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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동미리의 하나 뱀트라치 peje araña, '쑤기미'가 아니다

by brasero 2024. 1. 4.

peje araña[뻬헤 아라냐]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peje 생선, araña 거미, 즉 '거미고기'이다. 직역한 의미로 이 물고기는 거미를 닮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미리의 하나인 peje araña는 거미와 생김새가 딴판이다. 사실 독성이 있는 등지느러미가 거미줄처럼 뻗어 나와 있어 어부들이 '거미'라고 불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동미리의 하나인 뱀트라치 (사진 ictioterm.es)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peje araña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경골어류로, 식용이고, 지중해에 서식하고, 모래에 파묻혀 있고, 길이가 25cm까지 자라고, 몸체는 옆으로 길게 납작하고 미끈하고 등은 진한 황색이고 옆과 배는 무늬가 있고 머리는 고깔모양이고 입은 비스듬하고 눈은 서로 밀착되어 있고, 대가리 뒤쪽으로 등지느러미가 있다. 첫 번째 등지느러미는 방어하거나 공격하는 독이 있는 작지만 아주 강한 뼈로 구성되어 있다."

DREA

peje araña(학명 Trachinus draco)는 동미리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스페인의 지중해와 대서양에 서식하며 스페인의 슈퍼마켓에서 생선 육수를 내는 '잡어(morralla  모랄야)'로 다른 물고기와 섞여 판매되는 생선이다. 

스페인에서 잡어로 팔리는 동미리과 생선 뱀트라치

이런 동미릿과의 물고기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쑤기미의 일종'이라고 오역했다.  쑤기미는 우리나라의 연안이나 일본과 동중국해에 서식하는 쑤기미과 어류이다.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쑤기미 오역
쑤기미 (사진 위키백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쑤기미(학명 Inimicus japonicus)는 모래나 펄 속에 파묻고 생활하는 난행성어류라고 했다. 등지느러미는 가시처럼 날카롭고 독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오역의 원인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쑤기미는 동미리과의 peje araña처럼 모래에 묻혀 생활하고 등지느러미에 독이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특수부 검사가 모두 공정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될 수 없듯 거처가 유사하고 몸의 특징이 비슷하다고 같은 이름의 물고기가 될 수 없다. 

peje araña는 '뱀트라치'라고 번역되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동미리과를 설명하며 peje araña를 '뱀트라치'라고 번역했고,  peje araña의 영어 위키백과 창을(greater weever) 구글이 자동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것도 '뱀트라치'라고 했다.

한국어 위키백과 동미리과
greater weever 자동 구글 영한번역

구글의 자동영한번역이 항상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뱀트라치'가 적절한 번역어인지 판단을 할 수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이나 국어사전에는 뱀트라치는 이름의 어류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구글 검색을 좀 더 하면, 네이버블로그 '국수집'의 응급의학란에는 peje araña를 학명 Trachinus draco으로 독성을 소개하며 '뱀트라치'라고 했다. 

네이버블로그 국수집의 뱀트라치

또한 부경대학교대학원 해양생물학과 김성태의 '해산어류 위내용물 분석을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의 적용'(2017)이란 박사학위논문에 Trachinus draco를 '뱀트라치'라 했다

뱀트라치

'뱀트라치'란 명칭이 무슨 의미이며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위 두 사례는 '뱀트라치'가  peje araña의 한국어 이름이란 것을 입증하고 있다. 

뱀트라치 (사진 diario de sev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