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스페인 시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오렌지 -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by brasero 2019. 10. 18.

안토니오 마차도 (Anable 아나벨 사진)

III

동그랗게 생글거리는 열매를 단
오렌지나무와 광장이 환하다

조무래기 아이들이 왁자지껄
제멋대로 학교를 나와
새로운 목소리의 환호성이
그늘진 광장의 대기에 가득 찬다

죽은 도시들의
구석마다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들의 옛날은 아직도
오랜 거리를 방황하고 있구나!

III

La plaza y los naranjos encendidos
con sus frutas redondas y risueñas

Tumulto de pequeños colegiales
que al salir en desorden de la escuela,
llenan el aire de la plaza en sombra
con la algazara de sus voces nuevas.

¡Alegria infantil en los rincones
de las ciudades muertas!
¡Yalgo nuestro de ayer, que todavía
vemos vagar por estas calles viejas!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집 <<고독, 회랑, 다른 시 Soledades, Galerías, Otro poemas>>(1907)에 세 번째로 실린 것이다. 제목 없이 로마 숫자 'III'을 달고 있는 시다. 1907년 3월호 <르네상스 Renacimeinto>지에 발표한 시이다. 

고향 세비야의 산체스 유치원을 회상하며 지은 짧은 시다. '동그랗고 생글거리는' 오렌지 열매가 아이들의 볼 같고, 무리를 지어 아우성을 치며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이 광장의 어둠을 지운다. 활기 넘치는 새로움은 '죽은 도시'와 대조를 이루고, 아이들을 보니 옛 거리를 걷던 시인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 것이다. 아니면 옛 것, 도시를 죽게 한, 그 인습과 전통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