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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음식 유럽 음식/스페인 음식

토르티야 데 파타타 tortilla de patata(s), 토르티야 에스파뇰라 tortilla española -잘라 먹는 고체에서 마시는 액체까지

by brasero 2020. 8. 7.

토르티야 데 파타타(tortilla de patata, tortilla de patatas)는 파에야와 함께 스페인의 국민 음식이다. 그래서 토르티야 에스파뇰라(tortilla española)라고 한다. 감자와 달걀, 두 가지 재료를 올리브유에 지져낸 이 음식에 양파를 넣기도 하고 또 다른 채소나 재료를 첨가하기도 하고, 달걀을 덜 익히기도 하고, 감자 대신 감자칩으로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요리의 최첨단에 서고 싶은 스페인에서는, '해체주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둥그런 모양 대신 액체 상태로 해체되어 마티니 잔에 담긴 토르티야 데 파타타도 있다.

비야누에바의 토르티야 축제의 토르티야 요리 경연에 출품한 토르티야 데 파타타 (사진 세르)

여러가지 형태의 토르티야와 조리법을 알아보기 전에 토르티야 데 파타타란 말에 대해 잠시 알아본다. 토르티야(tortilla)는 토르타 (torta - 밀가루로 만든 둥글고 넙적한 빵을 뜻한다)에 축약 접미사 -illa를 첨가해 '작은 토르타'라는 뜻이고, de는 '~의'란 뜻의 전치사로 여기서는 재료의 출처를 의미한다. 파타타(patata)는 잘 알다시피 감자이다. 사진 찍을 때 '김치'나 '치즈' 대신 '파타타'라고 외치는 파타타는 사실 감자를 재배했던 남미의 잉카 제국을 세운 케추아족의 언어 케추아어(quechua) 파파(papa)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남미나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와 카나리아스 섬에서는 papa라고 한다.

토르티야 데 파타타는 어디서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포르투갈과 국경을 접한 중서부 지역 엑스트레마두라주의 바다호스도의 비야누에바 데 라 세레나(Villanueva de la Serena)란 시골 마을에서 1789년에 처음 만든 기록이 있다. 조세트 데 테나 고도이(Joseph de Tena Godoy)라는 주민이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얇게 썬 감자를 익히다가 계란을 깨뜨려 섞는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트로티야 데 파타타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2013년부터 토르티야 데 파타타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라 페리아 데 토르티야(la Feria de la Tortilla)'란 축제를 열고 있다.

토르티야 축제, 북새통을 이룬 비야누에바 - 2016년 오이(Hoy)지

원조 비야누에바보다 조금 늦었지만 토르티야 데 파타타는 북부 나바로에서 1800년 전후반에 카를리스트 전쟁 (guerras carlistas - 군주제, 교회와 봉건제를 옹호하는 보수 세력과 헌법과 의회를 설립으로 개혁을 요구하던 자유주의자 간의 내전, 1833년부터 1876년 간 3번 큰 전투를 치렀다)의 군인들을 위해 만든 음식이라는 전설 같은 기록이 있다. 나바라의 어떤 아주머니가 먹을 것이 별로 없어 감자와 양파를 볶다가 달걀을 넣어 만들어 병사들의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아래는 토르티야 데 파타타 조리법이다. 

여성 진행자가 토르티야 데 파타타를 모든 사람이 조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요리사를 모시고 "como dios manda (신이 지시한 대로, 관용구- 정확하게) 만드는지 알아봅시다. 어머니께 아니면 요리 학교(escuela)에서 배웠는지? 학교에서, 학교에서 먼저 배운 것이 토르티야 데 파타타이지요, 그럼 직접 깨우쳤는지(aprendido de ti o)..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있고 제 자신 터득한 것도 있어요. 오늘 그의 비법과 요리법을 보여드릴겁니다(sus turuquitos y su proceso).

요리 재료입니다. 좋은 감자, 좋은 달걀, 좋은 양파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괜찮은 올리브유 (buena patata, buen huevo, buena cebolla y sobre todo muy muy buen aciete de oliva) 프라이팬에 달라 붙으면 안 되죠 (Tiene sartén que no se pegue).... 재료는 중간 크기 프라이팬의 2, 3인분, 4명이면 조금 작지만, 중간 크기 감자 3개, 달걀 5개, 양파 1개, 소금, 올리브유는 pochar할 것입니다. (pochar는 강한 불에 기름에 튀기는 freír가 아니라 약한 불에 서서히 익히는 것이다.) 감자부터 썰어 봅시다. 감자를 길게 썹니다(hacemosun corte a lo largo) 그리고 이렇게 다시 얇게 썰면(a láminas)... 서서히 익혀야지 튀기면 안 됩니다(pochar la patata no freír), 양파는 얇게 채 썰듯(corten en juliana), 5분 더 감자가 익게 두고 감자가 투명해지면 양파 투입 후 약불에 12-20분 조리합니다. 감자 색을 잘 보세요(Fijate qué color la patata tiene), 감자의 기름을 이제 빼야 합니다(escurir la patata), 다음 달걀을 깨뜨리고 소금을 조금 뿌리고(sal echamos un puñadito) 자 이제 달걀을 잘 휘저었습니다(tenemos el huevo batido). 이제 여기에 기름을 뺀 감자를 넣어서 잘 섞습니다. 센 불에 프라이팬을 달구어서 달걀에 버물린 감자를 넣습니다. 한 쪽이 익으면 접시에 담아 올려 반대 쪽을 익히면 됩니다. 이렇게 토르티야 에스파뇰라가 만들어졌네요.

