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스페인 시18

마른 느릅나무 A un olmo seco 아내에게 바치는 시- 안토니오 마차도 마른 느릅나무 번개에 갈라지고 절반은 썩은 느릅나무 고목에 사월의 비와 오월 햇살에 푸른 새순이 돋았구나 두에로 강물 넘실거리는 언덕에 백년 묵은 느릅나무 허연 껍질에 노란 이끼 벌레 먹은 몸통은 가루투성이 길가 강가에 늘어 선 버드나무에서 노래부르는 갈색 밤괴꼬리는 찾지 않아 개미들이 열을 지어 오르고 구새 먹은 속에는 회색 거미줄이 치렁치렁 두에로의 느릅나무 나무꾼의 도끼가 내리치기 전에 목수의 손이 종 축대, 수레 채 달구지 멍에로 바꿔 놓기 전에 길가 어느 쓰러진 오두막 내일 아궁이의 벌건 땔감이 되기 전에 하얀 산바람에 넘어지고 돌개바람이 쓰러뜨리기 전에 계곡과 골짜기를 지나 강으로 바다로 가기 전에 느릅나무 네 경이로운 푸른 가지를 내 공책에 옮겨 놓고 싶구나 내 가슴에 품어 본다 빛과 삶이 .. 2020. 11. 15.
유년 추억 - 안토니오 마차도 Recuerdo infantil - Antonio Machado V (유년 추억) 추운 회갈색 겨울 오후 아이들은 공부 중 유리창 밖 지겹게 떨어지는 빗방울 수업중 종이 카드에 도망치는 카인과 죽은 아벨 그 옆엔 선홍색 얼룩을 그리고 낭랑하고 속이 빈 목소리로 우뢰 같이 선생님이 외친다 여의고 생기 없는 손에 책을 쥔 아무렇게 차려입은 늙은 선생님 아이들은 일구동성 배운 것을 합창한다 백 곱하기 백은 십만 천 곱하기 천은 백만 추운 회갈색 겨울 오후 학생들은 공부 중 유리창을 때리는 지겨운 빗방울 V (RECUERDO INFANTIL) Una tarde parda y fría de invierno. Los colegiales estudian. Monotonía de lluvia tras los cristales. Es la clase. En un cartel se r.. 2019. 10. 28.
친구의 장례식에서 - 안토니오 마차도 IV (친구의 장례식에서) 태양이 불타는 칠월 뜨거운 오후 흙을 뿌렸네 열린 구덩이까지 뻗은 길에 잎이 시든 장미들 사이 제라늄의 날카로운 향기와 빨간 꽃 맑고 새파란 하늘 강하고 마른 바람 두 명의 인부 묘혈 바닥으로 관을 내리며 무거운 두 밧줄 무겁게 공중에 멈칫 바닥에 앉으며 정적을 깨우는 단단하고 엄숙한 소리 완벽한 확신이 섞인 땅을 때리는 관 소리 검은 관 위로 육중한 흙덩이 가루가 흩날리고 바람에 실려온 깊은 묘혈의 하얀 숨소리 친구, 어둠이 걷혔으니 이제 편안히 쉬게 푹 영면하길… 영원히 깨지말고 고요하게 푹 잠들게 IV (EN EL ENTIERRO DE UN AMIGO) Tierra le dieron una tarde horrible del mes de julio, bajo el sol d.. 2019. 10. 20.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오렌지 -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III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열매를 단 오렌지나무와 광장이 환하다 조무래기 아이들이 왁자지껄 제멋대로 학교를 나와 새로운 목소리의 환호성이 그늘진 광장의 대기에 가득 찬다 죽은 도시들의 구석마다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들의 옛날은 아직도 오랜 거리를 방황하고 있구나! III La plaza y los naranjos encendidos con sus frutas redondas y risueñas Tumulto de pequeños colegiales que al salir en desorden de la escuela, llenan el aire de la plaza en sombra con la algazara de sus voces nuevas. ¡Alegria infantil en los rincon.. 2019. 10. 18.
수많은 길을 걸었다-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He andado muchos caminos - Antonio Machado II 수많은 길을 걸었다 수많은 오솔길을 개척했다 수 백번 바다로 항해했다 수 백번 뭍에 다았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슬픔의 긴 행렬 오만한 사람들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을 검은 그림자를 던지는 술 취한 사람들을 선술집의 포도주는 마시지 않으며 다 안다고 우쭐거리며 입을 다물고 쳐다만 보는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는 작자들 이 땅을 짓밟으며 걷는 나쁜 사람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춤을 추고 즐기는 사람들을 할 수 있다면 몇 뙈기 땅을 일구는 사람들 어디를 가더라도 결코 어디인지 묻지 않고 걷거나 늙은 노새의 등을 타고 간다 서두르지 않는다 축제 날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포도주가 있으면 포도주를 마시고 포도주가 없으면 시원한 물을 마신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일하고, 세월이 지나고, 꿈을 꾸고 그.. 2019. 10. 18.
나그네 -안토니오 마차도 El viajero - Antonio Machado 나그네 어두운 거실에 그는 우리와 함께 있다 사랑하는 아우 어느 맑은 날 유년의 꿈을 안고 먼 나라로 떠난 그를 보았다. 오늘 벌써 관자놀이 머리는 은색이고 초췌한 이마 위의 머리도 희끗하다. 근심에 젖은 차가운 그의 눈길에 늘 자리를 비운 영혼이 으른거린다. 오래되고 울적한 공원에 가을 잎사귀가 떨어진다. 축축한 유리창 너머 오후는 거울 속 깊이 어린다. 아우의 얼굴이 부드럽게 빛난다. 꽃 핀 환멸은 저무는 오후에 황금빛으로 물들었는가? 새해 마다 새로운 삶을 열망하는가? 잃어버린 청춘을 슬퍼하는가? 불쌍한 암늑대는 죽었고 멀리 있다.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하얀 청춘을 문앞에서 노래불러야 하기에 두려운가? 꿈을 이루지 못한 대지의 황금빛 태양에 미소짓는가? 바람에 부풀린 빛나는 흰 돛으로 웅성이는 바.. 2019.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