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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스위스빵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빵이다

by brasero 2023. 9. 30.

suizo, suiza는 '스위스 사람의'라는 뜻의 형용사이고 '스위스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이기도 하다. 여성 명사 Suiza는 국가 스위스이다. 하지만 남성 명사 suizo는 (아래 RAE 5번 뜻) 설탕, 달걀, 우유로 만든 빵이다. 빵 suizo는 스페인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길쭉한 바게트 모양의 빵(pan)과 달리 부드러운 보요(bollo) 빵의 하나이다*(주 1 더보기). 주로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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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bollo(보요)는 스페인의 주식인 빵(pan)과 다른 부드러운 빵의 총칭이다. 보요 빵은 밀가루 반죽의 종류에 따라 크루아상(cruasán), 비스코초(bizcocho, 우리나라의 카스텔라와 유사), 막달레나(magdalena, 머핀과 유사) 등이 있다. 빵 스위스는 정확하게 말하면, 브리오슈(brioche) 중 하나이고 다른 말로 bollo de leche(우유로 만든 보요 빵)이라고 한다.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suizo 보요 빵
카페스위스빵- 마드리드빵

suizo 빵은 1845년에 개장한 마드리드의 카페 스위스(Café Suizo)에서 최초로 만들었기 때문에 (카페 주인은 스위스 사람이다) bollo suizo 또는 간단하게 suizo라  한다.

이런 카페 스위스에서 만든  suizo 빵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스위스빵'  또는 '카페스위스빵'이라 옮길 수 있다.  또는 이 빵이 탄생한 카페 스위스는 마드리드에 있었기 때문에 '마드리드빵'이라고 옮길 수 있다. '스위스빵'이란 번역은 빵이 '스위스'라는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는 혼란을 준다(사실 스위스에는 이 빵이 없다). '카페스위스빵'이라고 번역하면 마드리드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카페에서 만든 빵이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카페'를 '커피'로 오해를 하면, 스위스 커피로 만든 빵이란 오해를  유발한다. ' 마드리드빵'은 이 빵이 스위스가 아니라 스페인의 마드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부합되는 번역이다. 아니면 아예 음을 차용해 '수이소빵'이라고 옮기고 주석으로 설명을 하면 된다.

  • 스위스빵 - 스위스에서 만든 빵이라는 오해 유발
  • 카페스위스빵 - 카페 스위스에서 만든 빵이라는 뜻이지만 카페를 '커피'로 착각하면 스위스 커피가 들어간 빵으로 오해 유발
  • 마드리드빵 - 마드리드에 있는 카페 스위스에서 만든 빵이란 뜻, 마드리드에서 만든 빵으로 인식 
  • 빵 수이소 또는 수이소빵 - 스페인어 발음을 차용한 번역 '수이소' 빵 - 주석으로 빵의 유래 설명 

카페는 1845년 알깔라 거리(Calle de Alcalá)와 안차 데 뻴리그로스 거리(Calle   Ancha de Peligros,  이후 세비야  거리 Calle d Sevilla로 이름이 변경됨)가 만나는 곳에서 개장했고 1919년에 폐업을 했다. 지금 그 자리에 빌바오 은행(Banco de Bilbao, BBVA) 건물이 있다. 

1919년 마드리드의 카페 스위스 (사진 https://www.antiguoscafesdemadrid.com/2020/05/el-cafe-suizo.html)

카페 스위스는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스페인 바스크주 출신의 소설가 삐오 바로하(Pío Baroja)의 회고집 ≪마지막으로 길을 돌아서며 Desde la última vuelta del camino≫(1944~1949)에서 여러 번 카페 스위스를 언급했다.

  • "Solía acudir mi padre entonces a una tertulia del café Suizo, adonde iban Fernández y González, Zapata, Nákens, Segarra Balmaseda y otros escritores." 그래서 제 아버지는 카페 스위스에 열리는 문인들의 모임에 가곤 했다. 페르난데스 이 곤살레스, 사빠따, 나껜스, 세그라 발마세다와 다른 작가들이 이 카페에 드나들었다.
  • "Poco después de llegar a Madrid encontré a Maeztu en la calle de Alcalá, esquina a la de Sevilla, delante del café Suizo."  마드리드에 도착한지 얼마 후에 카페 스위스 앞에 있는 세비야 거리의 모퉁이에 있는 알깔라 거리에서 마에추(Maeztu)를 만났다.

알깔라거리와 세비야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카페 스위스(사진 https://www.antiguoscafesdemadrid.com/2020/05/el-cafe-suizo.html)

1942년 마드리드 평민들의 삶을 그린 까밀로 호세 셀라(Camilo José Cela, 1916~2002)의 소설 ≪벌집 La Colmena≫(1951)에  bollo suizo는 여러 번 등장한다

Alfagura 출판사 벌집, 1994년 19쪽

도냐 로사(Doña Rosa)가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으로 온 사채업자(prestamista), 뜨리니다드 가르시아 소브리노라는 노인장은 무뤂(las rodillas)에 앉은 아이에게 밀크커피(café con leche)에 적신 '마드리드빵' 조각을 주었다. 이 아이는 소브리노 노인의 손자이다.

Alfagura 출판사 벌집, 1994년 35쪽

카페의 다른 손님, 돈 빠블로가 일하지 않은 사람은 동정을 받을 자격이 없고 커피나 '수이소빵'을 먹을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Alfagura 출판사 벌집, 1994년 43쪽

카페의 손님인 시를 쓰는 청년이 앉아 있다가 어지러워서 바닥으로 넘어졌고, 이를 본 사채업자 소브리노 노인이 다른 손님들과 함께 청년을 변소(water, retrete)로 데리고 가 정신이 들도록 했고, 노인의 손자는 탁자 위에 널브러진 '마드리드빵' 부스러기를 집어먹었다. 

민음사의 번역은 탁자 위에(sobre la mesa) 남아 있는(que habían quedado) 빵 부스러기(las migas)를 "탁자 밑에 떨어진 스위스 빵 조각"(민음사. 벌집. 2015. 55쪽)으로 오역했다. 손자를 탁자 아래  바닥에 떨어진 더러운 빵 조각까지 먹는 게걸스럽거나 위생 관념이 없는 거지 같은 아이로 만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