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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망초 coniza 질경이가 아니다

by brasero 2024. 1. 19.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합조약, 대한제국이 치욕스럽게 일본에 망해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경술국치(庚戌國恥)가 있던 경술년 그즈음 지천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만발했는데, 이 풀들마저 망국의 설움으로 절절히 줄기를 흔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망국초라 불렀고, 이 말에서 망초란 낱말이 생겨났다.

망초는 북미에서 귀화한 국화과 망초속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높이가 1.5m까지 자라고 줄기에는 잔털이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선형이고 꽃은 7~9월에 피는데, 머리꽃차례(두상화서)로 달리고 모인꽃싸개잎(총포)는 길쭉한 종 모양이고, 혀 모양의 꽃(설상화)는 백색으로 두 갈래로 갈라져 모인꽃싸개잎 밖으로 나오고, 가운데는 노란 꽃이 있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우리나라에는 망초속의 망초와 실망초와 개망초속의 민망초, 신민망초, 개망초, 큰망초, 봄망초, 주걱개망초, 구름국화가 서식한다. 

스페인 망초(사진 plantsflores.com)

스페인에도 우리나라처럼 망초, 실망초, 민망초, 개망초, 큰망초, 구름국화가 있다.

스페인 민망초 Erigeron acris L. (사진 Anthos)

우리나라에 없는 10 종이 있다. 이 종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에 서식하는 종,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종, 중남미가 원산인 종과 스페인에만 있는 종이 있다.

아래는 4개의 스페인 특산종이다.

  • Erigeron cabelloi  - 스페인 북부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산에 있는 종으로 2012년 뿌하다스와 가르시아 살모네스와 로뻬스(A. Pujadas, R. García-Salmones & E. López)가 명명했다. 

Erigeron cabelloi (사진 Ane Mujika)

  • Erigeron calderae - 아프리카대륙의 서부에 있는 스페인령 까나리아섬에 서식하는 종으로 1992년 한센(A. Hansen)이 명명했다.

Erigeron calderae (사진 헤라르도 까사노바)

  • Erigeron frigidus Boiss. ex DC - 안달루시아주 그라나다 시에라 네바다산에 서식하는 종으로 1838년 스위스의 식물학자 피에르 에드몽 브와시에( Pierre Edmond Boissier, 1810~1885)가 명명했다. 

Erigeron frigidus 꽃은 민망초와 유사하다(사진 Anthos)

  • Erigeron verguinii Sennen - 유럽에 서식하는 Erigeron atticus 종과 근연종이고 1936년 세넨(Sennen)이 명명했다. 

망초(학명 Erigeron canadensis)는 스페인어로 coniza[꼬니사]라 하는데, 스페인왕립식물원 식물정보체계(Anthos)는 coniza 이외에도 여러 동의어를 열거하고 있다. 오직 coniza만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에 등재되어 있다.

Anthos의 망초 학명과 스페인어 명칭
DRAE coniza 망초 - 국화과의 약용식물로 높이가 80-90cm, 상단부에 가지가 많고 잎은 피침형이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coniza를 질경이로 오역했다. 질경이는 국화과가 아니라 질경이과에 속한 식물이다. 

스페인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망초속이나 개망초속의 특산종이 있고 coniza는 '질경이'가 아니라 '망초'가 바른 번역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