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고 책꽂이 구석에 박혀 먼지만 쌓이고 있던 스페인의 피카레스크 소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Lazarillo de Tormes>를 다시 읽었다.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 보이지 않던 것도 보였다. 어떤 부분은 너무 생소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무엇인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언제 샀는지 잊어버렸지만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표지가 시꺼먼 1981년 카테드라 Cátedra 출판사의 205면의 문고판이다. 카테드라 책이 그렇듯 서문과 주석이 충실한데, 이 책은 조셉 리카피토 Joseph Ricapito, 미국 루이지내아 주립대학교의 로망스어문학과 교수의 자세한 서문과 - 85쪽까지 서문이다 - 각주가 있다.
이탈리아 태생의 미국인으로 스페인 문학 전문가인 편저자의 근황이 궁금했다. 위키백과에는 소식이 없었고 대뜸 부고 기사가 하나 검색되었다. 2018년 11월에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부고 말미에 "그는 요리를 아주 잘했으며 축구를 열렬히 좋아했고 맨유의 팬이었다 (He was a great cook and an avid soccer fan, rooting for Manchester United)"고 한다. 문득 축구를 좋아했던 소설가 하비에르 마리아스가 생각났다. 지난 9월 코로나 휴유증으로 돌연 7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작년에 출간한 16번째 소설 <토마스 네빈선>이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때는 공교롭게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이승을 이별한 시기와 겹쳐 스페인 방송에서 그의 죽음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가령,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Arturo Pérez-Reverte는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노벨상을 타지 못하고 죽어 노벨상의 품격을 많이 깍아버렸다"라는 트윗 글을 올렸다. 마리아스는 주로 유명한 노년 작가에게 주는 세르반테스상도 받을 기회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아쉽기는 하지만, 상을 받기 위해, 칭찬을 받으려고 글을 썼을까 싶다. 인간 세상의 명예, 흙 한 줌에 비길만 할까, 우주에 흩날리는 먼지 한 톨이라도 될련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테드라 출판사의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1987)는 프란시스코 리코 Francisco Rico, 스페인 문학 이론과 비평의 대가가 편찬한 것이다. 이것과 리카피토가 편집한 책의 관점을 비교하면 원본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구글 검색을 하면 다양한 '라사리요'를 만날 수 있다. 가령 소설의 세 가지 인쇄본 중 부르고스 판을 기준으로 한 알도 루피나토 Aldo Ruffinatto의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2001)도 볼 수 있다.
리카피토, 리코, 루피나토 세 학자의 해설과 견해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사항은 CVC(Centro Virtual Cervantes 인터넷 세르반테스센터)에 탑재된 논문들을 참조하기로 했다. 다른 사이트나 구글 학술검색을 찾으면 더 많은 자료가 있다.** 자료가 부족해서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변명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많은 관점에서 어떤 것이 정확하고 타당한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 리코의 1987년 판 '라사리요'는 필독 자료이지만 2011년 RAE가 출간한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는 최근의 논점을 반영하고 있다.
2016년 나바로(Rosa Navarro Durán)는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저자는 알폰소 데 발레스 Alfonso de Valdés라고 주장하며 알리안사 출판사(Alianza Editorial)의 '라사리요'를 출간했다.
1554년에 나온 작자 미상의 이 소설은 현대의 잣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당시 사회와 문화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낱말과 관용구와 속담이나 비유나 상징이나 알레고리 따위를 통시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현재 스페인 왕립학술원의 스페인어사전(DRAE)도 중요하지만 그때 의미를 설명한 사전과 문헌을 보아야 할 것이다. 스페인 최초의 서서사전인 코바루비아스(Covarrubias)의 <카스테야나와 에스파뇰라의 보물 Tesoro de lengua castellena y española>(1611)과 코레아스(Correas)의 <속담과 격언 모음집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1627) 또는 Corominas와 Pascual의 <스페인어 어원사전 Diccionario crítico estimológico castellano e hispánico>(1980-1983)을 들추어 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악한소설로 번역되는 피카레스크 소설은 미천하게 태어난 주인공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해 불량한 짓을 할 수밖에 없이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기존 질서의 허위를 비판한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가 피카레스크 소설의 효시이고 후에 마테오 알레만의 <구스만 데 알파레체 Guzmán de Alfarache>(1599, 1604)와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의 <엘 부스콘 El Buscón>(1626) 등으로 유행과 전통이 이어졌다.
