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옹은 슴샛과의 바닷새로 날개 길이가 2미터에 이르는 큰 새로 다른 말로 '앨버트로스(표준국어대사전)'라 하는데 스페인어로 albatros(영어 albatross)이다.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 2022)은 albatros를 아래처럼 풀이했다.
"1. 남성 명사. 아주 큰 바닷새, 비행력이 매우 뛰어나고, 깃털은 희고 날개는 아주 길고 좁고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에 서식한다. 2. 남성 명사. [체육] 골프의 알바트로소 (기준 타수보다 3타수 적게 홀아웃한 점수)."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골프 용어를 누락했지만, albatros를 '신천옹'이라고 바르게 풀이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은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어리석은 새'라는 ave tonta를 '신천옹'이라고 풀이했다. 신기하다.
네이버 스페인어사전에 따르면 신천옹을 스페인 사람들은 '바보새'라고 한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지 조금만 더 알아보자. DRAE는 ave totna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1. 여성 명사. 스페인의 고유한 새로, 크기가 참새만 하고, 위는 푸른빛이 도는 갈색이고 가슴과 배가 노란색이고 날개와 꼬리는 검은색이다. 땅에 둥지를 만들어 아주 쉽게 잡힌다." 이어서 ave zonza는 1. 여성 명사 ave tonta와 동의어. 2. 여성 명사. [구어]. 머저리, 쪼다, 바보, 멍청이, 어바리, 업숭이, 꺼벙이."
참새만 한 크기의 ave tonta가 큰 바닷새 '신천옹(앨버트로소)'이 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떤 새일까? 생물을 묘사만 하고 학명을 제공하지 않은 DRAE는 생물 종 이름을 파악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조금 더 품을 팔면 된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면 ave tonta는 옛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딱지(cromo)' ave tonta를 보여준다.
DRAE이 기술한 것처럼 가슴과 배가 노란색이다. 딱지 뒷면에는 AVE TONTA의 학명이 있고 추가 설명이 있다. "학명: Emberiza citrinella. 벌판과 물가 숲에 서식한다. 떨기나무 덤불이나 키가 작은 풀숲에서 걸어다닌다." DRAE가 설명한 바닥에 둥지를 치는 습성은 걸어 다니는 것과 상관이 있다.
스페인조류협회(SEO)는 Emberiza citrinella를 스페인어로 escribano cerillo라고 하며 번식은 아래와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딱지 제조사의 설명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번식 - 5, 6, 7월이 번식기인데, 둥지는 바닥에, 풀, 떨기나무나 작은 나무 사이, 또는 가시가 있는 떨기나무 위에 드물게 짓는다, 마른 잎과 뿌리, 다른 식물로 암컷이 만들고.... 희고 파란색의 2~6 개의 알을 낳고....."
"Reproducción -El periodo reproductor del escribano cerillo comprende los meses de mayo, junio y julio. El nido se sitúa sobre el suelo —oculto entre la hierba, al pie de un arbusto o árbol pequeño—, aunque también puede instalarse a poca altura sobre un arbusto o arbolillo, generalmente espinoso. La construcción consiste en un cuenco que confecciona la hembra con hierbas secas, raíces y otras materias vegetales. El tamaño de puesta es de dos a seis huevos de color blanco o algo azulado......."
DRAE가 묘사한 것과 같이 escribano cerillo란 새는 둥지를 땅바닥에 만든다고 했다. escribano cerillo는 위 딱지에서 언급한 학명 Emberiza citrinella의 새라서 ave tonta인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 좀 더 손가락 품을 팔았다.
<스페인 자연역사학회연감 15권 (Anales de la Sociedad Española de Historia Natural, Vol. 15, Don Bolivar. 1886)>은 Emberiza citrinella 와 Emberiza cirlus는 속된 말로 ave tonta라 했다.
그러면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이 정의한 ave tonta란 새와 딱지 제조사와 스페인조류협회의가 명시한 학명 Emberiza citrinella라는 새는 같은 종을 말하고 있는 것이고 1886년에 출간된 <스페인 자연역사학회연감 15권>은 Emberiza citrinella를 속되게 ave tonta라고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Emberiza citrinella를 우리말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생물다양성정보공유체계는 Emberiza citrinella는 '노랑멧새'라고 했다.
그렇다, ave tonta는 참새목의 멧새과 멧새속에 속한 '노랑멧새'이지 '신천옹' 또는 '앨버트로스'가 아니다.
하지만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이 무슨 근거로 오늘날의 뇌피셜처럼 ave tonta를 '신천옹'이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다른 아닌, 날개가 커 땅에서 뒤뚱거리면 걷는 신천옹이 어리숙하게 보여 일본인은 '바보새'라고 했고 우리나라에도 일제강점기부터 앨버트로스는 바보새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인데, 좀 허탈하고 암울한 역사이다.
우리보다 먼저 문을 열어 서양 문물을 일찍 접한 일본이 생물이나 과학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섰던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신천옹을 '바보새'라고 한 일본의 시각을 받아들여 ave tonta를 오역할 이유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에게 묻고 싶다. 신천옹을 일본어로 아호도리'(바보새)라고 한다. あほ (아호)는 '바보' 이다.
ave tonta는 '바보새'라는 뜻이니 자동적으로 일본어의 바보새 '신천옹'이라고 한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DRAE의 풀이말에 ave tonta의 크기는 참새(gorrión)만 하다는 사실을 한 번쯤은 고민했으리라 짐작한다.
참고문헌
-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 네이버 일본어사전 (엣센스 일한서전)
- 생물백과사전 (EOL)
- 스페인조류협회 (SEO Birdlife)
-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DRAE)
- 표준국어대사전
- Don Bolivar (1886). Anales de la Sociedad Española de Historia Natural, Vol. 15, [스페인 자연역사학회연감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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