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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 좌파 절반의 승리

by brasero 2019. 4. 30.

지난 4월 28일 일요일에 실시된 총선에서 페드로 산체스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제1당으로 부상했다. 엘 파이스 등의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사회노동당은 전체 하원 350석 가운데 123(28.7%)석을 차지했다. 2016년 총선의 85석보다 38석을 더 얻어 원내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좌파 우니다스 포데모스(UP)는 42(14.3%)석을 차지해서 2016년 총선의 71석보다 29석을 잃었다. 하지만 정부 구성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사회노동당과 연정으로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지고도 이기는' 동력이 될 것이다.

선거 승리 후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당수 (사진: 엘파이스 신문)

우파 국민당(PP)은 66(16.7%)석을 확보해 2016년 총선의 137석에서 무려 71석을 잃어 참패를 했고 중도우파 시민당은 57(15.8%)석으로 2016년 총선 32석보다 25석을 더 확보했다. 시민당은 같은 우파의 국민당을 누르지만 못했지만 거의 따라잡았다(sorpasso). 하지만 정부 구성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겼지만 지는' 결과를 얻었다. 시민당은 향후 국민당을 제치고 우파 제1당이 되는 것에 열중할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과 불법 난민을 반대하고 반 여성주의 극우 정당인 복스는 24석(10.3%)을 얻어 처음으로 원내로 진입했다. 여론 조사나 출구 조사에서 30석 이상을 차지할 예상에 미치지 못해, 경향신문 등 한국의 매체들이 보도한 것처럼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프랑코 사후 민주화가 된지 44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하원에 입성했다.

사회노동당과 우니다스 포데모스 좌파의 의석은 165석을 확보해 국민당, 시민당, 복스가 얻은 우파의 147석보다 18석이 더 많지만 정부 구성의 과반 176석에 11석이 부족하다. 시민당과 연정을 하면 되지만 사회노동당 지지자들은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시민당의 대표 '리베라와 함께는 아니야' (¡Con Rivera, no!)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민당과의 연합에 반대했고 산체스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소로 화답했다. 선택은 뻔하다. 예전처럼 지역 정당과 연합을 하면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산체스가 총리로 취임하기 위하여 연합신문의 보도처럼, 우리나라의 그 잘난 정치권의 철새나 두더지같이 원칙도 없이 당적을 바꾸는 “이합집산”은 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정당과 연정 협상은 할 것이다. 

사회노동당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카탈루냐 독립을 표방하는 정당과 연정(pacto)을 할 필요가 없다. 발렌시아 주의 좌파 콤프로미소 1석, 바스크 민족당(PNV) 6석, 카나리아 연합 2석, 칸타브리아 지역당 1석을 합친 연정으로 175석을 확보하고 카탈루냐 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공화좌파(ERC, 15석)가 총리 선임 의회에서 1차 의결에는 반대하고 48시간 이후 열리는 2차 의결에 불참하는 도움이면 족하다. ERC가 총리 인준 표결에 불참하는 것도 도움이라면 도움이라써 산체스가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사회노동당이 스페인을 팔아 먹는다고 국민당, 시민당, 복스로부터 뭇매를 맞겠지만 국민당의 파블로 카사도, 시민당의 알베르트 리베라,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도 막상 페드로 산체스처럼 기회가 생기면 이것보다 더 심한 정치 행위도 불사할 것이다. 권력의 속성은 그런 것이니까.

아무튼 이번 선거는 사회노동당과 우니다스 포데모스의 합작 좌파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좌파의 승리는 아니다. 두 좌파(43%)의 승리는 국민당, 시민당, 복스의 우파(42.9%)를 근소한 차이로 상회한 것이다. 되려 스페인이 좌우로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사회노동당의 승리는 우파에 대한 상대적 우위의 차지한 것이 아니라 2015년과 2016년 선거에서 포데모스에게 빼앗긴 표를 다시 찾아온 셈이고 우파가 분열된 혜택을 입은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그럼에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포데모스와 지방에 기반을 둔 정당과 연정을 해야하는 처지에 있다. 향후 국정에 필요한 의결, 가령 국가예산안 비준에 야당과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정당이나 바스크 연합 빌두(Bildu)의 반대로, 극단적인 예측이지만, 실패한다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재차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1977-2019 스페인 정당 총선 지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