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은 삼겹살을 우리처럼 굽든지 수육을 해 먹지 않는다. 돈키호테도 즐겨 먹은 고기채소완숙인 '코시도 cocido' 또는 '오야 olla'에는 삽겹살과 유사한 돼지비계(tocino)가 소고기 및 닭고기와 함께 삶기기도 하지만, 중북부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과 남부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돼지비계를 튀겨 먹는다. 카스티야 이 레온주에서는 튀긴 돼지비계를 토레스노 torrezno라 하고, 안달루시아의 돼지고기 튀김은 치차론 chicharrón이라 한다.
토레스노는 중세에 기원이 있는 음식이다. 1554년에 출판된, 피카레스크 소설 (악한 소설)의 효시가 된 작자 미상의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El Lazarillo de Tormes>란 소설에도 등장한다. 맹인의 길잡이였던 어린 라사리요는 인색한 주인 장님이 먹을 것을 주지 않아 늘 배가 고파 장님이 자물쇠를 채워버린 음식 자루의 바느질 선을 뜯어 배를 채웠던 음식이 롱가니사 소시지 (longaniza)와 더불어 이 토레스노였다. 당시의 토레스노는 요즈음처럼 돼지비계를 튀기지 않고 구운 것이었다.
토레스노는 라틴어 '노릇하게 익히다 torrēre'에서 유래한 torrar에 뿌리가 있는데, 스페인 중북부 지역의 자치주, 카스티야 이 레온주의 소리아 Soria가 이 음식으로 유명하다. 절절 끓는 기름에 넣어 딥 프라이를 하거나 껍질부터 약한 불에 서서히 튀겨 낸다. 타파 tapa로 먹거나 주요리에 곁들여 먹는다(guarnición). 껍질이 울퉁불통해서 비위가 좀 상하지만 바싹거리게 씹히고 속은 적당하게 촉촉하다.
소리아의 토레스노는 소금과 피망 가루로 숙성이 된 (curado) 돼지비계를 튀긴 것이다. 보통 바로 기름에 넣기 전에 하루 정도 건조한 후 튀긴다. 아래 사진처럼 소금과 피망가루를 바른 튀김용 숙성 돼지비계를 사용한다. 건조하기 위해 한쪽에 끈이 달려 있다. 급하면 오븐에 건조할 수 있다.
■ 소리아식 돼지비계튀김 조리법
▶ 팬에 올리브유나 해바리기유를 조금 붓고 중불 정도로 해서 껍질부터 20분 정도 서서히 익힌다. ▶ 10분 정도 양면을 익히면 완성된다.
■ 2017년 2월 19일, 스페인 엘 부르고 데 오스마 (El Burgo de Osma)의 비레이 빨라폭스 (Virrey Palafox) 식당에서 열린 토레스노 요리 대회
■ 에스키레 식당의 토레스노
미리 건조하는 대신 오븐에 넣어 초벌구이를 한 후 튀긴다. 150도 온도에 30분 정도 익힌다. 이후 잠시 식힌 후 껍질을 먼저 튀기지 않고 전체를 기름에 넣어 튀긴다. 요리한 토레스노를 맥주 안주로 먹으면서, 영상 끝에 요리사가 de puta madre라고 했다. 말 그대로 '창녀 어머니의'란 의미이지만, 욕이 아니고, 정말 맛이 끝내준다, 즉 개꿀맛이라는 뜻의 비속어이다.
이런 식당의 토레스노는 군것질 간식 aperitivo으로 먹는 비닐봉지 토레스노와 차원이 다르다.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는 튀긴 돼지고기를 치차론 (chicharrón)이라 한다. 치차론은 물론 중남미의 음식이기도 하다. 숙성 삼겹살 튀김 토레스노와 다르게 보통 삼겹살, 턱 밑 살(papada) 등을 쓴다.
■ 안달루시아 카디스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의 치차론 전문식당 chicharronería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의 치차론을 전문으로 요리하고 파는 식당이다. 요리사 이름이 하비이다. 돼지 턱 밑 살을 자르고 있다. 삼겹살도 자른다. 하비의 아버지는 정육점을 운영했고 형과 함께 푸에르또 레알에서 정육점을 했고 지금 여기 식당을 운영한다. 주방에 들어간다. 기름에 설설 돼지고기가 튀겨지고 있다. 온도 250도라 한다. 썬 돼지고기를 넣고 기계가 젓는다. 일주일에 600kg 튀김을 한다. 15-20분 정도 튀겨지면 향신료 오레가노(꽃박하)와 쿠민을 넣는다. 리포터가 왜 치차론을 만드는 식당이 많은지 물었다. 맛있는 음식이니까,라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붉은 피망가루에 섞으면 치차론이 완성된다. 치차론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이 영상 끝을 장식한다.
*페루 리마의 치차론 조리법
삼겹살을 먼저 물에 삶고 난 뒤, 고기에서 나온 기름으로 노릇하게 튀긴다.
'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 > 스페인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의 쌀 요리 arroz seco, arroz meloso, arroz caldoso, arroz al horno, arroz negro 된밥, 진밥, 국밥, 오븐 밥, 오징어 먹물 밥 (1) | 2021.01.26 |
---|---|
파에야 원조, 발렌시아 파에야 paella valenciana와 소시지 (0) | 2021.01.25 |
자반 대구 피망 샐러드, 에스가랏 esgarrat (0) | 2020.12.11 |
산하코보 San Jacobo 치즈 하몬 커틀릿, 치즈 하몬 돈가스 (0) | 2020.10.12 |
파타타스 비우다스, 음식 이름에 과부 viuda, 홀아비 viudo가 있으면 '육류' 가 없는 요리 (0) | 2020.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