신분을 알 수 없는 '귀하(Vuestra Merced)'에게 서한을 쓴 것처럼 지나간 삶에 대한 얘기를 하는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주인공 라사리요는 토르메스 Tormes 강이 흐르는 살라망카의 테하레스 Tejares 마을 (지금은 살라망카시의 일부로 편입)에서 물방앗간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밑바닥 흙수저이다.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어머니는 흑인 남자를 만나 남동생까지 나았다. 살라망카시의 객줏집에 머무는 남자들을 위해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다 라사리요를 맹인의 길잡이로 집을 떠나보낸다. 어린 라사리요는 여러 주인을 - 신부(clérigo), 기사의 종자(escudero), 수도사(fraile), 면죄부 판매상(buldero), 탬버린 장인(maestro de pintar panderos), 하급 신부(capellán), 포졸(alguacil), 수석 신부(arcipreste) - 만나 불의와 위선을 보며 구박을 당하고 굶주림과 싸우며 살아간다. 후에 포도주 품질 관리와 유통상(cargo de pregonar los vinos)을 했고 스무 살이 넘은 라사리요는 수석 사제의 권유로 그가 데리고 있는 몸종 여자와 결혼을 한다. 아내가 사제와 잠자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그를 만나기 전에 아이를 세 번 낳았다는 말을 전해 들어 오쟁이를 진 남편이 되었지만 간통이 없었다는 증언을 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소설에 의하면, 라사리요의 아버지는 라사리요가 8살 때 스페인의 무어인 소탕 작전인 제르바섬 정벌에 참가해서 전사했다. 제르바섬 정벌(La Jornada de los Gelves, 제르바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 북쪽에 있는 섬이다)은 1510년에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1520년에 신성로마제국 (독일)의 황제이자 카스티야의 왕인 카를로스 5세(카를로스 1세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정벌을 했다. 라사리요 부친이 1510년 전투에 참여했다면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 라사리요의 나이는 23세이고 1520년 전투에 참여해서 전사했다면 라사리요의 나이는 26세이다. 라사리요가 결혼을 하고 평범한 생활을 할 때 톨레도에 카를로스 5세가 입성했다고 했다. 카를로스의 톨레도 방문과 체류는 1525년과 1538년에 있었다.
- 8 + (1925 -1510 =15) = 23세
- 8 + (1938 -1520 =18) = 26세
- 8 + (1938 -1510= 28) = 36세, 가능한 나이이지만 주인을 모시며 성장하는 28년은 너무 길고, 36세는 결혼하기에는 나이가 많다.
피카레스크소설의 개척자인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많다. 작품이 피카레스크소설인지, 자서전인지, 서한인지, 간통 사건을 다룬 이야기 형식의 법률 문서인지 장르를 구분하는 연구가 있고, 작가 찾기, 라사리요 속편, 소설이 나오게 된 사회 정치 문화 환경(에라스무스적 요소, 그리스로마 고전, 이탈리아 노벨라 novella, 무어인의 아랍 전통, 프랑스 소극, 톨레도의 단막 종교극 auto, 성경, 민담, 기사 이야기, 라 셀레스티나, 목가소설, 비잔틴소설, 감상소설과의 관계 등), 소설의 핍진성(verosimilitud)과 리얼리즘, 다른 피카레스크 소설과의 관계, 소설 내적인 요소(플롯, 자선적인 요소, 고발자 라사리요, 사회 변혁의 의지, 여성의 위상이나 여성 혐오 시각, 귀하(Vuestra Merced)의 신분, 명예, 음식과 굶주림, 정부의 빈자 정책 따위), 형사 사건, 봉건제도 이후의 근대 자본주의 부르주아가 출현하기 이전 사회에서 이 소설이 지닌 의의, 카를로스 1세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에 대한 연구 등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다양하다.****
**** 라사리요가 나온 전후의 산문과 운문 - 피카레스크 소설의 씨앗인 2세기 로마제국의 아폴레이우스가 쓴 <황금 나귀>, 후안 루이스 Juan Ruiz의 <좋은 사랑을 위한 책 Libro de buen amor>(1330), 디에고 데 산 페드로 Diego de San Pedro의 <사랑의 감옥 Cárcel de amor>(1492), 알론소 누녜스 데 레이노소 Alonso Nuñez de Reinoso의 <클라레오와 플로리세아의 사랑 이야기 Historia de los amores de Clareo y Florisea >(1522), 작자 미상의 <씩씩한 기사 레이날도스 데 몬탈반의 네 번째 이야기 El cuarto libro del esforzado caballero Reinaldos de Montalbán >(1542), 호르헤 데 몬테마요르 Jorge de Montemayor의 <라 디아나에 관한 일곱 책 Los siete libros de la Diana>(1559), 세르반테스 Certvantes의 <돈키호테 Don Quijote>(1605, 1615) 등과의 관계나 소설 장르의 탄생 따위에 대한 연구는 여러 편의 박사학위논문이나 연구 논문이 필요하다.
