지사는 se colocaría también el paquete을 '아마도 늘 ~ 거짓말을 늘어놓았을 것이다'라고 옮겼지만 외투를 바로 잡고 깃을 세우는 문장과 이어지는 문장을 다음과 같이 옮길 수 있다.

  • 그는 재빠르게 두 어깨를 으쓱거리며 외투를 고쳐 입더니만 옷깃을 세웠다. 그는 이런 유사한 몸짓을 해 가며 불편할 때는 바지 앞에 불거진 것을 바로 잡을 것이 틀림없었다.

paquete는 쿠바 등의 남미에서 거짓말이라는 뜻이지만 불거져 나온 꼬툭튀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꼬툭튀로 옮기는 것은 문체상 어색하다. incómodo는 '불편하다', '거북하다'는 뜻이지만 '불리하다'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래 잡지 GQ의 기사 제목에 el paquete incómodo는 '불리할 때 하는 거짓말'이 아니라 '불편하게 불거져 나온 그것'이듯 paquete와 incómodo가 어울려 쓰일 때 (언어학 용어로 '공기하면') paquete는 '거짓말'이 아니라 '불거져 나온 성기'를 뜻한다. 

잡지 GQ -불편한 꼬툭튀, 감추어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마르타는 빅토르와 비센테에게 쾌락의 대상이고 마르타도 두 남자를 그렇게 대하지만 그녀와의 결합에 실패한 빅토르는 자기보다 앞서 그녀와의 관계를 맺은 비센테에게 질투가 일어나고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비센테가 어깨를 들썩이며 외투를 바로 잡고(se colocó) 깃을 세우는 모습을 본 빅토르는 비센테가 바지 앞에 툭 불거진 무기(el paquete)가 불편할 때는(cuando estuviera incómodo) 외투를 바로 잡듯 그렇게 바로 잡을(se colocaría)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해석이 사랑과 기억과 삶의 진실에 대해 전투를 벌이는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는 소설에 어울리지 싶다.

구글 이미지 검색 colocarse el paquete 불거져 나온 것을 바로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