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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스페인의 새

스페인의 까마귀 - 떼까마귀 grajo, 갈까마귀 grajilla, 어치 arrendajo

by brasero 2023. 2. 7.

참새목 까마귓과 (córvidos)의 새는 전 세계에 133종이며 (IOC 세계조류협회의 세계조류목록, 2023), 까마귀속, 까치속, 어치속 등 25속으로 나뉜다.* 스페인에 흔한 까맛귀과 새는 까마귀 corneja, 큰까마귀 cuervo grande, 떼까마귀 graja(grajo), 갈까마귀 grajilla, (다리가 붉은) 까마귀 chova, 까치 urraca, 물까치 rabilargo, 어치 arrendaj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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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l, F.; Donsker, D. (eds.). «Crows, mudnesters & birds-of-paradise»IOC World Bird List (version 8.2)

에스파냐 조류협회 SEO -에스파냐 까마귓과 새

corneja 까마귀는 정복자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 (Rodrigo Díaz de Vivar, 1048~1099), 엘 시드를 기리는 스페인의 서사시 <엘 시드의 노래 Cantar de mio Cid>(1200)에서 엘 시드 장군이 비바르(Bivar)를 나올 때 오른편에 있었고 브루고스(Burgos)로 입성할 때 왼편에 날았던 새다. 까마귀(corneia)를 보고 장군은 어깨를 움츠리고 머리를 흔들며, '기쁜 일이다, 알바르 파녜스(Álvar Fáñez), 우린 이 땅에서 추방이 되었지! 라고 말했다. 까마귀는 흉조가 아니라 부르고스로 들어오는 엘 시드를 맞이하는 길조이다.  

엘 시드의 노래, 메넨데스 피달 편저 10-15행

grajo 떼까마귀 (학명 Corvus frugilegus, 영어 rook)는 큰까마귀(cuervo)와 까마귀(corneja)와 비슷하지만 이들보다 몸집이 작고 부리 아래 깃털이 없다.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는 grajo를 '부리 시작 부분에 깃털이 없다 la base del pico desrovista de plumas'라고 묘사했다. 우리나라에는 남부 지방에 월동하는 겨울새로 울산에 유명하다.

RAE grajo, graja 떼까마귀
떼까마귀, 사진 SEO
국립생물자원관 떼까마귀 Corvus frugilegus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떼까마귀 grajo를 '어치'로 오역했다.

한편 'K-Dictionaries 스페인어-한국어 코퍼스'는 corneja (까마귀)를 떼까마귀 (grajo)로 오역했다. 

레온 지역 떼까마귀 (사진&nbsp; Cruzdejuan)

큰까마귀(cuervo), 까마귀(corneja), 떼까마귀(grajo), 갈까마귀(grajilla) 구별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의 생물 뜻풀이는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이라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데, 그래도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편리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고맙다. 하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르야 한다. 생물을 찾아볼 때마다 - 생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관용구, 의학 용어 따위)에도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늘 조심을 해야 한다. 가령 스라소니(lince)가 삵(살쾡이)이 되고, 갯과의 자칼(chacal)이 고양잇과 '재규어'가 되고, 갈치(sable)를 갈치라 하지 못하고 '뱀장어 모양의 물고기, 사블레'라고 하며, 정작 갈치는 'espadín(유럽청어)'라고 오역하고, 성병의 일종으로 음모에 기생하는 사면발니(ladilla)를 '찰거머리'라고 뜻을 잘못 새기고 구두충(acantocéfalo)을 '선충류, 원충류 동물'이라고 오역한다. 식물 이름도 부정확하다. 예를 들어, extraña 과꽃을 '금불초'라고 오역했다. 

피해는 사전 사용자가 받는다. 특히 문학 작품이나 과학기술 분야 번역에 치명상을 입힌다. 오류라는 인식 없이 잘못된 번역어가 버젓하게 활자화되어 정설처럼 되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 떼까마귀와 어치로 돌아와서, 어치는 grajo(graja)가 아니라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이 바르게 옮긴 arrendajo이다. 

어치 구글 이미지 검색

grajo 떼까마귀는 가난한 카스티야 시골 사람의 고난을 그리며 프랑코 독재 시대의 농촌 정책을 비판한 미겔 델리베스(Miguel Delibes, 1920~2010)의 소설 <Las ratas 쥐들>(1962)에 등장한다. 

El tío Ratero rebulló dentro, en las pajas, y la perra, al oírlo, ladró dos veces y, entonces, el bando de cuervos se alzó perezosamente del suelo en un vuelo reposado y profundo, acompasado por una alegrabía de graznidos siniestros. Unicamente un grajo permenció inmóvil sobre los pardos terrones y el niño, al divisarlo, corrió hacie él, zigzaguendo por los surcos pesados de humedad, esquivando el acoso de la perra que ladraba a su lado. 티오 라테로는 짚더미에서 꿈틀거렸고 이 소리에 암캐가 두 번 짖었다. 큰까마귀 무리가 느릿느릿 일제히 날아오르고..... 오직 떼까마귀만 회갈색 땅덩어리에 잠자코 있었다.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