범위를 넓혀, 피카레스크 소설의 싹을 튀운 스페인 문학과 유럽의 영향과 교류 - 영국의 존 번연 John Byunan의 <천로역정 The pilgrim's progress >(1678), 리차드 헤드 Rcichard Head의 <영국 악당 The English Rogue>(1665), 토비아스 스몰렛 Tobias Smollett의 <험프리 클링커의 모험 The expedition of Humphry Clinker>(1770), 로렌스 스턴 Laurence Sterne의 <트리스트람 샌디의 삶과 의견 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1759-1767),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의 <피크윅 페이퍼스 The pickwick papers> (1836-1837)등이나 독일의 한스 그리멜하우젠 Hans Jakob Christoffel von Grimmelshausen의 <바보 이야기 Simplicius Simplicissimus>(1668), 프랑스의 알랭 르네 르사주 Alain-René Lesage의 <질 블라스 이야기 Histoire de Gil Blas de Santillane>(1715-1735), 중국 명나라 시대에 나온 대하소설 오승은의 <서유기>, 한국 김만중의 <구운몽>(1687) - 따위도 피카레스크 소설의 관점에서 연구할 거리가 많다.
이런 연구가 중요하겠지만, 소설에 등장한 음식, tocino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하찮은 것에 목숨을 걸듯 달려드냐고 할 수 있으나, 혹은 에라스무스가 <우신예찬>의 서문에서 말했듯, "보잘것없는 것을 심각하게 다루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지" 모르나 악마는 자세한 것(디테일)에 있다고 있다고 했듯 진리는 작은 것에도 있기 때문이다.
글은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에서 tocino(돼지비계) 등장 장면, torrezno(돼지비계구이)와 유사성과 차이점, torrezno가 언급된 장면.
-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의 tocino 뜻풀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과일반화된 오류이고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라고 오역한 témpano de la canal del cerdo는 도체의 납작한 덩어리 즉 돼지비계인 증거 제시.
- 16-17세기 스페인에서 tocino는 염장한 모든 돼지고기를 뜻하는지 조사 - 17세기 코바루비아스 서서사전에 tocino 정의와 돼지 도살과 해체에 대한 논문/보고서에서 돼지고기 carne de cerdo와 돼지비계 tocino 구분 확인,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에서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와 돼지비계를 구분한 사실, 유튜브 돼지 해체 사진 제시.
- <돈키호테>에 열 번 등장하는 돼지비계 tocino 소개.
tocino 토시노는 소설의 2장에 라사리요가 모시던 마케다라는 마을의 신부 집에는 먹을 것이 없다는 장면에 등장한다.
Y en toda la casa no había ninguna cosa de comer, como suele estar en otras; algún tocino colgado al humero, algún queso puesto en alguna tabla o en el armario, algún canastillo con algunos pedazos de pan que de la mesa sobran; que me parece a mí que, aunque dello no me aprovechara, con la vista dello me consolara. 집의 어느 곳에도 다른 집처럼 먹을 것이 없었다. 아궁이 위에 돼지비계가 좀 놓여 있거나 판이나 찬장에 치즈가 좀 있거나 식탁에서 먹다 남은 빵이 담긴 바구니도 없다. 이런 음식을 난 먹을 수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위안이 될 터이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2장, 1981:132).
tocino는 '돼지비계'인데 스페인에서는 '토시노(돼지비계)가 없으면 오야가 없다 no hay olla sin tocino '는 관용구가 있는 것처럼 오야(olla)**를 해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오야는 고기와 채소를 삶은 완숙이다. olla는 조리도구인 솥이나 냄비이지만 여기에 넣어 삶은 음식을 뜻하고 cocido와 동의어다. cocido는 '삶다'라는 뜻의 동사 cocer의 형용사 cocido가 품사를 바꾼 명사이다.
돼지비계 tocino를 구우면 토레스노 torrezno가 된다. 코바루비아스(Covarrubias)의 서서사전 <카스테야나와 에스파뇰라의 보물 Tesoro de lengua castellena y española>(1611)에 torrezno는 "오야를 요리하거나 다른 찌개나 조림(guisa)을 할 때 들어가는 tocino와 다르게 불에 굽는 것이다"라고 했다.
