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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유럽 중남미 대중 음악

코플라, 꼬쁠라 La bien pagá 미겔 데 몰리나 Miguel de Molina

by brasero 2020. 8. 3.

코플라(copla)는 플라멩코의 고향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생겨난 음악입니다. 문학에서 운문의 한 형태인 코플라 시(copla)와 구별하기 위하여 '코플라 안달루사 copla andaluza, 안달루시아의 코플라') 또는 '스페인의 노래(canción española)' 혹은 '안달루시아의 노래(canción andaluza)'라고 합니다.

19세기의 쿠플레(cuplé)와 이전의 희가극 사라수엘라(zarazuela)와 토니디야(tonadilla)의 전통이 있던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의 영향으로 1920년대 경 안달루시아에서 탄생한 음악이 코플라입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절정에 달했고 독재자 프랑코는 코플라를 스페인 위대한 정신의 하나로 장려했습니다. 1975년 프랑코 사후 주앙 마누엘 세라트(Joan Manuel Serrat, 1943 ~) 등이 새롭게 해석했고 지금은 팝과 재즈의 요소도 받아들인 코플라로 진화했습니다.

쟁쟁한 코플라 가수가 많습니다. 여가수로는 모두 고인이 된 파스토라 임페리오, 에스트레야 카스트로, 콘차 피케르, 롤라 플로레스, 로시오 후라도, 사라 몬티엘 등이 있고 남자 가수로는 마놀로 에스코바르, 후아니토 발데라마, 미겔 데 몰리나, 카를로스 카노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미겔 포베다, 이사벨 판토하가 유명하고 신세대 코플라 가수로는 디아로 나바로, 알바로 비스카니오 등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록, 재즈, 팝, 힙합, 발라드, 레게, 레게톤 등의 장르 때문에 예전처럼 코플라가 성행하지는 않습니다. 젊은이들에겐 1940-50-60에 유행했던 코플라는 쿠리터분하거나 심지어 꼰대스럽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전통은 좀 꿀꿀한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코플라는 스페인의 음악과 극의 바탕에서 발전한 음악인만큼 스페인의 향기가 묻어 있는 장르인 셈입니다. 기회가 되면 중요한 몇 코플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미겔 데 몰리나(Miguel de Molina, 1908 ~ 1993)가 부른 <La bien pagá 후하게 돈을 받은 여자>라는 노래입니다. 미겔은 말라가 출신으로 1930년대 인기를 누렸던 코플라 가수입니다. 20대에 세비야의 플라멩코를 연주하는 식당이나 카페인 타블라오(tablao) 무대에 섰고 이후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에서 인기의 절정에 달했습니다. <El día que nací yo 내가 태어난 날>, <Triniá, Te lo juro yo 트리니아 네게 장담해>, <Ojos verdes 푸른 눈>과 함께 히트를 쳤던 노래입니다.

미겔 데 몰리나

스페인 민주 정부 제이공화국에 쿠데타를 일으켜 시작된 내전이 프랑코의 국민군 승리로 종결되자 미겔의 운명이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공화국을 지지했고 성적 취향이 게이였던 그는 박해를 피해 1942년 아르헨티나로 망명을 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정착을 했지만 게이라는 것으로 문제가 생기자 멕시코로 망명을 갔습니다. 이후 아르헨티나로 돌아왔지만 프랑코가 죽은 다음 민주화가 된 스페인에 귀환을 거부했습니다.

<La bien pagá>는 1952년 아르헨티나에서 찍은 미겔 데 몰리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Esta es mi vida (이게 내 인생)'에서 미겔이 직접 불러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 노래는 1989년 스페인에서 미겔 데 몰리나의 인생을 그린 뮤지컬 영화 'Las cosas del querer (사랑이라는 것)'에서 미겔의 역을 맡은 마누엘 반데라(Manuel Bandera, 1960 ~)가 불러 다시 인기를 얻었습니다.

● 1952년 영화에서 미겔 데 몰리나가 부르는 <La bien pagá>. 여자(paya)에게 투자를 넉넉하게 했지만 제대로 사랑을 얻지 못한 남자가 여자를 나무라듯 애원하는 노래입니다. 여자에게 eres bein pagá 하면서 따지는 미겔의 몸짓과 여자의 눈길이 보통이 아닙니다.

●1989년의 영화에서 마누엘 반데라가 부르는 <La bien pagá>. 시작 화면에 여자는 영화에서 페피타 역을 맡은 안헬라 몰리나 (Ángela Molina, 1955 ~)입니다.

마누엘 델 반데라의 La bien pagá

Ná te debo, ná te pido
Me voy de tu vera
Olvídame ya
que he pagado con oro
tus carnes morenas
!no maldigas, paya!*
Que estamos en paz

당신에게 빚진 게 없어요, 원하는 것도 없어요
전 떠납니다
이제 저를 잊으세요
당신의 갈색 살갗에
금 같은 돈을 지불했어요
욕하지 말아요, 흰둥이 여자야
우린 사이가 나쁘진 않잖아요

*paya 스페인 집시가 집시가 아닌 여자를 경멸조로 이르는 말, 집시가 아닌 남자는 payo

No te quiero, no me quieras
Si tó me lo distes
Yo ná te pedí
No me eches en cara
que tó lo perdiste
también a tu vera
Yo tó lo perdí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내게 주었다고요?
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다 잃어버렸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저도 당신처럼
당신 곁을 떠나게 되어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Bien pagá
si tu eres la bien pagá
porque tus besos cobré
y a mi te supistes dar
Por un puñao de parné*
Bien pagá, bien pagá
Bien pagá fuiste mujer

넉넉하게 주었습니다
후하게 받았습니다
키스를 샀잖아요
돈 한 움큼 주었고
내게 뭘 해야 할지 알았잖아요
넉넉히 지불했어요, 넉넉하게 줬다고요
후하게 받은 여자입니다

*parné [집시 은어] dinero, 돈

No te engaño, quiero a otra
No creas por eso
que te traicioné

거짓말을 하지 않으렵니다 전 다른 여자를 사랑합니다
당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No cayo en mis brazos
Me dio solo un beso
me dio solo un beso
que yo no pagué

그 여잔 내 팔에 안기지도 않았고
제게 키스를 한 번 했어요
제게 키스를 한 번 했어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Na te pido, ná me llevo
entre estas paredes
dejo sepultá
penas y alegrías
que te di y me distes
y esas joyas que ahora
pá otro lucirás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이 두 벽에 사이에
우리가 나누었던
고통과 즐거움을
묻어 버릴 것입니다
이제 다른 남자를 위해 보석을
번쩍거려 보일 거죠

Bien pagá
si tu eres la bien pagá
porque tus besos compre
y a mi te supistes dar
por un puñao de parné
Bien pagá, bien pagá
bien pagá fuistes, mujer.

넉넉하게 주었습니다
후하게 받았습니다
당신의 키스를 샀잖아요
제게 주어야 하잖아요
한 움큼의 돈 때문에
넉넉히 지불했어요, 넉넉하게 줬다고요
당신은 후하게 받은 여자입니다

마르띠리오 Martirio <La bien paga>

라 쉬까 La Schica <La bien p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