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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멸치 -안초아 anchoa 보께론 boquerón

by brasero 2020. 6. 16.

멸치는 스페인어로 안초아 anchoa일까 아니면 보께론 boquerón 일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전이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을 찾아본다.

물론 삼성 갤럭시 S24 울트라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아직 손에 없으니,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이 편하다. 사실 삼성 갤럭시 자체 인공지능 통역기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혹시 가지고 계신 분, 멸치의 스페인어와 그 반대로 anchoa[안초아]나 boquerón[보께론]이라고 말해 보시고 뭐라고 통역하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무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anchoa나 boquerón을 둘 다 멸치라 하고, anchoa는 '소금에 간한' 멸치라는 추가 정보를 주고 있지만, 둘이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지 않다. 

스페인왕립학술원의 스페인어사전(DRAE)는 anchoa를 다음과  같이 뜻을 새겼다. "1. 여성 명사. 핏기가 조금 있는 상태에서 소금물에 절인(curado) 멸치(boquerón). 유의어 anchova 2. 여성 명사. 스페인 아라곤, 부르고스, 나바로, 빠이스 바스꼬, 리오하, 세고비아에서는 생선 멸치(boquerón). 유의어 boquerón, bocarte, aladroque

DRAE anchoa

이 뜻풀이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anchoa는 어물전의 생선 멸치가 아니라 생선 멸치(boquerón 보께론)을 소금물에 염장한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북부 가령 아라곤 등에서는 anchoa를 다른 지방에서 뜻하는 생선 멸치 boquerón 보께론을 뜻하는 것이다. 즉 스페인의 아라곤 등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생선 멸치는 boquerón 보께론이라고 한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anchoa를 위 DRAE를 번역하면서 뜻을 새겼는데, 세고비아 Segovia의 약자 Seg를 남부 안달루시아주의  Sevilla(Sev.)로 오해했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 anchoa

DRAE의  boquerón 뜻풀이를 보자. "1. 큰 입구(멸치가 아닌 의미) 2. 남성 명사. 정어리와 유사하지만 정어리보다 작은 진골어류로 대서양과 지중해에 풍부하고 anchoa의 재료이다."

boquerón은 바다에 살거나 어획된 생선 멸치이다. 처리 가공을 거치면 anchoa가 된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boquerón을 '멸치의 일종'이라고 했다. 멸치는 멸치인데 어떤 종인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멸치가 어디 있는가. 그냥 '멸치'라고 번역하면 된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  멸치의 일종

DRAE는 안초아 anchoa 멸치는 소금에 저장한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은 소금 처리 후 숙성을 거친 다음 대가리, 내장, 뼈를 제거 후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에 저장한 것이다. 반면 보께론 boquerón 멸치는 물론 바다에 사는 멸치, 생멸치, 잡힌 멸치, 어물전에 '나  좀 사 가세요' 하는 멸치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살을 바른 채 식초 저림을 당한 멸치로 마트에서 팔리거나 바나 카페에서 판매되는 멸치이다. 둘 다 분류학상 청어목 멸치과 멸치속(Engraulis)의 유럽멸치(Engraulis encrasicolus)이지만 가공 방법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DRAE 사전과 다르게 실제 어법으로  anchoa와 boquerón은 아래처럼 정리가 된다.

  • anchoa 안초아는 살을 바른 후 소금 절임 후 올리브유나 해바리기유에 저장된 멸치
  • boquerón 보케론은 바다에 사는 멸치, 생멸치, 어물전의 생선 멸치 또는 살을 바른 식초 저림 멸치.
  • 스페인 북부에서 바다에 사는 멸치, 잡힌 멸치, 생멸치를 anchoa라고 하든지 bocarte라고  한다.

스페인에는 우리나라처럼 마른 멸치가 없고, 먹는 방식이 다르니까, 스페인 사람들이 마른 멸치 우려낸 물 맛을 어떻게 알까, 꼰숨, 메르까도나, 마스이마스, 디아 따위의 슈퍼마켓 어물전에 멸치는 얼음 이불에  누워 있거나 냉장 선반에 작은 병이나 납작한 플라스틱 용기에 날씬하게 붉은 살만 들어 있거나 캔으로 캄캄하게 봉해져 일반 선반에 놓여 있다.

어물전의 멸치 boquerones (사진 출처- Pescadería en Madrid)

선반의 멸치는 살을 바른(filete) 후 소금 처리가 되어 숙성을 거쳐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에 절여 있는 붉은색의 안초아 멸치이거나 식초 저림이 된 흰색의 보께론 멸치이다.

꾸까 상표의 염장 올리브유 안초아 anchoa 멸치

 

슈퍼마켓, 메르까도나의 자체 상품, 아센다도 hacendado의 식초 저림 보께론 멸치

멸치는 이런 병, 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안초아 또는 보께론으로 우리 입에 다가오지만, 최종 소비자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가령 보께론 생멸치를 구입해 집에서 찌지든 볶든 삶든 튀기든 전이든 찌개든 에어프라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 심지어 멸치 젓갈까지 시도할 수 있다. 아니면 스페인에서 구하기 힘든 마른 멸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참고로 스페인 마켓의 어물전에서는 생선을 장만해 주기 때문에, 필요하면 대가리를 제거하고 내장을 빼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요구하지 않으면 그냥 담아 준다. 작은 멸치를 일일이 준비하기가 짜증이 날 법하다). 

아니면 스페인식으로 대가리를 떼어내고 뼈를 바르든지 말든지 해서(뼈가 연해서 씹어먹기도 좋고 칼슘도 섭취된다), 밀가루에 굴리고 나서 노른자와 흰자를 섞은 계란물을 입혀 - 이를 알 라 로마나 a la romana'라고 한다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 먼저 밀가루, 다음에 계란물 입히기) - 튀기거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도 된다. 아니면  멸치찌개나 채소나 치즈를 곁들어 멸치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아니면 스페인 빵을 반으로 쪼개 안초아 멸치를 척 걸쳐 보까디요로 먹으면 된다. 주의! 안초아는 엄청 짜다. 생 토마토나 채소를 곁들이면 한결 낫다.

 

안초아 멸치 보까디요 (사진 elmejorbocadill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