돼지비계 tocino는 고기채소완숙인 오야 뿐만 아니라 다른 국물이 있는 '기소'(guiso, 고기나 생선을 양념에 요리하는데 찌개이기도 하고 조림 같은 음식)를 할 때도 국물의 맛을 돋우기 위해 사용하고 구우면 맛있는 돼지비계구이가 된다. 오늘날의 토레스노 torrezno는 굽지 않고 튀긴다.
이 돼지비계구이 torrezno는 라사리요가 길잡이를 했던 노랑이 맹인이 애지중지 하던 음식 자루의 실밥을 뜯고 훔쳐먹은 음식이다. 맹인은 먹거리도 잘 주지 않았고 자루도 철사로 꽁꽁 묶어 자물쇠를 채워놓았기 때문에 슬쩍할 수밖에 없었다.
... por unu poco de costura que muchas veces del un lado del fardel decocia y tornaba a coser, sangraba el avariento fardel, sacando no por tasa pan, mas buenos pedazos, torreznos y longaniza. ....자주 자루 한쪽의 실밥을 약간 뜯고 다시 깁곤 했다. 욕심스러운 자루가 피를 흘리듯 자루에서 부스러기가 아닌 큼직한 빵과 돼지비계구이와 롱가니사소시지를 꺼내 먹었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1장, 1981:113).
이제 tocino를 어떻게 번역하는지 알아보자. 우선,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 이하 '네스'라고 한다)은 tocino를 돼지비계, 비계의 기름이라고 했으며, 동시에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이고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라고 했다.
돼지비계와 비계의 기름인 것은 분명하나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는 과일반화이고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는 오역이다. tocino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면 소금에 절인 뒷다리 허벅지 하몬(jamón)도 tocino이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네스는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RAE)을 번역한 사전이므로 RAE의 뜻풀이를 보자.
tocino는 1. 특정한 포유류(de ciertos mamíferas), 특히 돼지의(especialmente de cerdo) 잘 발달된(muy desarrollado) 피하지방(panículo adiposo) 즉 돼지 비곗살 2. Lardo del tocino(돼지비계의 기름)이라고 했고 3 도체(도살한 돼지의 머리, 발, 꼬리, 내장을 제거한 몸통, '지육'과 동의어)의 납작한 부위(témpano)이다. 보다시피 RAE는 tocino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뜻을 새기지 않았다. 네스가 왜 그렇게 정의했는지 먼저 알아보고, '도체의 납작한 부위'가 무엇인지 논의한다.
일부 서영사전은 tocino를 (fatty) salt pork로 번역했다 (아래 옥스퍼드 서영사전과 콜린스 서영사전). 이 salt pork를 영한사전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옮겼다.
동아출판, YBM, 교학사, 3종의 영한사전이 salt pork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슈프림 영한사전>은 salt pork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비계)'로 번역해서 salt pork는 염장한 돼지고기이거나 염장한 돼지비계라고 했다.
유사하게 <조리용어사전>도 salt pork를 '쏠트 포크'라고 음차 번역하며 아주 기름진 것이라고 했다.
tocino를 네스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한 것은 salt pork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옮긴 3종 영한사전의 영향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RAE는 tocino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라고 정의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tocino는 '염장 돼지고기'가 아니라 '염장 돼지비계'인 게 정확한 뜻풀이이다.
- tocino - RAE - 돼지 피하지방(비곗살), 비곗살의 기름
- tocino - 콜린스 서영사전 - salt pork, 옥스퍼드 서영사전 - fatty salt pork
- salt pork - 교학사, YBM, 동아출판 영한사전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 tocino -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 salt pork - 슈프림 영한사전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비계)
- salt pork - 조리용어사전 - 쏠트 포크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베이컨보다 훨씬 기름지고 훈제하지 않은 것이다.
- tocino - 네스의 뜻풀이 수정 제안 - 염장 돼지비계
이제 네스의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tocino를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라고 한 것은 RAE의 'Témpano de la canal del cerdo'를 번역한 것이다. 네스에 따르면 canal del cerdo는 '돼지의 목구멍'이고 témpano는 '납작한 덩어리'이다. 그러나 canal de cerdo는 '돼지의 목구멍'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도살한 돼지의 머리, 발, 꼬리, 내장을 제거한 몸통인 '지육' 또는 '도체'이다 (아래 canal del cerdo 구글 이미지 검색 참조). témpano는 타악기인 북 또는 탬버린의 표면 가죽이나 넓고 편편하고 두껍고 단단한 조각을 뜻하기도 한다.
