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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문학, 미술, 역사

율리시스, 성체배령과 아이스크림 communion and hokypoky

by brasero 2025. 6. 28.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1922)의 5장에 주인공 블룸은 만성성당 All Hallowes에 들어와 신도들이 성체배령 communion을 하는 것을 본다.

신도들이 제단에 무릎을 꿇고 있고 신부가 성체 용기를 들고 지나가며 제병을 흔들어, 마치 포도주에 적신 술 방울을 털어낸 듯, 입에 넣어준다. 이런 예수의 몸이라는 성체를 먹는 신자를 보며 블룸은 Corpus. Body. Corpse. 성체. 신체. 시체를 떠올렸다. Corpus 코퍼스는 라틴어로 신체, 시체, 성체라는 뜻이다. 성체는 가톨릭교에서 빵과 포도주의 외적인 형상 속에 실제로, 본질적으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뜻하며 영어로 Eucharist라고 한다. Eucharist는 빵이나 과자 같은 제병을 뜻하기도 하고. 제병은 다른 말로 host 또는 a communion이라고도 한다. 이런 성체를 배령하려면 우선 신자들을 멍하게 만들어야 stupefies 한다. 거의 죽음에 이른 호스피스에 있는 것처럼. 신자들은 제병을 씹지 않고 삼킨다. 기묘한 생각 Rum idea가 든다. 시체를 약간 먹는 것인데 마치 시체를 선호하는 식인종 같다.

가톨릭교나 개신교 신자에게는 신성모독과 같은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블룸은 성체성사가 우리가 우리의 몸을 먹는 식인종의 관습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이런 불룸은 가톨릭교 세례를 받았지만 이후에 거부했던 조이스의 자아이기도 하다.

블룸은 제병을 먹은 검은 가면 blind masks을 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통로를 따라 내려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속에서 녹을 때까지 있는 것을 본다. '검은 가면'은 blind masks의 번역어로 실제 가면을 한 게 아니라 블룸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은유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제병은 유태교의 무효모 빵 '마차 mazzoth'인 셈이고 이 마차는 무효모 빵 unleavened shewbread라고 생각했다. Something like those mazzoth: it’s that sort of bread: unleavened shewbread. 

유태교에 전통 둥근 마차, 사진www.chabad.org

사실 마차 mazzoth(다른 말로 matzo, matzoh, matzoth, matzah, matz)와 무효모 빵 shewbread은 다른 것이지만 블룸 또는 조이스는 같은 것이라고 했다. 둘 다 무효모 빵이지만 마차는 예수가 유월절에 최후의 만찬 때 포도주와 함께 먹었던 음식이고 shewbread는 유태교의 제단에 올라와 있는 제단용 무효모 빵이다. 둘 다 밀가루 등 재료가 유사하나 레위기 24장 1-7절에서 말했듯 제단용 빵은 고운 밀가루를 사용해 빚어야 하고 한 줄에 6장씩 두 줄로 세운 12장이어야 하고 그 위에 유향 frankincense (유향나무에서 얻은 향)과 함께 드려야 한다. 

제단용 무효모 빵, 사진 devotionaryblog.com

블룸은 내적독백을 이어간다.

Look at them. Now I bet it makes them feel happy. Lollipop. It does. Yes, bread of angels it’s called. There’s a big idea behind it, kind of kingdom of God is within you feel. First communicants. Hokypoky penny a lump. 

그들을 보라. 그것은[제병, 성체성사] 그들을 행복하게 한 게 틀림없어. 막대사탕. 먹힌 거지. 그래, 천사의 빵이라고 불러.큰 생각이 이면에 있어, 하느님의 왕국이 느끼는 당신 안에 있다고 하는 것이지. 최초로 영성체를 한 사람들. 아이스크림 하나에 일 페니. (필자 옮김) 

이 제병을 먹은 사람들은 막대 사탕을 먹는 것처럼 행복해 보이고 막대사탕을 먹는 것처럼. 천사의 빵은 라틴어 panis angelorum의 번역으로 성체를 뜻한다. 이런 의식의 이면에는, 누가복음의 17장 21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처럼, 하느님의 왕국이 내 몸 안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최초의 영성체를 받은 사람은 가톨릭에서 첫 성체를 배령하는 의식을 하는 7-8살의 어린이를 뜻한다. Hokypoky는 1904년에 유행하던 길거리 싸구려 아이스크림이다. 때로는 비위생적이라서 질병을 유발하였고 단속을 하기도 했다.  Hokypoky penny a lump는 사실 아이스크림 판매인들이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에 일 페니'라고 외치는 소리였다. 우리나라에 '아이스케키'라고 하며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판매상처럼. 그러면 블룸은 가톨릭교의 이런 성체성사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막대사탕 lollipop이나 hokypoky 싸구려 아이스크림처럼 사람을 홀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길거리 아이스크림, 오늘날의 아이스크림처럼 크림을 사용하지 않았고 아이스바처럼 섞은 재료를 얼린 것이었다. 사진 www.alamy.com.

사람을 혹하게 한다는 의미로 '수리수리마수리, 이 마술에 일 페니'라고 옮길 수도 있는데, 이는 hokypoky가 '요술'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hokypoky는 '요술'을 넘어 '속임수', '사기'(주 1 더보기)라는 의미까지 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하나에 일 페니'의 순수성이나 현혹성과 '수리수리마수리, 이 마술에 일 페니'하는 현혹성을 넘어 사람을 속이는 나쁜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  '속아 넘어가는 데 1 페니'로 번역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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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hokypoky의 어원은 마술사가 마술을 할 때 주문으로 말하는 hocus pocus에 있다. hocus pocus는 가톨릭교에서 성변화(transubstantiation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믿음)의 구절 '이것이 내 몸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Hoc est enim corous meum이 오염된 hoc est corpus란 말에서 유래했다. hokypoky는 영국이나 아일랜드 등 영어권의 동요이기도 하다. Hokypoky / Penny a lump. / That's the sutff / To make you jump. 하지만 보통 hokypoky(hokey pokey)는 I put my right hand in / I put my right hand out / In out, in out / shake it all about.으로 알려져 있다.

  • Hokypoky penny a lump. 아이스크림 하나에 일 페니. - 순수성, 현혹성
  • Hokypoky penny a lump. 수리수리마수리, 이 마술에 일 페니. - 현혹성
  • Hokypoky penny a lump. 속아 넘어가는 데 일 페니. - 사기성

First communicants를 인생 처음으로 영성체를 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가톨릭교나 개신교에서 최초로 성체배령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hokypoky를 '진부한 빵'으로 옮길 수도 있다. 최초로 성체성사를 한 자들은 최후의 만찬 때 있었던 사도들이든, 초기교회의 사제들이든, 성체성사가 의식으로 정립된 후의 일반신도든 간에, 그 옛날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입에 넣었던 그 성체는 hockypocky 즉 '진부한 빵'일 수도 있겠다. 진부하다 못해 화석이 되지 않았을까. 

김종건, 율리시스 2016. 90쪽 어문학사

First communicants. Hokypoky penny a lump.를 조이스가 어떤 의도로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블룸은 성체(제병)를 배령하는 것은 식인종이 우리 몸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동시에 아동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막대사탕이나 싸구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 수 있다. 블룸은 헝가리 유태인 혈통이고 개신교인 부모 때문에 태어나 개신교 세례를 받았고 몰리와 결혼하기 위해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교나 개신교나 유대교나, 제도화된 어느 특정 종교를, 조이스처럼 맹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