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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오류 - 건축 용어 mampostería '거친돌 막쌓기'를 '돌공예'로 오역

by brasero 2022. 2. 28.

흙과 돌은 건축과 건설의 기본 재료이고 이를 쌓아 담과 벽 또는 한옥의 기단이나 월대를 만든다. 땅을 깎거나 흙을 쌓아 만든 벽은 옹벽(壁, 스페인어 muro de contención, 영어 retaining wall)이고, 흙을 다져 쌓으면 '담틀'이나 '판축' (tapial, 영어 rammed earth)이라 하고, 이런 담은 흙담 또는 토담 (스페인어 tapia)라고 한다.

돌로 쌓은 '벽'이나 '담'은 '석벽', '돌담', '석장', '암장'이라고 하고 생돌(원돌이나 몸돌)을 이용해 벽이나 담을 쌓는 석재 공사에는 거친돌 막쌓기 (막돌 막쌓기), 거친돌 층지어쌓기 (거친돌 바른 층 쌓기), 다듬돌 층지어쌓기 따위가 있다. 줄눈 (켜, 층, 스페인어 hilada)을 맞추지 않고 마구 쌓은 것을 '막쌓기 (허튼층쌓기)'라 하고, 켜를 맞추어 쌓으면 '바른 층 쌓기' 또는 '층지어쌓기'라고 한다.  

'거친돌 막쌓기'는 스페인어로 ciclópeo 또는 mampostería라고 한다. ciclópeo는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RAE, 2022)은 "아주 큰 돌을 회반죽 (argamasa)이란 접합제 없이 쌓은 옛날의 구조물"이라 했다. ciclópeo는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ciclópeo (시끌로뻬오)라는 말은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아르골리스에 있는 미케네 문명의 성채 도시와 상관이 있다. 기원전 1,250년에 이 도시의 성곽을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ciclópeo, 영어 Cyclopes)가 쌓았다고 알려져 '거친돌 막쌓기 ciclópeo'란 말이 유래했다. 

미케네 키클롭스 성벽과 사자문 (사진 위키백과 영어판)

스페인에서 이런 거친돌 허튼층쌓기 (ciclópeo)의 좋은 예는 지중해 마요르까와 메노르까 등의 섬으로 이루어진 발레아레스제도(las islas Baleares)에 기원전 1,100에서 900년에 쌓은 돌탑 talayot (딸라요뜨)와 적석묘 naveta(나베따)가 있다. talayot는 키가 작은  돌탑으로 접합제를 사용하지 않고 거석을 막쌓기한 것이다.  

마요르까 Capocorb Vell의 돌탑 (사진 paellachips.com)

  • RAE의 talayot 뜻풀이 -"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섬들에 있는 낮은 탑 모양의 거석 기념물". 이 단어도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메노르까섬에 있는 naveta는 청동기시대의 적석묘로 큰 돌을 층을 갖추어 쌓았다. 

메노르까섬의 적석묘 naveta

우리나라에서 거친돌 막쌓기(허튼층쌓기)를 한 성벽, 석축, 기단은 많다. 서울 종로 송월동 한양도성의 성벽이 좋은 본보기이다 (한국 성곽의 구조와 축조기법, 수원화성박물관, 2016). 

송월동 한양도성 (시진 수원화성박물관)

석축(돌을 쌓아 만든 옹벽)에 적용된 거친돌 막쌓기의 좋은 예는 그랭이 기법(모양이 다른 돌을 서로 맞대어 면을 맞추는 공법)으로 만든 경주 불국사 범영루 석축이다. 

불국사 범영루 석축 (사진 younghwan12.tistory)

한옥의 기단(基壇, 땅의 습기 차단, 건물 하중 균등 분배의 목적과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터보다 높게 쌓은 단)에도 사용했는데 여러 기단 중 '자연석기단'은 거친돌 막쌓기를 한 것이다. 

자연석기단 (사진 구글 이미지 검색)
기단 - 거친돌 막쌓기 - 함백산 도깨비 유튜브 영상 캡처

큰 거친돌 막쌓기인 ciclópeo와 다르게 mampostería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돌을 다듬지 않고 막쌓기를 한 것이다. RAE는 mampostería를 줄눈을 맞추지 않고 막쌓기를 한 것으로 뜻을 새기고 있다.

