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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51

돼지비계,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와 돈키호테 Tocino, Lazarillo de Tormes y Don Quijote 오래전에 읽고 책꽂이 구석에 박혀 먼지만 쌓이고 있던 스페인의 피카레스크 소설 를 다시 읽었다.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 보이지 않던 것도 보였다. 어떤 부분은 너무 생소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무엇인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잊어버렸지만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표지가 시꺼먼 1981년 카테드라 Cátedra 출판사의 205면의 문고판이다. 카테드라 책이 그렇듯 서문과 주석이 충실한데, 이 책은 조셉 리카피토 Joseph Ricapito, 미국 루이지내아 주립대학교의 로망스어문학과 교수의 자세한 서문과 - 85쪽까지 서문이다 - 각주가 있다. 이탈리아 태생의 미국인으로 스페인 문학 전문가인 편저자의 근황이 궁금했다. 위키백과에는 소식이 없었고 대.. 2022. 12. 20.
소설 <갈대와 진흙> 연속극 1부 비센떼 블라스꼬 이바녜스 Vicente Blasco Ibáñez (1867~1928)의 소설 (1902)은 1978년 스페인의 공영방송 RTVE에서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영화가 원본 소설과 다르기 마련이듯 이 드라마는 원작과 차이가 있습니다. RTVE 1부 유튜브 약 54분 간 방영된 드라마 1부의 삼분의 이는 또노의 결혼에 할애하고 있습니다만 소설 원작에는 2장의 네 단락이 혼인에 대한 것입니다. 네 단락의 요점입니다. 성인이 된 건장한 아들 또노가 여자처럼 살림을 하며 살던 처지가 애처롭고 보기에 맥쩍어 어느 날 빨로마가 아들에게 장가를 가라고 근엄하게 명령을 내립니다. 이 말에 아들은 사냥꾼을 태울 배를 이튿날 준비하는 것인 양 아버지 말을 따르겠다고 대답했고, 빨로마는 .. 2021. 9. 22.
소설 갈대와 진흙 Cañas y barro 번역 1장 - 비센떼 블라스꼬 이바녜스 Vicente Blasco Ibáñez 비센떼 블라스꼬 이바녜스 Vicente Blasco Ibáñez (1867~1928)의 소설 (1902)은 스페인 동중부 지중해의 도시 발렌시아(Valencia)의 남쪽 10km 지점에 있는 석호 알부페라의 남동 끝의 엘 빨마르 (El Palmar) 마을이 배경이다. 드넓은 담수호는 오리, 제비갈매기, 쇠물닭 등의 여러 새들의 안식처이자 장어, 붕어, 숭어 따위의 물고기 서식지이고 호수 주변에는 광활한 논들이 뻗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발렌시아에서 유래한 파에야의 원료이다. 은 환경결정론을 따르는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자연주의 소설의 대가 프랑스의 졸라와 다르게 블라스꼬는 영혼 없는 객관주의를 맹신하지 않고 주관과 인상을 가미한 리얼리즘을 펼쳤다. 가령 소설의 여주인공 넬레따가 남편 까냐멜이.. 2021. 9. 10.
소설 <리스본의 겨울>에 부엌, 주방, 식당 그리고 거실 스페인 안달루시아주의 그라나다대학교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Antonio Muñoz Molina,1956~)의 소설 ≪리스본의 겨울 El invierno en Lisboa≫(1987)은 스페인의 비평가상과 소설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주인공 재즈 피아니스트 산티아고 비랄보와 미술품 밀수꾼의 아내인 루크레시아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도피와 추적을 서술자이자 관찰자인 '나'의 시점에서 쓴 소설이다. 소설 6장의 한 부분을 읽어 보자. 비랄보는 그들에게 집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박물관을 방문하는 시골 사람들처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집 안 복도에 들어섰다. 그림들과 전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듯 대충 둘러보고 난 후 소파를 보자 바로 앉아 버렸다. 갑자기 그들 앞에 멈춰 서게.. 2021. 3. 18.
아몬드잣과자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경이로운 도시> 스페인어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바르셀로나 출신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 Eduardo Mendoza (1943~)의 소설 ≪La ciudad de los prodigios 천재들의 도시≫(1986)를 적절하고 멋있게 번역한 민음사의 ≪경이로운 도시≫(2017)의 일부를 읽어 보자. "이제 맏딸이 둘째 딸을 도우며 부엌에서 빵을 굽고 있었다. 에프렌 카스텔스는 벌써 십사 킬로그램이나 되는 빵을 혼자서 먹어 치웠다. 에프렌 카스텔스는 빵 때문에 발기가 풀리지 않아 아파 죽겠다고 투덜대면서도 계속해서 빵을 먹었다." (경이로운 도시 2. 김현절 역. 민음사. 2017:91) 위 번역에 따르면 에프렌 카스텔스는 제공된 빵을 양껏 먹었고 이 빵 때문에 지속발기증의 고통을 호소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2021. 3. 3.
형용사 discreto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경이로운 도시>의 은밀한 하숙집 2016년 스페인어 문화권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 1943~)의 소설 (1986)의 번역 일부를 읽어 보자. 더보기 *La ciudad de los prodigios를 글자 그대로 옮기면 '천재들의 도시'인데 민음사의 번역본은 '경이로운 도시'라고 훌륭하게 옮겼다. "19세기 말, 골목길 위쪽 평지에 하숙집이 하나 있었다. 그 하숙집은 집주인들의 의도에 따라 아주 은밀하게 만들어졌다. 응접실은 비좁았다. 그 방에는 소나무 책상이 하나 있었다. 책상 위에는 철로 만든 서류함이 놓여 있었다. 하숙인 명부는 항상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촛불 하나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래서 원한다면 누구나 하숙집의 적법성을 언제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 202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