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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스페인의 돼지비계튀김 토레스노 torrezno, 돼지고기튀김 치차론 chicharrón

by brasero 2020. 12. 13.

스페인 사람들은 삼겹살을 우리처럼 굽든지 수육을 해 먹지 않는다. 돈키호테도 즐겨 먹은 고기채소완숙인 '코시도 cocido' 또는 '오야 olla'에는 삽겹살과 유사한 돼지비계(tocino)가 소고기 및 닭고기와 함께 삶기기도 하지만, 중북부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과 남부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돼지비계를 튀겨 먹는다. 카스티야 이 레온주에서는 튀긴 돼지비계를 토레스노 torrezno라 하고, 안달루시아의 돼지고기 튀김은 치차론 chicharrón이라 한다.

토레스노는 중세에 기원이 있는 음식이다. 1554년에 출판된, 피카레스크 소설 (악한 소설)의 효시가 된 작자 미상의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 El Lazarillo de Tormes>란 소설에도 등장한다. 맹인의 길잡이였던 어린 라사리요는 인색한 주인 장님이 먹을 것을 주지 않아 늘 배가 고파 장님이 자물쇠를 채워버린 음식 자루의 바느질 선을 뜯어 배를 채웠던 음식이 롱가니사 소시지 (longaniza)와 더불어 이 토레스노였다. 당시의 토레스노는 요즈음처럼 돼지비계를 튀기지 않고 구운 것이었다.

토레스노는 라틴어 '노릇하게 익히다 torrēre'에서 유래한 torrar에 뿌리가 있는데, 스페인 중북부 지역의 자치주, 카스티야 이 레온주의 소리아 Soria가 이 음식으로 유명하다. 절절 끓는 기름에 넣어 딥 프라이를 하거나 껍질부터 약한 불에 서서히 튀겨 낸다. 타파 tapa로 먹거나 주요리에 곁들여 먹는다(guarnición). 껍질이 울퉁불통해서 비위가 좀 상하지만 바싹거리게 씹히고 속은 적당하게 촉촉하다. 

삼겹살 튀김 토레스노 (사진 la cronica de salamanca)

소리아의 토레스노는 소금과 피망 가루로 숙성이 된 (curado) 돼지비계를 튀긴 것이다. 보통 바로 기름에 넣기 전에 하루 정도 건조한 후 튀긴다. 아래 사진처럼 소금과 피망가루를 바른 튀김용 숙성 돼지비계를 사용한다. 건조하기 위해 한쪽에 끈이 달려 있다. 급하면 오븐에 건조할 수 있다. 

소리아식 돼지비계튀김 조리법

▶ 팬에 올리브유나 해바리기유를 조금 붓고 중불 정도로 해서 껍질부터 20분 정도 서서히 익힌다.  ▶ 10분 정도 양면을 익히면 완성된다.  

■ 2017년 2월 19일, 스페인 엘 부르고 데 오스마 (El Burgo de Osma)의 비레이 빨라폭스 (Virrey Palafox) 식당에서 열린 토레스노 요리 대회

에스키레 식당의 토레스

미리 건조하는 대신 오븐에 넣어 초벌구이를 한 후 튀긴다. 150도 온도에 30분 정도 익힌다. 이후 잠시 식힌 후 껍질을 먼저 튀기지 않고 전체를 기름에 넣어 튀긴다. 요리한 토레스노를 맥주 안주로 먹으면서, 영상 끝에 요리사가 de puta madre라고 했다. 말 그대로 '창녀 어머니의'란 의미이지만, 욕이 아니고, 정말 맛이 끝내준다, 즉 개꿀맛이라는 뜻의 비속어이다.

이런 식당의 토레스노는 군것질 간식 aperitivo으로 먹는 비닐봉지 토레스노와 차원이 다르다.

플라뻬르 상표의 토레스노 1kg, 가격 약 3유로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는 튀긴 돼지고기를 치차론 (chicharrón)이라 한다. 치차론은 물론 중남미의 음식이기도 하다. 숙성 삼겹살 튀김 토레스노와 다르게 보통 삼겹살, 턱 밑 살(papada) 등을 쓴다.

안달루시아 카디스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의 치차론 전문식당 chicharronería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의 치차론을 전문으로 요리하고 파는 식당이다. 요리사 이름이 하비이다. 돼지 턱 밑 살을 자르고 있다. 삼겹살도 자른다. 하비의 아버지는 정육점을 운영했고 형과 함께 푸에르또 레알에서 정육점을 했고 지금 여기 식당을 운영한다. 주방에 들어간다. 기름에 설설 돼지고기가 튀겨지고 있다. 온도 250도라 한다. 썬 돼지고기를 넣고 기계가 젓는다. 일주일에 600kg 튀김을 한다. 15-20분 정도 튀겨지면 향신료 오레가노(꽃박하)와 쿠민을 넣는다. 리포터가 왜 치차론을 만드는 식당이 많은지 물었다. 맛있는 음식이니까,라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붉은 피망가루에 섞으면 치차론이 완성된다. 치차론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이 영상 끝을 장식한다.

*페루 리마의 치차론 조리법

삼겹살을 먼저 물에 삶고 난 뒤, 고기에서 나온 기름으로 노릇하게 튀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