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I
수많은 길을 걸었다
수많은 오솔길을 개척했다
수 백번 바다로 항해했다
수 백번 뭍에 다았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슬픔의 긴 행렬
오만한 사람들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을
검은 그림자를 던지는 술 취한 사람들을
선술집의 포도주는 마시지 않으며
다 안다고 우쭐거리며 입을 다물고
쳐다만 보는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는 작자들
이 땅을 짓밟으며 걷는
나쁜 사람들...
가는 곳 마다 나는 보았다
춤을 추고 즐기는 사람들을
할 수 있다면 몇 뙈기 땅을
일구는 사람들
어디를 가더라도
결코 어디인지 묻지 않고
걷거나 늙은 노새의 등을
타고 간다
서두르지 않는다
축제 날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포도주가 있으면 포도주를 마시고
포도주가 없으면 시원한 물을 마신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일하고, 세월이 지나고, 꿈을 꾸고
그러다 어느날 모두 그렇듯
땅 속에서 안식을 취한다.
II
He andado muchos caminos
he abierto muchas veredas;
he navegado en cien mares
y atracado en cien riberas.
En todas partes he visto
caravanas de tristeza,
soberbios y melancólicos
borrachos de sombra negra.
Y pedantones al paño
que miran, callan y piensan
que saben, porque no beben
el vino de las tabernas.
Mala gente que camina
y va apestando la tierra...
Y en todas partes he visto
gentes que danzan o juegan,
cuando pueden, y laboran
sus cuatro palmos de tierra.
Nunca si llegan a un sitio
preguntan a donde llegan.
Cuando caminan, cabalgan
a lomos de mula vieja.
Y no conocen la prisa
ni aún en los días de fiesta
donde hay vino, beben vino;
donde no hay vino, agua fresca.
Son buenas gentes que viven,
laboran, pasan y sueñan,
y un día como tantos,
descansan bajo la tierra.
안토니오 마차도의 두 번째 시집 ≪고독, 회랑, 다른 시≫(1907)에 제목 없이 로마 숫자 'II'를 달고 있는 시다. 원래 1907년 3월 ≪르네상스 Renacimiento≫지에 <로만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시다.
20대의 마차도가 비속한 스페인을 본 시각이 들어 있다.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나쁜 사람은 지식으로 현학을 떠는 거들먹거리는 작자(pedantones al paño)인데 이들은 순수 문학을 오염시키는 재건주의자, 정치가, 학자, 문필가였다.
마차도는 1903년 자기보다 어린 스페인 모더니즘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에게 부친 편지에서는 "돼지죽 같은 환경을 먹고 사는 더럽고 천한 사람(la innoble chusma nutrida de la bazofia ambiente)"을 언급하며 지식으로 무장한 재건주의자를 비판했다. 또한 우나무노에게 부친 편지에서 "인생을 사랑하고 예술을 증오해야 한다" 라며 예술의 무도덕성이나 초도덕성을 경계했다.
거들먹거리지 않고, 설사 돼지죽을 먹더라도 착한 사람들은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부지런히 사는 농부와 서민들, 어디에 가면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나라가 쇠락했으니 기강을 세워야 한다고 구호를 난무하며 허벙거리지 않고, 더구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산다. "포도주가 있으면 포도주를 마시고, 포도주가 없으면 시원한 물을 마신다."
가진자가 더 긁어모으고, 최상위 계층에 있으면서 자기 자식은 어떤 불법과 편법으로도 유리하게 만들고, 군대도 가지 않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싶고, 사리사욕을 위장해 공명정대에 핏대를 올리고, 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상대방을 진창에 처박는 법논리를 내세우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재화를 축적하는 내로남불 고삐 풀린 무제한의 탐욕과 위선은 나쁜 인간들의 몫이라. 착한 우리는 그저 일을 하다 늙어가고 그래도 꿈을 가끔 꾸다 결국 다들 그렇듯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야 한다. 소주가 없으면, 막걸리도 없으면, 물이나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 거들먹거리지 말라. 돈, 명예, 권력가진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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