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가리, 색깔이 말똥처럼 갈색이라서 말똥가리, 말똥에서 쥐 같은 먹이를 찾는다고 말똥가리, 울음소리가 말 같다고 말똥가리, 이름의 유래에 여러 가지 설이 있는 말똥가리는 수리목 수릿과 말똥가리아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우리나라의 겨울 철새이다. 유럽에는 황조롱이(cernícalo 세르니깔로) 보다 개체수가 많은 아주 흔한 텃새로 스페인에서는 지중해 연안에 많이 서식한다.
말똥가리는 스페인어로 '쥐를 잡아먹는 수리'란 의미로 águila ratera, águila ratonera라고 DRAE에 등재되어 있고, busardo ratonero라고도 한다.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는 águila ratera 또는 águila ratonera(말똥가리)를 "수리(águila)와 같은 과에 속하는 깃털은 사자같이 엷은 갈색이거나 밤과 같이 진한 갈색이고 배에 흰색 줄이 있고 에스빠냐에 널리 퍼져 서식하는 낮에 활동하는(diuran, 주행성) 맹금(ave rapaz)"으로 정의했다.
쥐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스페인어로 águila ratera라고 하지만 사실, 토끼, 두더지, 도마뱀, 뱀 등을 먹이로 한다. 스페인에 서식하는 말똥가리의 학명은 Buteo buteo인데, buteo는 매의 하나인 라틴어 buteonem에서 유래했다.
국가생물다양성센터는 Buteo buteo를 '말똥가리'라 했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águila ratera/águila ratonera(말똥가리)를 '대머리수리'로 오역했다.
'대머리수리'는 머리털이 없는 '독수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독수리의 '독'은 대머리 독(禿)이다. 스페인어로 buitre라고 하는데, 사실 머리에 털이 전혀 없는 번쩍이는 대머리가 아니라 아주 짧은 솜털 같은 털이 있다. 다른 부위에 비해 머리에 상대적으로 털이 없는 대머리 같아서 '대머리수리' 즉 '독수리'가 된 것이다.
수리목 수릿과로 분류되는 독수리에는 우리나라의 철새인 검독수리와 유럽의 검독수리와 이집트독수리(buitre egipcio = alimoche = abanto = boñiguero) 따위가 있다.
대머리수리는 미국의 상징인 북미에 서식하는 '흰머리수리(águila de cabeza blanca, 학명 Haliaeetus leucocephalus) '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수리목 수릿과로 분류되는 흰머리수리 águila de cabeza blanca는 다른 말로 águila calva(대머리 수리, 영어 bald eagle)라 한다. 언급한 독수리보다 긴 털이 머리에 있지만 '대머리수리'라고 한다.
사실, 우리말의 대머리수리나 스페인어의 águila calva(calva는 대머리) 영어의 bald eagle를 번역한 말인데, bald는 현대 영어의 의미 '대머리'가 아니라 얼굴이나 머리가 흰색이라는 중세 영어 balde를 뜻한다. 번역의 오류로 대머리가 아닌 '흰머리수리'가 대머리수리가 되어버린 오해가 생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머리수리는 머리와 목에 털이 없는 수리목 콘드르과로 분류되는 북남미에 서식하는 콘도르(cóndor)를 뜻하기도 한다.
águila ratera와 águila ratonera는 '대머리수리'가 아니라 '말똥가리'가 바른 이름인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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