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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보카디요 bocadillo 보까디요 스페인 샌드위치

by brasero 2020. 8. 3.

bocadillo[보까디요]란 낱말부터 살펴본다. 보까(boca)는 '입'이다. 보까다(bocada)는 지금은 쓰지 않는 옛말로 '한 모금', '한 입' '입 벌리기'이란 뜻인데, bocada에 마지막 a를 떼어내고 축약 접미사 -illo를 첨가하여 보까디요(boacadillo 작은 한 입)이란 낱말이 태어났다.

  • bocada + illo = bocadillo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DRAE의 bocada 1.여성 명사 (사어) 한 모금 2. 여성 명사 (사어) 한 입 3. 여성 명사 (사어) 입을 벌림

말 그대로 크게 한 입이 아니라 가볍게 한 입 할 수 있는 것이 보까디요이다. 보까디요 bocadillo의 구어 또는 속어로 보까따 bocata라 한다. bocadillo의 -adillo를 떼내고 속어를 만드는 접미사 -ata를 첨가한 낱말이다.

  • bocadillo + ata = bocata

하몬 세라노 보까디요

막대 같은 긴 빵(pan de barra, 프랑스에서는 바게트 baguette)를 길이 방향으로 잘라 속에 내용을 채우면 든든한 한끼가 해결되는 보까디요가 된다. 영어 관점에서 보면 스페인 샌드위치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슈퍼마켓이나 카페나 바에서 먹을 수 있는 사각 식빵(pan de molde 빤 데 몰데)으로 만든 샌드위치는 보까디요와 확연히 다르다. 보까디요를 샌드위치의 기능에 빗댄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 눈에는 보까디요는 김밥이다. 소풍을 갈 때 김밥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까디요는 가정식이 아니라 이동을 할 때 간편하게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또한 스페인에서 오후 2~3시에 점심 식사(comida)를 먹기 전 오전 11시경의 almuerzo(점심 전 간식)으로 보까디요를 먹기도 한다.

오징어튀김 보까디요

보까디요는 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흔한 것이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tortilla de paptatas, 또르띠야 에스빠뇰라, 감자와 달걀로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나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 - 돼지 뒷다리를 염장해서 산간(serrano)에서 건조한 하몬이라 생긴 이름이다, 이에 비해 하몬 데 요크 jamón de york는 뒷다리를 삶아 큰 소시지 형태로 만든 것이다)로 속을 채운 것이다.

긴 빵 대신 작은 빵에 속을 채운 보까디요가 있는데, 이를 '뿔가 pulga'라 한다.

뿔가 데 하몬

사실 pulga는 벼룩, 아이들의 장난감인 작은 팽이나 체스의 작은 졸을 뜻하지만 보통 먹는 긴 빵 대신 '작은 빵의 보까디요'를 뜻한다.

RAE pulga 1. 여성명사. 벼룩 2. 여성명사 졸 3, 여성명사 (스페인에서만 사용) 작은 보까디요

긴 빵 보까디요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차림표의 위에서 아래로, jamón serrano 하몬 세라노 (3,50), calamares 오징어튀김 (4,00), cinta de lomo 얇게 썬 돼지 등심 (3,50), tortilla española 또르띠야 에스빠뇰라 (3,00), pechuga de pollo 닭가슴살 볶음 (3,50), queso manchego 라만차 치즈 (4,00), tortilla francesa 프랑스식 달걀 프라이 (3,00)가 있다.

또르띠야 에스빠뇰라를 채운 보까디요

이런 보까디요 외에도 스페인의 얼굴인 소시지, 초리소(chorizo)를 넣거나, 소금과 올리브유에 절인 멸치인 안초아(anchoa)를 사용하거나, 참치(atún)나 피망 또는 파프리카(pimiento) 구이를 넣을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식 보까디요 베헤딸(bocadillo vegetal)도 있다. 또한 아이들은 오후 간식(merienda 메리엔다)로 초클릿을 넣은 보까디요를 먹기도 한다.

