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오르차타 horchata 어떻게 만드나

by brasero 2020. 7. 12.

horchata[오르차따, 오르차타]는 스페인 중동부 지중해가 있는 도시, 발렌시아(Valencia)의 특산물이다. 발렌시아는 쌀요리인 빠에야(paella)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도시의 동북부에 있는 알보라야(Alboraya)가 스페인에서 오르차따의 주요 생산지이다. 알보라야의 광활한 반상지에는 양파, 아티초크, 감자, 고구마, 땅콩, 수박, 호박, 토마토 등의 작물이 자라고 있고 오르차타의 재료인 추파(chufa, '막대 사탕'을 뜻하는 chupa chups의 chupa 와 혼동 주의)도 푸른 잎을 나부끼고 있다. 추파는 우리말로 '기름골 열매' ('타이거 너트 tiger nut'라는 영어를 음차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이고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였으나 스페인을 지배했던 무어인이 스페인의 남부에 재배했다. 

건조된 추파

이 추파로부터 오르차따라는 우유 색깔의 달콤한 음료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전 오르차따란 말의 기원에 대한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를 알아본다. horchata의 어원은 라틴어의 'hordeata (보리로 만든)'이다. 하지만 '오르차타'란 말의 탄생에는 무어인이 정복한 이베리아 반도를 되찾는 가톨릭의 '국토회복전쟁 (레꼰끼스따 reconquista 718년- 1492년)이 관련되어 있다. 전쟁을 수행하던 아라곤의 왕, 하이메 1세가 발렌시아의 알보라야(Alboraya)에 도착해서 한시름 쉬고 있는데 민가의 어떤 아가씨가 우유 같은 음료수를 대접을 했다. 시원하게 갈증을 풀며 맛있게 마신 왕이 무슨 음료수인지 물었다. 아가씨가 “추파 우유라고 합니다 (Es leche de chufa)”라고 대답하자 왕이  “이건 우유가 아니라, 오르, 차따! (Açò no és llet, açò és or, xata! 스페인어로 옮기면 ¡Esto no es leche, esto es oro, chata 오로 차타!)"라고 말했다. 오로 oro는 '황금'이고, 차따 chata는 '코가 납작하다'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예쁜 아가씨'란 뜻이다. 추파 우유라고 한 그 음료수가 너무 맛이 있어서 하이메 1세가 이것은 황금같이 소중해, 아가씨!라고 말한 것이다. 오르차따 낱말의 기원에 대한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이다.

아무튼 발렌시아시의 동북쪽의 알보라야는 오늘날도 넓은 밭에 추파가 가는 잎을 흔들며 추파를 던지고 있다. 주변에는오르차따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및 음식점이 있다. 오르차따를 마시며 하이메 1세가 되어 'oro chata 오로 차따' 또는 'horchata 오르차따 '라 말할 수도 있겠다.

알보라야 추파밭

발렌시아시 옆 알보라야에는 여러 오르차떼리아(오르차따를 마실 수 있는 카페나 바)가 많지만 알보라야 지하철역(Alboraya - Palmaret) 앞에 있는 Orxata Daniel이 가장 유명하다. 

알보라야의 Orxateria Daniel

아무튼 오르차따를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추파 또는 다른 과일을 으깨 물과 설탕을 가미한 음료수"라고 정의했다.

오르차따는 원래 추파로 만들지만 곡류나 견과류, 과일 등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쌀 오르차따, 아몬드 오르차따가 실제로 있고, 중남미와 미국에서는 멜론 오르차따도 있다. 사전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오르차따를 넓은 의미로 뜻을 새겼다. 정리하면, 오르차따는 추파가 주 재료이지만 설사 추파가 아니라도 오르차따라 할 수 있다. 추파로 만든 오르차따의 본래 의미가 전용된 것이다. 하지만, 발렌시아의 오르차따는 기름골 덩이뿌리인 추파를 갈아서 즙을 낸 것에 물과 설탕을 배합한 흰색의 음료수이다. 

