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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마차도13

두에로 강변에 A orillas del Duero 안토니오 마차도 두에로 강변에 칠월 중순 아름다운 어느 날이었다. 나는 홀로 그늘진 후미를 찾으며 천천히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랐다. 가끔 이마의 땀을 훔치고 헐떡이는 가슴으로 숨을 쉬기 위해 멈추었다. 됐다, 길을 재촉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오른손은 지팡이를 목동의 지팡이처럼 의지한 채 고지의 맹금이 사는 산을 올랐다. 로즈메리, 백리향, 깨꽃, 라벤더 산 약초 향내가 흠뻑 풍겼다. 척박한 들녘에 불꽃 태양이 사위어 갔다. 독수리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새파란 하늘에 고고히 날았다. 멀리 높고 가파른 산 방패 같은 둥근 구릉 고동색 대지 위에 보랏빛 언덕이 흐릿하게 보였다. 산과 땅은 낡은 갑옷의 흐트러진 넝마 헐벗은 산 아래 두에로 강이 궁수의 쇠뇌처럼 소리아 주변에 휘어져 카스티야 망루가 있는 아라곤으로 흐른.. 2020. 11. 21.
가을 새벽 Amanecer de otoño 안토니오 마차도 가을 새벽 잿빛 바위 무리 사이 긴 한길 허름한 초원 풀을 뜯는 검은 황소, 산딸기, 덤불, 돌장미 이슬 방울 젖은 땅 구부렁 강가 누런 은백양 길 보라빛 산너머 트는 첫새벽 등에 총을 걸치고 날렵한 사냥개와 길을 가는 사냥꾼 Amanecer de otoño Una larga carretera entre grises peñascales, y alguna humilde pradera donde pacen negros toros. Zarzas, malezas, jarales. Está la tierra mojada por las gotas del rocío, y la alameda dorada, hacia la curva del río. Tras los montes de violeta quebrado el .. 2020. 11. 16.
마른 느릅나무 A un olmo seco 아내에게 바치는 시- 안토니오 마차도 마른 느릅나무 번개에 갈라지고 절반은 썩은 느릅나무 고목에 사월의 비와 오월 햇살에 푸른 새순이 돋았구나 두에로 강물 넘실거리는 언덕에 백년 묵은 느릅나무 허연 껍질에 노란 이끼 벌레 먹은 몸통은 가루투성이 길가 강가에 늘어 선 버드나무에서 노래부르는 갈색 밤괴꼬리는 찾지 않아 개미들이 열을 지어 오르고 구새 먹은 속에는 회색 거미줄이 치렁치렁 두에로의 느릅나무 나무꾼의 도끼가 내리치기 전에 목수의 손이 종 축대, 수레 채 달구지 멍에로 바꿔 놓기 전에 길가 어느 쓰러진 오두막 내일 아궁이의 벌건 땔감이 되기 전에 하얀 산바람에 넘어지고 돌개바람이 쓰러뜨리기 전에 계곡과 골짜기를 지나 강으로 바다로 가기 전에 느릅나무 네 경이로운 푸른 가지를 내 공책에 옮겨 놓고 싶구나 내 가슴에 품어 본다 빛과 삶이 .. 2020. 11. 15.
친구의 장례식에서 - 안토니오 마차도 IV (친구의 장례식에서) 태양이 불타는 칠월 뜨거운 오후 흙을 뿌렸네 열린 구덩이까지 뻗은 길에 잎이 시든 장미들 사이 제라늄의 날카로운 향기와 빨간 꽃 맑고 새파란 하늘 강하고 마른 바람 두 명의 인부 묘혈 바닥으로 관을 내리며 무거운 두 밧줄 무겁게 공중에 멈칫 바닥에 앉으며 정적을 깨우는 단단하고 엄숙한 소리 완벽한 확신이 섞인 땅을 때리는 관 소리 검은 관 위로 육중한 흙덩이 가루가 흩날리고 바람에 실려온 깊은 묘혈의 하얀 숨소리 친구, 어둠이 걷혔으니 이제 편안히 쉬게 푹 영면하길… 영원히 깨지말고 고요하게 푹 잠들게 IV (EN EL ENTIERRO DE UN AMIGO) Tierra le dieron una tarde horrible del mes de julio, bajo el sol d.. 2019. 10. 20.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오렌지 -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III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열매를 단 오렌지나무와 광장이 환하다 조무래기 아이들이 왁자지껄 제멋대로 학교를 나와 새로운 목소리의 환호성이 그늘진 광장의 대기에 가득 찬다 죽은 도시들의 구석마다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들의 옛날은 아직도 오랜 거리를 방황하고 있구나! III La plaza y los naranjos encendidos con sus frutas redondas y risueñas Tumulto de pequeños colegiales que al salir en desorden de la escuela, llenan el aire de la plaza en sombra con la algazara de sus voces nuevas. ¡Alegria infantil en los rincon.. 2019. 10. 18.
수많은 길을 걸었다-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He andado muchos caminos - Antonio Machado II 수많은 길을 걸었다 수많은 오솔길을 개척했다 수 백번 바다로 항해했다 수 백번 뭍에 다았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슬픔의 긴 행렬 오만한 사람들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을 검은 그림자를 던지는 술 취한 사람들을 선술집의 포도주는 마시지 않으며 다 안다고 우쭐거리며 입을 다물고 쳐다만 보는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는 작자들 이 땅을 짓밟으며 걷는 나쁜 사람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춤을 추고 즐기는 사람들을 할 수 있다면 몇 뙈기 땅을 일구는 사람들 어디를 가더라도 결코 어디인지 묻지 않고 걷거나 늙은 노새의 등을 타고 간다 서두르지 않는다 축제 날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포도주가 있으면 포도주를 마시고 포도주가 없으면 시원한 물을 마신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일하고, 세월이 지나고, 꿈을 꾸고 그.. 201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