다음은 다니 가르시아의 '아세르 데 코메르(요리해요)'의 토르티야 데 파타타 2019년 9월 23일 RTVE에 방영

왼쪽의 뚱뚱한 친구가 프로그램의 주인공 요리사 다니이고 오른쪽은 도우미 안토니오이다. 감자 토르티야의 재료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다니가 재료를 소개하면서 "아세이테 데 올리바 (aciete de oliva 올리브유), 우에보스(huevos 달걀), 살(sal 소금), 이(y 그리고) 파타타스(patatas 감자)"라고 하자 도우미가 "스페인에서는 감자 토르티야에 '세보야(cebolla 양파)'를 사용한다"고 하며 양파를 권한다. 이에 다니는 양파를 넣으면 단맛이 난다고 싫다고 하지만 결국 둘, 양파가 들어 가는 것과 아닌 것을 만들기로 한다.

재료- 양파를 넣은 토르티야, 양파 없는 토르티야 위한 재료: 올리브유, 달걀 10개, 소금, 감자(보통 크기 6개), 양파 1개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지 않고 감자 모양 그대로 얇게 둥글게 썬다. 썬 감자는 전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찬물에 넣는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을 충분히 넣고 중불로 가열.
3. 감자를 꺼내 수분을 제거하고(종이나 면포로 제거) 프라이팬에 넣는다. 우리는 기름을 조금 뿌리고 감자를 볶거나 지지는데 스페인에서는 보통 이렇게 튀긴다.
4. 볼에 달걀을 깨뜨려 잘 풉니다. (여기서는 사용한 달걀은 5개, 기호에 따라 양을 줄일 수 있다)
5. 달걀을 푼 볼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프라이팬의 감자를 건져 넣는다.
6. 잘 섞어서 다시 프라이팬(여기서는 감자를 튀긴 프라이팬과 다른 프라이팬을 사용한다)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달걀에 섞인 감자를 붓는다. 한쪽 면이 어느 정도 익으면 뒤집어 준다*. 뒤집기로 뒤집지 않고 접시를 사용한다. ('토르티야를 뒤집다'를 dar la vuelta a la tortilla라고 하는데 이 말은 '형세가 바뀌다' '역전되다' 라는 뜻의 관용구이기도 하다.)
7. 접시를 프라이팬에 대고 프라이팬을 뒤집어 토르티야 접시에 올린다. 접시에 담긴 토르티야를 밀어 프라이팬에 옮기고 반대편을 익힌다.

이런 잘 익힌 토르티야 데 파타타와 다르게 달걀을 덜 익힌 것도 있다. 이를 걸쭉하다고 해서 '후고사(jugosa)란 말을 첨가해 tortilla de patata jugosa라고 한다. 갈리시아의 베탄소스(Betanzos)는 아래 사진과 같은 토르티야 데 파타타 후고사로 유명하다. 

이런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감자칩으로 토르티야를 만들기도 한다. 요리에 혁명을 이끌었던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 1962~)의 식당 엘 불례이(El Bulli)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감자를 깍기 귀찮아 칩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험 정신이 좋고 맛이 궁금하지만 굳이 감자칩으로 만들어 먹을 만큼 호기심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페란 아드리아 팀은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는 둥근 고체라는 전통 개념을 해체해서 액체 토르티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위 '반가우르디아(vangaurdia)' 토르티야 데 파타타를 만든 것인데 고체의 감자는 액체와 기체의 거품으로, 달걀 노란자는 사바용(sabayón) 액체 크림으로 변했고, 양파는 절반이 고체이고 나머지 절반은 액체이다. 

deconstruido trotilla de patatas 해체된 토르티야 데 파타타

액체 토르티야 데 파타타 조리법 영상 

1.  감자 거품 - 삶은 감자를 크림(nata)과 섞어 믹서기 간 후 여과기에 걸러 내고 압축기인 사이펀(sifón)으로 거품 만듬.

2. 사보용 크림 - 달걀 노른자에 밀가루를 섞어 여과기에 걸러 사이펀에 넣고 중탕으로 익혀 크림을 만듬.

3. 양파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로 두르고 무르게 익힘.

해체된 토르티야 데 파타타는 해체주의자의 선구자인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데리다가 서구의 로고스로 구성된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이분법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추구한 것처럼 인습에 반기를 든 음식이다. 전통 요리 문법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음식인데 나이프와  포크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발상 자체가 혁명이다.

아래는 위 조리법을 비판하는 댓글이다.  혁신을 환영하는 긍정 댓글도 있었다. 

이 토르티야를 할머니께 드리면 나를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외치면서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릴꺼야
엘 부례이 식당이 왜 문을 닫았는지 알 것 같아, 손님들이 금요일 저녁에 해체된 토르티야를 먹어보고 토요일에는 할머니표 토르티야를 엄청 먹고 식당을 다시 찾지 않는 것이지