리오 그란드 식품회사의 쌀 오르차따

발렌시아의 특산물,  흰색의 추파즙 음료수, 오르차따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경이로운 도시>에 등장한다. 

…luego visitó el Museo Martorell, el diorama de Montserrat, la Horchatería Valenciana, el Café Turco, la American Soda Water, el Pabellón de Servilla, de estilo moruno, etcétera.  (La ciudad de los prodigios. Eduardo Mendoza, 126)

...그는 마르토렐 박물관, 몬세라트 디오라마관, 발렌시아 오르차따관, 터키 커피, 아메리카 소다 워터, 이슬람 양식으로 지은 세비야관 등을 둘러보았다. (필자 번역)

민음사의 김현철역 <경이로운 도시 1> 239쪽에는 오르차따관(Horchatería)을 '아몬드 시럽 판매소'라고 했다. 오르차따를 ”아몬드 시럽” 으로 경이로운 오역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최초로 개최된 만국박람회장에 주인공이 들렸던 여러 전시관 중에 발렌시아의 오르차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르차따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조리법(receta)은 정말 간단하다. 덩이뿌리 열매 추파를 물에 불려서 믹서기에 물을 넣고 갈아, 여과기나 천에 걸러진 흰 즙에 설탕을 타면 오르차따가 된다.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오르차따를 파르똔(fartón)이라는 길쭉한 빵을 적셔 먹는다. 파르똔은 밀가루, 우유, 달걀, 설탕 반죽으로 만든 빵이다. 추파는 이렇게 오르차따의 재료이지만 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추파 맥주'까지도 있다.

오르차따와 파르톤

물론 스페인 슈퍼마켓에는 팩에 들어 있는 오르차따와 파르똔을 판매한다. 

이제 추파를 재배하는 발렌시아의 알보라야로 가보자. 스페인 국영 라디오와 텔레비전, RTVE의 에스파냐 디렉토(España Directo)에 소개된 내용이다.

동영상 내용 요약

1. 발렌시아시의 동북쪽에 있는 오르따 노르떼 지역의 알보라야 추파밭에, 리포터 페르난도(누런색 바지)가 안또니오를 만난다. 안또니오는 3대에 걸쳐 추파를 재배한 농부이다.

2. 추파 덩이뿌리를 뽑음, 15일 마다 물 주기 등 9개월 재배 후 수확한다고 한다.

3. 건조장(secadero)에서 4개월 건조 후 선별, 건조장 책임자 루이스, "아프리카의 추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4. 오르차따 공장 방문, 리포터 페르난도가 추파륻 들고 오르차타 공장에 도착해서 끄리스또발을 만난다.

5. 추파를 보여 줌, 끄리스또발이 페르난도에게 비닐 위생복과 모자를 착용할 것을 지시한다.

6.  Venga~ 추파를 큰 용기에 붓고 물에 담금, 8시간 후 

7. 으깨진 추파 즙이 나옴,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음.

8. 우유 같은 즙에 설탕을 추가하면 오르차따가 완성, 설탕을 넣기 전엔 오르차따가 아님!! 유리잔에 오르차따

9. 스튜디오의 로베르또 레알(Roberto Leal). 

10. 다시 발렌시아의 알보라야, 후식(postre)으로 추파를 섞은 초콜릿이 보인다.

11. 추파로 만든 맥주(cerveza de chufa), 이집트에서도 만들어 먹음. 여자  “약간 단맛이 나지만 정말 괜찮아요”. 옆에 남자, 추파를 섞은 알리올리(alioli,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섞은 소스)를 빵에 바르고 있다.

12. 가정에서 하기 쉬운 오르차따 조리법

13. 8시간 물에 담가 두었다가 물과 함께 믹서기(batidora)에 간 추파를 여과기(colador)에 통과하면 우유 빛깔의 추파즙 탄생

14. 우유 대신 커피에 타기도 하고, 설탕(azúcar)을 넣으면 오르차따 완성~~ Una horchata casera, rica rica. 가정식 오르차따, 맛있어요.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