도체의 넓고 편편하고 두껍고 단단한 조각(Témpano de la canal del cerdo)은 다름 아닌 '돼지비계'이다. 이런 두껍고 편편한 조각인 tocino는 대개 피하지방이 풍부한 돼지 뱃살에서 얻는다. 그러면 이런 tocino는 삼겹살인 panceta와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뱃살이 아닌 아래 그림 1번처럼 대가리 바로 뒤쪽 뒷목에서 잘라낼 수 있는데, 이런 토시노를 tocino de lomo de cerdo(등 비곗살)이라고 한다 (그림 8번은 뱃살 삼겹살이다).
사실 témpano는 18세기에 tocino와 동의어였다. RAE의 전신인 <Diccionario de Autoridades 아우토리다데스 사전>(1739)은 토시노(tocino)를 다른 말로 témpano이다고 했다 (아래 참조). 그리고 토시노는 물에 푹 삶는 고기채소완숙인 holla (오늘날의 olla , 오야는 다른 말로 코시도 cocido라 한다)의 재료이라고 설명하며 반쪽으로 갈린 돼지의 표면 부위를 "염장한 고기 la carne salada"라 했다.
지금까지 논의를 요약하고 네스를 바로 잡으면 아래와 같다.
- tocino 1. 돼지비계 2. 돼지비계의 기름 3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염장 돼지비계 4.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 돼지비계
tocino는 (염장) 돼지비계 또는 비계 기름덩어리이지만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와 <돈키호테>가 쓰인 16세기와 17세기에는 광의로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tocino는 돈육의 특정 부위인 비계가 아니라 염장한 모든 돼지고기를 아우르는 총칭적인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코바루비아스(Covarrubias)의 서서사전 <카스테야나와 에스파뇰라의 보물 Tesoro de lengua castellena y española>(1611)은 tocino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아니라 살코기를 도려내고 남은 껍질과 비계를 염장한 것이라고 했다.
- "el puerco que despues de muerto sacado todo lo interno: el lomo, las costillas, el almilla y espinazo, queda dividido en dos medios. Estos se salan y se adoban en salmuera, y puestos a enjugar sirven para todo el año." 죽은 돼지를 속을 다 비워내고, 등 살코기, 갈빗살, 가슴과 뱃살, 척추 부위 살을 드러내고 두 쪽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이것은 소금에 절이고 소금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고 말려 일 년 내내 먹는다."
발 발디비에소(Val Valdivieso)는 15세기 말 카스티야 지방의 메디나 델 캄포(Medina del Campo)에 사회계층 형성을 논하며 주민들이 먹는 음식 중 돼지비계와 돼지고기의 가격을 비교했다. 아래에 보다시피 '생 돼지고기' carne de cerdo fresco와 '염장 돼지비계 tocino salado'를 구분했는데 이는 tocino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 ".....el proceso de conservación del tocino hace subir notoriamente su precio, mientras que la carne de cerdo fresco tiene exactamente el mismo precio que el tocino salado no añejo." 돼지비계의 보존처리가 분명히 가격이 상승 요인이었고 생 돼지고기는 일 년이 되지 않은 염장 돼지비계와 가격이 동일하다. (1988-89, p 223, 강조는 필자)
유사하게 마린(Marín)은 15세기 쿠엔카 지역의 이니에스타란 마을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을 논하면서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보고했다. 부활절 때 무효모 빵을 먹고 돼지 cerdo와 돼지비계 tocino 따위는 금지했다고 했다. 돼지비계를 돼지고기와 구분했다.
- ...en la pascua comían pan cenceño porque les estaba prohibido en esos días comer pan fermentado con levadura; también tenían prohibido comer cerdo, tocino, conejo, liebre, pulpo, anguila y congrio; en diferentes momentos del año guardaban ayuno durante todo el día y lo rompían al atardecer (sobre todo en la fiesta del Yom kippur) 부활절에는 이스토로 발효가 된 빵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무효모 빵을 먹었고 또한 돼지고기와 돼지비계, 집토기, 산토기, 낙지, 뱀장어, 붕장어를 금했다. 년 중 다르 시기에 종일 금식을 하고 저녁에 식사를 한다 (특히 욤 키푸르 축일) (2021, p 10, 강조는 필자).
한편, 리오 모레노(Río Moreno)는 신세계의 정복자 스페인이 중남미에 전해준 돼지를 논의하면서 tocino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며 tocino는 염장한 돼지고기가 아니라고 했다.
