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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함흥차사, 창렬하다, 엘따또하다 el tato하다, 중요하다

by brasero 2021. 2. 17.

함흥차사는 잘 알다시피 함흥에 있는 태조 이성계에게 태종이 보낸 차사가 죽임을 당하거나 잡혀서 돌아오지 못한 사실에서 유래한 말로 심부름을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거나 혹은 늦게 오는 사람을 비유하는 명사이다. 같은 원리로, 김창렬 씨께 죄송하지만, '창렬하다' 또는 '창렬스럽다'는 겉보기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이고 '혜자스럽다'는 가격에 비해 속이 알찬 제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둘 다 도시락 때문에 생긴 비유이다. 한편 실명은 아니지만 직업을 비유로 '검사스럽다'란 말은 부끄럽다, 창피하다란 뜻의 '남사스럽다'에 더해 악독한 의미가 들어 있는 것도 잘 안다. 실제 사람이나 직업 뿐만 아니라 가상 인물도 비유의 자원이 된다.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 의적 활빈당의 우두머리 홍길동의 신출귀물한 능력 때문에 '재주는 홍길동이다'라는 속담이 탄생했다.

직업이나 이름이 아닌 지역을 비유한 관용구나 속담은 수없이 많다. 가령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한 여인을 비유하거나 염치도 체면도 없는 사람을 놀리는 말 '넉살 좋은 강화년이라'이란 속담이 있다. 서울깍쟁이, 강원도 포수, 울산 큰 애기,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다 등.....

창렬하다 이후 요즈음은 '~스럽다' 대신 아예 '~하다'를 붙여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비유하는 말을 만든다. 가령, '한국이 한국했네' 하면 해석의 관점에서 따라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뜻이다. 법원이 법원했다, KBS는 케이베스 안 하고 개이베스했다, 경찰이 경찰했다, 과장이 과장했다, 막내가 막내했다, 여친이 여친했다, 남편이 남편했다, 시어머니가 시어머니했다, 사물로 옮기면, 돈이 돈했다, 차가 차할 것이다, 자연도 할 수 있다, 나무가 나무했다, 강물이 강물했다, 산은 산을 할까, 풀은 풀을 할까, 김수영의 시에 풀처럼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까 말까, 정치사회로 눈길을 돌린다. 국회의의원이 국개의원했다. 기자가 기레기, 기더기, 구더기했다. 검사가 개검했다. 판사가 판새했다. 의사가 의사했다. 국민의 힘이 악성 종양했다. 좌파가 좌파했다. 관료가 관료했다. 음식으로 초점을 맞춘다, 밥이 밥한다, 술이 술을 하네, 짬뽕이 짬뽕을 안 하고 짜장면 할려고 한다, 이만하면 됐다, 말이 말했다, 여기서 멈추라고. 

이런 표현 생성 원리는 스페인어에도 물론 통하는데, el Tato는 우리말에 김창렬인 셈이다. el은 남성에 붙는 관사이고 Tato는 스페인 남부 세비야 출신의 유명한 투우사 안토니오 산체스(Antonio Sánchez, 1831~1895)의 별명이다. 그는 1869년 투우를 하다 부상을 입어 오른쪽 다리를 잃었고 의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우장과 투우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엘따또가 가지 않은 투우 관련 행사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없거나, 오지 않거나, 하지 않은 일은 중요하지 않은 것 즉 별 볼 일 없는 것이란 뜻이 되었다. 즉 창렬스럽다는 말이다.

엘따또 El Tato 안토니오 산체스 (사진 위키백과)

el Tato를 한림원 스페인어사전 DRAE는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남성명사. 구어. 사람 행위의 양과 규모를 측정할 때 참조가 되는 인물" 예문, 엘따또도 여기선 돈을 내지 않아-> 여긴 볼품없는 곳이다, 창렬스러운 것이다, 엘따또도 그걸 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다.  

el Tato란 대문자 대신 el tato 소문자로 쓰기도 하는데, 가장 흔한 표현은 'no ha venido ni el Tato (중요하지 않은 행사이다, 엘따또도 오지 않았다)이다. 다른 표현도 가능하다.

  • No está ni el Tato. 엘따또도 없어-> 아무도 없어-> 중요하지 않아, 쓸데없는 것이야. 창렬스럽다
  • No va a venir ni el Tato. 엘따또도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창렬스럽다.
  • Esto no se lo salta ni el Tato, 엘따또도 어길 수 없는 것이다. ->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라스 프로빈시아스 신문 - no ha venido ni el Tato 표현에 관한 기사

'no ha venido ni el Tato' 표현은 어디서 유래했는가? 이 남자는 누구일까? 왜 그는 계속 인용되는가? 2014. 10.30. 목요일. 마리아 가르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