하몬 세라노(세라노 햄) 보까디요 2024년 3월 사진

잠시 바르셀로나도의 시체스란 도시에서 상영된 독립 코미디 영화를 보자. 손님이 채식 보까디요인 '보까디요 베헤딸'을 주문하는데 종업원이 이해를 못해 vegetal de atún 참치 베헤딸, vegetal de pollo 닭고기 베헤딸'을 만들라고 주방에 외치는 웃기면서도 딱한 영화이다. 손님 청년은 sin atún 참치 없이, sin pollo 닭고기 없이, vegetal 채식이라고 수정하지만 종업원은 아랑곳없다. 1시간이 넘는 영화이지만 별 내용은 없고 채소 보까디요만 시키는 상황이 반복된다.

보까디요는 여행용 식사나 간식용으로 집에서 준비하기 정말 간단하다. 슈퍼에서 하몬 세라노나 치즈를 사서 빵에 올리브유를 조금 뿌리고 하몬이나 치즈를 넣고 입맛에 따라 생 토마토를 얇게 썰거나 상추를 포개 놓을 수도 있다. 아시다시피 하몬이 짜기 때문에 채소가 염분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니면 달걀 프라이를 해서 넣으면 된다.

이런 bocadillo의 번역어는 '보까디요(보카디요)'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김밥을 영어로 kimbap 또는 gimbap (옥스퍼드 영영사전)이라고 하듯 스페인어 bocadillo는 우리말로 보까디요 또는 보카디요이다.

옥스퍼드 영영사전 kimbap, gimbap

bocadillo는 보까디요라는 등식을 어기는 번역이 있다. 아래가 좋은 예이다.

- Al menos - dijo la señora de Claudedeu, - no habréis empezado a cenar.
- ¿Empezado? - exclamó la señora de Savolta. - Hemos termiado hace un buen rato. Os quedaréis en ayunas.
- ¡Menudo broma! - rió el señor Claudedeu. - De haberlo sabido, habríamos traído unos bocadillos.
- ¡Unos bocadillos! - chilló la señora de Savolta. - Qué idea, Madre de Dios.

"그래도, 저녁 만찬은 시작하지 않았겠죠." 끌라우데데우 부인이 말했다.
"시작요? 오래 전에 다 마쳤는데요. 두 분 다 굶어셔야 합니다." 사볼따 부인이 외쳤다.
"농담이시죠! 이럴 줄 알았으면 보까디요 몇 개라도 싸올 걸 그랬어요" 끌라우데데우 부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보까디요라고요! 맙소사, 그런 생각까지 하셨단 말입니까?" 사볼따 부인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에두아르도 멘도사(Eduardo Mendoza)의 소설 <사볼따 사건의 진실 La verdad sobre el caso Savolta>(1975)에 사볼따의 저택에서 열린 송년 파티에 끌라우데데우 부부가 도착해 끌라우데데우 부인과 사볼따 부인이 나누는 대화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끌라우데데우 부부를 사볼따 부인이 놀리는 장면인데, 만찬이 끝나다고 하는 사볼따 부인의 말을 듣고 끌라우데데우 부인이, '그렇다면 '보까디요를 준비해 올 걸 그랬네'하고 응답하자, 사볼따 부인이 '무슨 보까디요'라며 외려 놀라는 상황이다.

민음사의 번역본(사볼타 사건의 진실 2010, 26쪽)은 bocadillos를 '샌드위치'로 옮겼다. 샌드위치가 보까디요에 비해 한국독자들에게 생소하지 않아 가독성을 높이고 있으나, 김밥을 'kimbap'으로 옮기지 않고 'sushi'로 번역하는 꼴이다. 

스페인에  흔한 하몬 꼬시도(요리한 햄)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믹스또

한편 멕시코의 보까디요는 뗄레라 (telera)라는 빵으로 만드는데 보까디요라 하지 않고 또르따 (torta)라고 한다.

뗄레라 빵 -구글 이미지 검색
멕시코의 또르따 - 구글 이미지 검색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파라과이에서는 초리소 소시지를 넣은 보까디요를 초리빵 (choripán)이라고 하고 우루과이에는 대형 보까디요 치비또(chivito)가 있다.

RAE 초리빵 - 어원, 초리소소시지 + 빵의 합성어 1. 남성명사, (아르헨티나, 쿠바,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구운 초리소 소시지를 빵에 끼운 음식
초리빵 -구글 이미지 검색
우루과이 치비또 -구글 이미지 검색

스페인의 발렌시아(Valencia)에서 양파, 달걀 프라이, 치즈, 돼지 고기 등이 들어가는 치비또를 먹을 수 있다.