- "El tocino —acúmulo graso que se deposita en la sección subcutánea de la piel del cerdo— era sometido en el siglo XVI a un proceso de salazón para ser destinado a la alimentación, técnica que no ha variado en la actualidad. Separado en hojas de distintas porciones, que recibían el nombre de la región anatómica correspondiente (tocino de lomo, de espinazo, de papadas, etc.), se mantenía en sal durante ocho o diez días, conservándose aislado de la luz y de los insectos. 돼지비계 - 돼지의 피하 부분에 모인 비계 - 16세기에는 음식으로 염장 처리를 했고,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은 기법이다. 여러 부위에서 박편을 떠서 부위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 (등 비계, 척추 비계, 목살 비계 등), 8-10일 염장을 했다가 햇볕이나 벌레가 없는 곳에 보관한다 (1996, p 31, 강조는 필자).
이어서 같은 31면에 서인도 제도의 앤틸레스섬에 "돼지 살코기와 비계"는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하며 돼지고기 carne와 비계 tocino를 구분했다.
- "Ignoramos qué proporción tenía este producto en la alimentación de la población residente en las Antillas, pero sabemos que la carne y el tocino de cerdo eran de ingestión diaria, ya fuesen adobados, ahumados o en salazón." (1996, p 31, 강조는 필자)
라비날(Rabinal)은 19세기 사라고사시의 로스 시티오스라는 구역에서 행해졌던 돼지 도살을 보고하면서 당시 스페인 사람의 주식인 돼지고기와 돼지비계를 구분했다.
- "La dieta básica de la mayor parte de los españoles estaba compuesta por grandes cantidades de pan, muchas legumbres, verduras y hortalizas variadas, tocino y otros productos del cerdo, carnes de cordero y vacuno..." 스페인인의 주식은 대부분 빵, 많은 콩류, 다양한 야채와 채소, 돼지비계와 다른 돼지고기, 양고기와 소고기였다. (강조는 필자).
모레노 발레로(Moreno Valero)는 안달루시아의 로스 페드로체스 마을에서 하는 돼지 도살에 대해 논하며 죽은 돼지의 몸통인 도체에서 살코기를 바르는 순서는 갈빗살, 등심, 앞다리 위 살코기, 지방, 어깨, 뒷다리 허벅지(하몽), 돼지비계라고 했다.
tocino는 염장 돼지고기가 아니라 특정 부위인 돼지비계인 것을 확인했다.
사실 세르반테스는 돼지고기와 돼지비계 tocino를 구별해서 사용했다. <돈키호테>(1605) 9장에 둘시네아는 라 만차의 어떤 여자보다 돼지고기 염장 솜씨가 뛰어나다고 했는데, 이 '돼지고기'는 puercos이지 소설의 다른 곳에서 언급한 tocino 돼지비계가 아니다.
- Está, como he dicho, aquí en el margen escrito esto: "Esta Dulcinea del Toboso tantas veces en esta historia referida, dicen que tuvo la mejor mano para salar puercos que otra mujer de toda la Mancha." 제가 말한 주석에는 "이 이야기에 자주 언급된 둘시네아 델 토보소는 라 만차의 어떤 여자보다 돼지고기를 염장하는 솜씨가 최고라고 한다". (돈키호테, 9장).
이런 돼지비계 tocino는 <돈키호테>(1605)에 한 번, 속편 <돈키호테>(1615)에 9번 등장한다. tocino는 속담의 구성 요소로 또는 독립된 음식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소설의 1권 25장에 산초는 돈키호테가 기사소설 '아마디스 데 가울라'의 엘리사바트 의사와 여왕은 배를 맞춘 사이가 아니라고 방어를 하자 그 사람들 일은 나와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속담을 줄줄이 꺼내며 맞장구를 치는 장면이 있다.
-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뎁쇼." 산초가 대답했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니 엿장수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통정을 했는지 아닌지는 하느님이 알고 계십니다. 전 저 아래 동네에서 와서 알 바가 없고요. 남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뎁쇼. 물건을 사고 거짓말을 하면 주머니가 다 압니다. 게다가 전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여전히 맨몸이고,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습니다. 아무튼 제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밥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쌀도 안치지 않았습니다요. 들판에 문을 만들어 달 순 없지 않습니까? 하느님도 이래라저래라 뒷말을 듣습니다요."
