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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코끼리 피리 - matasuegras 장모, 시어머니 죽이는 피리 - party horn 파티 호른 (경적) - langue de belle-mère 장모의 혀

by brasero 2021. 11. 9.

코끼리 피리는 불면 말려 있던 종이나 플라스틱이 앞으로 쭉 펴지면서 삑 귀를 찢는 소리를 내며 놀라거나(susto) 웃음(risa)을 유발하는 물건이다. 파티 피리라고 하지만 '코끼리 피리'가 더 친근감이 있고 영어에 오염되지 않은 순우리말이다. 국어사전에  '코끼리 비스킷'은 있지만 '코끼리 피리'는 보이지 않다. 

코끼리 피리는 에스빠냐의 스페인어로 matasuegras라고 하는데 (멕시코 espantasuegras), 이 말을 풀면, mata+suegra +s = 죽이다+장모,시어머니+복수 어미, 즉 장모나 시어머니를 죽이는 도구이다. 왁자지껄 어울려 놀다가 이 피리를 불면, 뒷방에서 혹시 졸고 있는, 장모나 시어머니 (madres políticas)나 할머니들이 깜짝 놀라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원래 matasuegras는 포르투갈어로 코끼리 피리를 뜻하는 língua de sogra (장모, 시어머니의 혀, 네이버 포르투갈어사전과 성한당 포한사전에 미등재) 또는 스페인어로 번역한 lengua de suegra (장모, 시어머니의 혀)란 말이 포르투갈과 인접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에서 통용되다가 mata suegra로 정착되었다. 코끼리 피리가 사용되기 시작했던 19세기에는 이름이 없어 거시기를 la cosa que se sopla (부는 물건)이라고 했다. 

스페인 왕립학술원의 스페인어사전은 1970년이 되어 이 낱말을 등재했고 지금은 (DRAE, 2014, 23판)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한쪽 끝이 말려 닫혀 있는 종이로 다른 쪽은 취구가 있어 불면 느닷없이 풀리면서 익살을 유발하며 놀라게 하는 관"

 

엣센스/네이버 스페인어사전은 "종이 뱀", "나사 모양의 종이 관"으로 옮겼다. 

코끼리 피리, matasuegras (마따수에그라스)는 사실 이탈리아어의 lingua di Menelik (메네리크의 혀/언어)에서 유래했다. 메네리크 2세는 에티오피아의 황제로 에티오피아가 이탈리아의 식민지가 된 Tratado de Wuchale 우찰레 조약 (이탈리아어, Trattato di Uccialli)을 1889년 5월 2일에 맺었다. 조약은 이탈리아어와 에티오피아의 언어 암하라어 (Amárico, 영어로  Amharic)로 작성되었는데 조약의 17조가 서로 달라 이탈리아 쪽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당연히 에티오피아에게 유리한 구절이 있었을 것이고 또한 협약을 체결할 때 황제가 고분고분한 언사를 했을 리가 만무했다는 것에서  lingua di Menelik가 사람의 혼맹이를 뺀다는 뜻이 생겨났다고 한다. 

코끼리 피리는 프랑스어로 langue de belle-mère라고 하는데 포르투갈어처럼 '장모, 시어미니의 혀'란 뜻이고 영어로는 party horn (horn은 금관 악기 호른 또는 경적) 또는 party blower (파티에서 부는 것)이다.

아무튼 matasuegras 코끼리 피리는 에스빠냐에서 fiesta 파티, verbena 야간 파티나 축제, cotillón 연말 따위의 파티에서 흥을 살리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