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ú del día[메누 델 디아]를 말 그대로 옮기면, '차림표(메뉴), 전치사 de+정관사 el = del, 낮, 하루' 즉 스페인 식당에서 정해진 음식으로 제공하는 점심 식사로 스페인의 정식이다.
menú del día는 채소와 수프와 같은 가벼운 첫 요리(primer plato, entrante)와 고기와 생선 또는 쌀요리 등의 주요리(segundo plato)와 마실 것 - 물, 포도주 한 잔, 맥주 한 잔 또는 맥주 tercio 병 (3분 1리터 양의 병맥주) 중 하나 선택 - 빵이 포함되고 후식(postre) 또는 커피. 즉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즉 후식으로 초콜릿 무스를 먹고 커피를 마시면 커피는 추가로 계산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요리 중에 골라 시키면 비싸기 때문에 정해진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메누 델 디아 정식이다. 식당 관점에서 보면 미리 음식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사실 이 메누 델 디아는 프랑코 독재 정부 시절인 1965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식당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했던 제도로 등장했다. 당시에는 정해진 가격(un precio fijo)에 제공하는 '관광객 차림표 un menú turístico'라고 불렀다.
1970년부터 오늘날의 명칭 menú del día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1980년대 와서 menú de la casa(casa는 '식당')으로 부르게 되었고 동시에 모든 식당이 반드시 내놓아야 하는 음식은 아니었다.
메누 델 디아 정식은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먹을 수 있다. 값이 싸고 음식 질이 좋은 식당은 스페인의 점심 시간인 2시와 3시 사이 제때에 가지 않으면 긴 대기줄에서 기다려야 한다. 3시가 넘어 간신히 순번이 돌아와서 자리를 잡더라도 그날 만들어 놓은 정해진 메누 델 디아 정식은 동이 날 수 있다. 그러면 긴 빵에 속을 채운 보까디요나 따빠스나 다른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 다 먹는 시간에 가야 메누 델 디아 점심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물가 상승으로 저렴하고 실속 있는 스페인 정식의 가격도 만만하지 않게 올랐다. 음식의 질과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세비야와 같은 큰 도시에 고급 식당은 20유로를 넘고, 번화가는 16~19유로, 주거지 동네에서는 10~15유로 정도이다.
메누 델 디아 정식은 전술한 대로, 대개 입가심의 첫 요리와 주요리와 빵과 음료수 하나(물 또는 포도주 한 잔 혹은 맥주 한 잔 또는 tercio 한 병)에 후식(치즈 케이크 tarta de queso, 티라미수 tiramisú, 달걀 플란 flan de huevos, 커스터드 natillas, 아이스크림 helado, 과일 frutas 등) 또는 커피가 포함된 가격이다. 후식와 커피 둘 다 제공하지 않고 후식 또는 커피 postre o caf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후식을 먹고 난 뒤 커피를 마시면 추가로 계산을 해야 한다. 물은 한국처럼 셀프(self)이거나 무료로 주지 않고 커피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한국 식당과 다르다.
관광지가 아닌 동네 사람들을 위한 식당에서는 싼 가격에 후식과 커피까지 모두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가령, '엘 하르딘'이란 식당은 9.80유로에 첫 요리, 주요리, 후식과 커피, 빵과 음료수에 샐러드 하나가 기본으로 모두 제공된다. 첫 요리와 주요리 둘 다 먹기에 부담이 되면 첫 요리나 주요리 중 하나만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medio menú도 있다.
어떤 식당은 메누 델 디아 가격을 싸게 게시해 놓고는 음료수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큰 글씨로 적힌 싼 가격에 혹 해서 자리를 잡았다가 벌떡 일어나 나가기도 민망하고 해서 찜찜한 기분으로 먹을 수 있다.
*메누 델 디아 정식에 음료수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식당
위 거리 광고판을 내놓은 식당의 메누 델 디아 정식은 11.50 유로이다. 우리 돈으로 일인당 17,400원 (환율 1,513원 기준)인데, 첫 음식 un entrante와 주요리 un principal에 후식 또는 커피를 고를 수 있다. 빵은 적어 놓지 않았지만 보통 그냥 준다. 여느 식당처럼 '후식 또는 커피' 즉 postre o café이다. 후식과 커피 postre y café 둘 다가 포함된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보통 식당과 달리 음료수 값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광고판 맨 아래 'BEBIDA A PARTE 음료수는 따로 계산해야 함'이라고 적어두었다.
첫 요리로 첫째, 시금치 샐러드 ensalada espinacas - 간이 배인 리고타 치즈, 호두와 건포도, 감귤류 소스 ricotta salada, nueces, pasas y salsa citrica, 둘째, 소시시류 한 판 - 이탈리아 삼겹살, 이탈리아 목살 코파 로스트로나, 모르타델라 tabla de embutiods - pancetta, coppa nostrana y mortadella, 셋째, 모차렐라 곁들인 가지와 애호박 팀발 timbal berenjena, calabacin y mozzarella 이들 셋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주요리는 두 가지 - 브로콜리와 애호박과 페코리노 치즈 파스타 또는 감자 곁들인 돼지 갈비 -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예쁘게 차려져 보기는 좋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처럼 실속이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후식 파인애플과 아이스크림이다.
후식 후 아내는 꼬르따도 커피 cortado café를 필자는 café solo를 마셨고, 계산서(la cuenta)에 보듯 34유로, 우리 돈으로 51,442원이었다.
참, 식대 지불은 우리처럼 카운터에서 하지 않고, 직원이 알아서 계산서를 가지고 오든지, 아니면 앉은 자리에서 La cuenta, por favor(계산서 좀 주세요) 또는 Me cobra, por favor(계산 해 주세요, 종업원의 나이가 많거나, 모르는 사이이거나, 친밀감이 들지 않을 때 사용하는 usted 형태), 혹은 Me cobras, por favor(계산 해 주세요, 종업원이 젊거나, 아는 사이이거나, 친밀하다고 생각할 때 쓰는 tú 형태)라고 요청하면 계산서를 작은 금속 쟁반에 가지고 오는데, 거기에 돈을 놓으면 된다. 우수리(거슴름돈)는 쟁반에 담겨 다시 나온다. 미국처럼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정말 만족한 식사를 했다면 봉사에 감사 표시를 조금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저렴한 동네 식당은 물론 쟁반에 실리지 않고 계산서만 달랑 나올 수 있고 심지어 우리처럼 카운터에서 계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해야 한다면 위 세가지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4년 서울의 냉면이나 비빔밥 한 그릇이 15,000원 이상이고 짜장면이 7,000~8,000원 것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먹은 음식에 비하면 조금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들었다.
맥주는 그 흔한 스페인 맥주 마오우 Mahou, 에스뜨레야 갈리시아 Estrella Galicia, 산 미겔 San Miguel, 아길라 Aguila 등이 아니라 칼스버그, 그것도 조금 비싸다. 큰 잔 한 잔 5 유로이고 델모로 Delmoro 맥주 한 잔은 3유로였다. 11.50 유로에 눈길만 주고 음료수는 따로라는 글귀를 보지 않은 덕택에 일인당 17유로짜리 점심을 먹었다.
▶ 마드리드 근교 식당 - 가장 싼 메누 델 디아 6유로 (2022년)
▶ 마드리드 9개 식당의 메누 델 디아(가격은 2022년 기준) 소개 - Tony- España Total - 관광을 하며 따빠스(tapas)나 보까디요만 찾지 마시고 일인당 13~16.5유로로 가정식 같은 스페인 점심을 드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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