산초는 관용구나 속담을 연속해서 말했다. 1. Con su pan se lo coman (자기 빵은 자기가 먹는다) - 자기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2. De mis viñas vengo, no sé nada (내 포도밭에서 와서 난 아무것도 모른다) -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3. El que compra y miente, en su bolsa lo siente (구매하고 거짓말을 한 사람의 주머니는 느낀다) - 타인을 속일 수 있지만 자신은 속일 수 없다. 4. Desnudo nací, desnudo me hallo: ni pierdo ni gano (알몸으로 나서 알몸이다, 잃거나 얻을 것이 없다) - 나에겐 득이나 실이 없다. 5. Y muchos piensan que hay tocinos, y no hay estacas (많은 사람은 염장 돼지비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걸쳐 둘 말뚝도 없다) -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없을 때가 있다. 겉보기과 다르게 실속이 없다. 6. Quién puede poner puertas al campo (벌판에 누가 대문을 달 수 있을까?) - 자유를 구속할 사람은 없다. 7. Cuanto más, que de Dios dijeron (신이라고 해도 말을 듣는데 - 꾸지람을 듣는데 - 아무래도 괜찮다) - 왈가불가 뒷말을 듣고 싶지 않다.
Y muchos piensan que hay tocinos, y no hay estacas는 직역하면 '많은 사람들은 돼지비계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으나 말뚝도 없다'인데 겉보기와 실상은 다르거나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자 그대로 뜻을 살려 '돼지비계가 있는 줄 았았는데 그걸 걸 말뚝도 없다'라고 옮기고 속담의 의미를 주석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아니면 위 블로그 필자의 번역처럼 '밥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쌀도 안치지 않았습니다요'으로 스페인어 속담의 뜻을 전하는 비유로 옮길 수도 있다.
<돈키호테> 속편의 10장, 55장, 67장, 73장에 속담 Muchos piensan que hay tocinos, y no hay estacas의 변이형이 사용되었고, 49장, 50장, 53장, 59장에는 속담과 관계없는 tocino가 언급되었다.
- 10장 y que donde no hay tocinos, no hay estacas ; y también se dice: donde no piensa, salta la liebre. 돼지비계가 없는 곳에 말뚝도 없습니다 (밥이 없는데 쌀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데 산토끼가 뛰쳐나온다고 하는데요.
- 49장 porque será sacar a mi estómago...., el cual está acostumbrado a cabra, a vaca, a tocino, a cecina, a nabos y a cebollas; 왜냐하면 제 위장은... 염소고기, 소고기, 돼지비계, 육포, 무와 양파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 50장 Y por ahora, Sanchica, atiende a que se regale este señor: pon en orden este caballo, y saca de la caballeriza güevos, y corta tocino aduina, y démosle de comer como a un príncipe....이제, 산치까, 이 분을 잘 모셔, 말을 잘 매어 두고, 마구간에서 달걀을 가지고 와서 돼지비계를 큼직하게 잘라 넣어 요리해 왕자처럼 드시게 하렴.
- 53장 Quedó como galápago encerrado y cubierto con sus conchas, o como medio tocino metido entre dos artesas.... 산초는 껍질을 쓰고 갇힌 거북이같이 있거나 두 개의 밀가루 반죽 통 사이에 낀 반토막 돼지비계 꼴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세르반테스센터(CVC, Centro Virtual Cervantes)의 <돈키호테>는 53장의 tocino에 대한 주석이 있다. tocino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아니라 염장 돼지비계이라고 설명했다. "주석 (17) - tocino는 'canal de cerdo(도체)'이다. 이 도체는 하몽, 어깨살, 등살, 등심과 갈빗살을 제거한 것으로 염장해서 두 개의 밀가루 반죽 통 사이에 올려놓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둔다"라고 했다. tocino는 살코기를 바르고 남은 껍질과 피하지방인 비계이다. 세르반테스는 산초가 하고 있는 꼴이 두 개의 밀가루 반죽 통 사이에 올려놓고 눌러진 돼지비계 반토막과 닮았다고 비유를 한 것이다.
- 55장 y nadie diga "desta agua no beberé",que adonde se piensa que hay tocinos, no hay estacas.....아무도 "이 물은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라고 말을 하지 못하지, 밥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쌀도 안치지 않았을 때도 있다고.
- 59장 ¡Medrados estamos con eso! –respondió Sancho–. Yo pondré que.......debe de haber de tocino y huevos. "아이고" 산초가 대답했다. 난 ...... 돼지비계와 달걀이 있는 게.... [돼지비계와 달걀은 음식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16, 17세기 스페인 평민들이 준비해두었던 비상식량이었다].
- 59장 están cocidas con sus garbanzos, cebollas y tocino... 이것들은 이집트콩과 양파와 돼지비계와 함께 삶은 것이다.