"1.여성 명사. 줄눈 (켜, 층)을 지키지 않고 크기가 다른 돌을 놓거나 쌓는 작업. 2. 여성 명사. 막쌓기 석재 공사직."

한편 디에고 안굴로 (Diego Angluo)의 <미술의 역사> (1976)에 의하면 ciclópeo (아래 그림 A)와 달리 mampostería는 작은 돌을 진흙과 같은 접합제로 사용해 막쌓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아래 그림 B). 층을 맞추어 쌓으면 '거친돌 층지어쌓기' 혹은 '거친돌 바른 층 쌓기' (mampostería por hiladas)라고 하고 (아래 그림 C), 진흙과 같은 접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접합제 없는 거친돌 막쌓기' (mampostería en seco)라고 한다.

A. 거친돌 막쌓기 B. 거친돌 막쌓기 (접합제 사용) C. 거친돌 층지어쌓기 (접합제 사용) -디에고 안굴로

  • mampostería (작은) 거친돌 막쌓기, 막돌 막쌓기, 거친돌 허튼층쌓기, 막돌 허튼층쌍기 (접합제 사용)
  • mampostería por hiladas (작은) 거친돌 층지어 쌓기, 막돌 바른 층 쌓기
  • mampostería en seco 접합제 없이 (작은) 거친돌 막쌓기

거친돌 막쌓기 (사진 Santi)

이런 거친돌 막쌓기로 쌓은 담이나 벽이 잘 버티도록 수직부재인 기둥 mechón (rafa, cadena, 위 그림 I)을 세울 수 있다.  (mechón에 해당하는 적절한 우리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에 '벽선'은 벽의 인방과 중방을 버텨주는 것이나 기둥 옆에 세우는 보조 목재이다).  수직부재뿐만 한옥의 중인방처럼 담을 가로지르는 벽돌로 된 수평부재도 막쌓기를 한 거친돌의 결속력을 높여주는데 이를 verdugada 또는 verdugo라고 한다. verdugada는 '벽돌 띳장' 이라 할 수 있다 ('띳장'은 널빤지 울타리에 가로로 대는 띠 모양의 목재이다).

거친돌 막쌓기 벽의 기둥과 벽돌 띳장
한옥 벽면에 중인방

verdugada를 RAE는 "거친돌 막쌓기 (mampostería)나 흙으로 만든 구조물 (fábrica)에 한 줄 또는 두 줄로 가로지르는 벽돌"이라고 뜻을 새겼다. 

이런 의미의 verdugada (verdugo)를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벽돌 공장에서) 수평으로 늘어놓은 벽돌"이라고 오역했다. 

RAE의 뜻풀이에 "ladrillo en una fábrica de tierra"를 오해한 것인데, fábrica는 여기서는 '공장'이 아니라 'edificio 구조물'이란 뜻이고 tierra에 수식을 받아 흙으로 지은 구조물이란 의미이다. 이런 흙 구조물의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평으로 '벽돌 ladrillo' 줄을 두른 것이 verdugo이다. 흙 구조물뿐만 아니라 거친돌 막쌓기 (mampostería)한 벽이나 담에도 이런 벽돌 띳장을 가로지를 수 있다. 

Verdugo, Verdugada "벽돌 공장에서 수평으로 늘어놓은 벽돌" >>>>>>>>> 막돌 막쌓기를 한 담이나 벽에 가로지른 수평부재 '벽돌 띳장' !!!

이런 '거친돌 막쌓기 mampostería'를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석공예', '돌공예', '석공예품'으로 오역했다. 

돌공예는 artesanía en piedra 또는 artesanía de piedra라 하고, 우리말의 '돌공예'는 "돌을 재료로 하는 공예로 활석, 대리석, 보석, 수정처럼 광택이 있는 돌 천연의 질감이 살아나도록 한다" (표준국어대사전)라고 했듯 막돌을 막쌓는 석재 공사 mampostería와 별개의 작업이다.

돌공예 (구글 이미지 검색)

참고문헌

  • 김도경. 한옥 살림집을 짓다. 2004. 현암사.
  • 수원화성박물관. 한국 성곽의 구조와 축조기법. 2016.
  • 위키백과 영어판과 스페인어판. 2022.
  • 황두진. 한옥이 돌아왔다. 2006. 공간사.
  • DRAE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2022.
  • Angulo, Diego. Historia del Arte. Tomo I. 1976. [미술의 역사] 1권  Madrid. p.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