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류/스페인의 새

바다직박구리 pájaro solitario 벌참새가 아니다

by brasero 2024. 1. 26.

pájaro solitario, 문자 그대로 옮기면, 혼자 있는 새, 외로운 새인데, 바다직박구리이다. 지빠귀(Turdus)와 닮아서 tordo loco(미친 지빠귀)라 불리는 이 새는 참새목 솔딱새과(Muscicapidae)에 속한다.

바다직박구리 수컷 (사진 ebird)

≪스페인어 학문 용어 사전 Diccionario de la academia española≫(1826)은 pájaro solitario는 pájaro loco라고 하며 스페인 일부 지역에 아주 흔한 새로 학명은 Turdus soiltarius이다고 명시했다. 

스페인 학문 용어사전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는 학명 Turdus solitarius의 이명은 Monticola solitarius라고 했다. 

GBIF 두 학명은 동의어이다.

스페인 조류협회(SEO)는 pájaro solitario 바다직박구리의 이명 roquero solitario를 소개하며 학명은 Monticola solitarius라고 했다. roquero가 바위를 뜻하는 형용사라서 이 새는 바위를 선호한다는 습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SEO Roquero solitario 바다직박구리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는 pájaro solitario를 " 1. 남성 명사. 참새목에 속하며, 길이가 20cm 정도이고 깃은 진한 청색이고, 날개는 검고 꼬리는 갈색이다. 탑이나 가파른  벼랑의 갈라진 틈에 걸어 다니고 울음은 대륙검은지빠귀(mirlo común)의 울음과 유사하다"라고 뜻을 새겼다. 

DRAE 빠하로 솔리따리오 바다직박구리
벼랑 바위 끝에 앉은 바다직박구리 수컷 ( 사진 SEO)

국립생물자원관은 Monticola solitarius의 한국어명은 '바다직박구리'라고 했다

이 새는 우리나라의 산이나 해안의 바위에서 목격되기 때문에 '바다직박구리'란 이름이 어색한 것 같다. 학명에 산이란 뜻의 Monticola가 있고 스페인어명은 바위를 뜻하는 roquero를 쓰지만 우리는 '산직박구리'나 '바위직박구리'가 아니라 '바다직박구리'라고 부른다. 

바다직박구리 암컷 (사진 SEO)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pájaro solitario를 벌참새라고 오역했다. '벌참새'란 어떤 새일까? 벌을 닮아 꽃의 꿀을 빠는 참새이거나 벌을 먹이로 하는 참새일 수 있다. 이런 참새가 있을까?

꽃의 꿀을 빠는 동안 공중에 부양하기 위해 날갯짓이 벌의 소리를 내는 벌새는 colibrí이고 벌을 잡아먹는 벌잡이새는 abejaruco이다.

유럽벌잡이새 abejaruco (사진 위키백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벌잡이새 abejaruco(학명 Merops apiaster)딱새로 오역했다. 

딱새는 참새목 솔딱새과에 속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지역 러시아, 중국, 일본의 텃새로 스페인어로 colirrojo dáurico(학명 Phoenicurus auroreus)라고 한다. 아주 작고(길이 15cm) 색이 예쁜 새다.

딱새 수컷(사진 위키백과)

다시 벌참새 이야기로 돌아와서, 벌참새는 자연 속에 생존하는 새가 아닐 것이다. 구글 검색을 하면 벌참새는 일본 닌텐도 게임 시리즈의 파크민에 벌과 참새를 섞어놓은 캐릭터이거나 토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벌'과 소설의 내용 속에 '참새'가 함께 '벌 참새'로 구글의 그물망에 걸려든다. 아니면 아이들의 동화 '은혜 갚은 까치'에 '벌 받는 참새'란 말이 눈에 띈다. 또한 노동과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한 김숨의  소설 <제비심잠>에 한 구절, 벌, 참새, 나비란 단어가 검색된다. 

벌참새 구글검색 결과 김숨 <제비심장>

pájaro solitario는 '벌참새'가 아니라 솔딱새과의 '바다직박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