- 65장 pues sabe que donde las dan las toman, y que no siempre hay tocinos donde hay estacas, dé una higa** al médico... 다 업보인 걸 알 테죠, 쌀이 있다고 늘 밥이 있으라는 법이 없습니다. 의사는 염병하라 하고... [**higa는 higo(무화과)의 여성형 명사인데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는 욕이다.]
- 73장 Calla, Teresa –respondió Sancho–, que muchas veces donde hay estacas no hay tocinos, y vámonos a nuestra casa.... "조용히 해, 테레사" 산초가 대답했다. "쌀이 있는 데도 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우리 집에 갑시다요...
돼지비계가 사용된 속담은 먹성이 좋은 산초가 한 말이고 속담과 관련이 없는 돼지비계는 산초나 그의 아내 또는 산초와 대화를 하는 객줏집 주인처럼 산초와 관련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tocino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아니라 돼지비계이어야만 하고 속담에서는 굳이 '돼지비계'일 필요는 없고 우리말 비유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의 여러 <돈키호테> 번역본은 어떻게 옮겼는지 자못 궁금하다.
논의를 요약하고 글을 마친다.
-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2장 마케다 마을의 신부 집에는 흔한 tocino(돼지비계)가 없었고, 1장 맹인의 음식 주머니에서 라사리요가 훔쳐먹었던 것은 돼지비계구이 torrezno이다. tocino는 스페인의 고기채소완숙인 오야(olla)의 필수 식재료로 no hay olla sin tocino란 관용구가 있다.
-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의 tocino 뜻풀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는 영한사전 뜻풀이의 영향일 수 있다. '돼지 목구멍의 납작한 덩어리'라고 오역한 témpano de la canal del cerdo는 도체(지육)의 넓고 단단한 비계를 뜻한다. tocino를 배에서 얻으면 삼겹살 panceta과 구분이 어렵지만 뱃살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 추출할 수 있다.
- 16-17세기 스페인에서 tocino는 염장한 모든 돼지고기를 뜻하지 않았다. 코바루비아스 서서사전(1611)에 tocino는 돼지비계이다. 세르반테스는 돼지비계와 일반 돼지고기를 <돈키호테>에 구별해서 사용했다. 15세기 이후 카스티야 지방에서는 돼지고기와 돼지비계 tocino를 구분했다. 돼지 도살과 해체에 대한 논문/보고서는 돼지고기 carne de cerdo와 돼지비계 tocino를 구분했다.
- <돈키호테>에 열 번 등장하는 tocino는 속담이나 속담에 관계없이 쓰였다. 돼지비계가 정확한 번역이고 돼지비계가 들어가는 속담을- Muchos piensan que hay tocinos, y no hay estacas과 변이형 - 을 옮길 때는, 비유에 따라서, 굳이 돼지비계라고 번역할 필요는 없다.
참고문헌
- Cervantes, Miguel de. 1605.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 Cervantes, Miguel de. 1615. Segunda parte del ingenioso caballero don Quijote de la Mancha. .https://cvc.cervantes.es/literatura/clasicos/quijote/default.htm
- Covarrubias, Sebastian. 1611. Tesoro de lengua castellena y española [카스테야나와 에스파뇰라의 보물].
- Marín, Aurelio Pretel. 2021.Conversos y “judaizantes” de Iniesta entre los siglos XV y XVI. [15세기에서 16세기까지 이네에스타의 개종자와 '유대교인들'] Gráficas Iniesta S.L. Iniesta Cuenca.
- Moreno Valero, Manuel. 1994. La matanza en Los Pedroches. [로스 페드로체스의 돼지 도살] Revista de Folklore.Tomo 14a. Núm. 161, p.154-166.
- Rabinal, Pedro Roncalés. La matanza del cerdo y los Sitios y su tiempo [로스 시티오스의 돼지 도살과 시기] https://ifc.dpz.es/recursos/publicaciones/29/16/20roncales.pdf
- 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autoridades (1726-1739). https://apps2.rae.es/DA.html
- Ricapito, Josheph V. 1981. Lazarillo de Tormes. Cátedra. Madrid.
- Río Moreno,L. del. 1996. El cerdo. Historia de un elemento esencial de la cultura castellana en la conquista y colonización de América (siglo XVI) [돼지 - 중남미의 정복과 식민지에 스페인 문화 정수의 역사 (16세기)] Anuario de Estuidos Amercianos. 53(1), p.13 -35.
- Val Valdivieso, M. Isabel. 1988-1989. Indicios de la existencia de una clase en formación: el ejemplo de Medina del Campo a fines del siglo XV. Anales de la Universidad de Alicante: Historia medieval, N 7. pp.1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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