발렌시아의 치비또

*스페인 시골 아저씨가 만드는 대왕 보까디요 - 좀 지저분하지만 이렇게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낫으로 빵의 끝을 잘라 훌쩍 던져버린다 - 올리브 오일을 듬뿍 친다. - 구운 돼지 등심 (lomo)를 놓는다. - 위에 달걀 프라이를 올린다, 와중에 하나를 집어 먹고 손을 빨고, 씻지도 않고 손을 비빈다. - 위에 파프리카 절인 것을 놓는다. 입으로 꼭지를 하나 따서 버린다. - 마지막으로 또르띠야 데 빠따따 (tortilla de patata 스페인 감자 달걀 오믈렛)으로 덮는다. - 다른 빵 반쪽을 덮어 고무로 양쪽에 두른다. -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큰데 나누어 먹기에는 위생이 걱정이다.

*마드리드의 보까디요와 타파(tapa) 영상

2013년에 촬영된 것이다. 기자가 식당 종업원, 호세에게 묻는다, 보통 하루에 보까디요가 얼마나 팔리느냐 (Jóse, en un día normal cuántos bocadillos vendéis?), 대답이 800 - 1,000개 팔린다고 한다. 최근에 보까디요 소비가 늘었다고 하니 종업원 호세가 보통인데 조금 늘어난 것 같다며 소비가 늘지 지켜봅시다 (estable inculso subiendo un poquito sí pero vamos)라고 응답, 기자가 시킨 보까디요는 파프리카구이 (mío de pimentones), 다비드는 calamares (오징어튀김)을 시켰고, 카운터 뒤에서 두 보까디요를 내놓으며 '맛있게 드세요 (buen provecho, !Qué aproveche/s! 라 하기도 한다), 이후 식당 손님에게 무슨 보까디요 먹는가 질문, 모두 오징어튀김 보까디요, 그러면 나만(기자만) 파프리카구이라고 하고, 호세에게 요즈음 '배낭족 젊은이들 (chavales de mochileros)'이 보까디요를 먹으러 오지 않느냐고 물으니, 관광객들 많이 온다고, 숙박비가 비싸다 보니 마드리드도 구경할 겸 보까디요를 먹으러 온다고 대답, 이번에는 보까디요의 종류를 간단히 언급, 여주인인지 요리사인지 여자가 "우린 여러가지 빵이 있어(tenemos differentes panes)" 전통적인 것에서 햄버거처럼 생긴 것 등, 보까디요가 더 많이 소비되는 이유가 "경기 침체 때문인지 사람들이 급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갑자기 또 빵을 더 많이 먹기 시작해서인지 (si es por la crisis o por las prisas, o si es porque estamos aceptando ya de nuevo el pan)" 묻자, 세 가지 이유가 다 있는 것 같고 사실 전채 요리, 주 요리, 후식으로 된 메뉴 (un menú de primero, segundo y postre - 메뉴는 여기서 식당의 차림표란 뜻이 아니라 전채요리, 주요리, 후식, 마실 것이 정해진 한 벌의 음식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전채요리, 주요리, 후식 등을 따로 시켜 먹는 것보다 저렴하고, 식당 측에서는 음식을 미리 준비를 하니 경제적이다) 보다 싸다고 한다. 보까디요가 몸에 나쁜 음식이라고 하는데 어떤 생각인지? (보까디요를 파는 식당에서 몸에 나쁘다고 대답할 리가 없지만), 대답은 "제 생각은 아니고 그 반대로 (yo creo que no, es todo lo contrario)" 라고 하면서 보까디요가 영양소의 완전체라고 설명을 한다. 여기까지가 보까디요에 대한 영상이다. 이후 몇 가지 tapas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낱말 요약

  • bocadillo 보까디요
  • bocata 보까디요의 구어
  • pulga 작은 보까디요
  • pan de molde 식빵
  • bocadillo vegetal 채식 보까디요
  • telera 뗄레라 빵 - 멕시코의 '보까디요' 또르따 (torta)의 재료
  • torta 또르따 - 멕시코의 보까디요
  • choripán 초리빵 - 쿠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엘살바도르의 '보까디요' - 구운 초리소 소시지를 빵에 끼움
  • chivito 치비또 - 우루과이의 큰 '보까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